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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도시가 만난 CEO >> 올리비에 무루 아지앙스 코리아 CEO

이다도시가 만난 CEO >> 올리비에 무루 아지앙스 코리아 CEO


이다도시 씨아트 마케팅 이사·르몽드 중개사 대표

“샤넬·구찌·불가리 명품회사를 어떻게 잡았나?”

올리비에 무루 아지앙스 코리아 CEO

“빨리 빨리 외치는 한국식으로 일해줬다”
지난 3월 9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며 대화 중인 이다도시와 올리비에 무루.

한국에 사는 외국인 모임에서 알게 된 두 사람. 벗하며 지낸 지 어언 10년째다. 둘은 예전에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한국의 다채로운 비즈니스 세계가 주된 이야깃거리다. 이다도시는 인터넷 등 IT에 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무루에게 묻곤 한다. 그가 아는 한 아시아와 외국인 관련 IT 분야에선 그가 톱 스페셜리스트이기 때문이다.



이다도시 당신을 보면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생각난다. 평범한 대사관 실습생이 불과 몇 년 만에 글로벌 IT 기업의 CEO가 됐으니까! 울랄라~(웃음).



올리비에 무루 어려서부터 인터넷에 맛을 들인 덕분 아닐까. 20년 전 캐나다에서 처음 인터넷을 알게 된 후 푹 빠졌고 내친김에 경영학 박사 학위를 땄다. 1998년부터 2년 동안 베이징 ‘Travelinchina.com’에서 마케팅과 기술 담당으로 근무했다. 한국에 온 건 2001년 7월이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IT 실습생으로 일했다. IT컨설팅 전문업체인 ‘아지앙스’는 2002년에 론칭했다. 한국인 동업자와 무일푼으로 시작했다. 창업 6년 만에 회사 가치 200만 달러, 20여 명 직원이 일하는 곳으로 성장했다.



이다도시 한국에선 IT가 경쟁이 센 분야다. 외국인으로서 특히 힘들었을 텐데 왜 한국을 택했나?



무루 한국이 가진 매력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IT 관련 회사에서 일한 덕에 IT 회사의 경영을 일찍이 알고 있었다. 국제학을 공부하면서 유럽 경제가 하락세에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뉴욕 나스닥이 무너지는 등 서양 시장은 거친 환경에 놓였다. 그래서 98년께 신흥시장이었던 중국에 관심을 가졌다. 중국 비자를 따기 위해 1주일 동안 한국에 머물 기회가 있었는데, 곧바로 한국에 빠져들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마법 같은 일주일이었다. 한국의 실제는 중국밖에 모르던 내 상상 속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버렸다. 아시아 최고의 IT 강국이었다. 물론 현재는 세계 최고의 IT 국가다.



이다도시 잘 알지도 못했던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다니…. 참 무모하면서도 당차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무루 그 당시엔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삼성, LG, 현대에 속해 일하고 있었다. 한국 기업과 유럽 시장을 연결해주는 곳은 없었다. 현재도 영어로 의사소통하기 힘들지만, 그 당시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영어를 어려워했다. 이러한 환경은 오히려 큰 기회로 다가왔다. 당시 IT는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였지만 유럽과 한국을 이어주는 일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유럽의 웹 시스템이 아시아선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걸 해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한국 기업과 유럽 기업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한국인에게 맞는 마케팅과 서비스 전략을 구사해 해결했다. 그 결과 우리는 불가리, 샤넬, 구찌 등 200여 클라이언트를 가진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1969년 프랑스 출생
르아브르 대학 언어·경제학 학사, 경영학 석사
현재 씨아트 마케팅 이사·르몽드 중개사 대표, 프랑스 도빌 영화제 심사위원

인맥으로 사람 뽑는 한국방식 편해



이다도시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명품 회사들인가?

무루 우리 고객 중 80%는 라코스테, 롱샴 등 글로벌 대기업이고 10%는 새로 시작하는 기업이다. 나머지 10%는 서울시, 싱가포르 정부 등 공공기관이다. 물론 앞으로는 한국 기업들과 더 많은 일을 할 생각이다. 전통 있는 럭셔리 브랜드와는 계속 함께할 것이다.



이다도시 비즈니스 연륜이 짧은 편이다. 더구나 한국은 당신에게 낯선 곳이다. 그런데도 회사를 잘 꾸려가고 있다. 외국 기업들을 대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가?



무루 한국을 방문한 CEO들에게 인터넷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줘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문제가 있으면 바로 해결하지만 유럽은 굉장히 늦다. 우리는 ‘빨리 빨리’를 외치는 한국 방식으로 일을 해줬고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한국 기업들에도 도움을 줬다. 한국은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유일한 모뎀을 이용하지만, 유럽 기업들은 ‘Fire Fox’를 쓴다. 유럽과 한국이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듯 인터넷도 다르고 복잡하다. 한국 기업에는 유럽의 인터넷 실상을 잘 알려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한국에서 최고 중소기업상을 받기도 했다.



이다도시 한국과 당신이 살았던 프랑스는 문화가 아주 다르다. 한국인 동업자와 함께 일하는 건 어떤가. 힘들지 않나?



무루 두 명의 프랑스 파트너, 한 명의 한국 파트너와 일한다. 한국인 동업자 김보선씨는 4년 동안 다른 유명 웹 에이전시에서 일하다 나와 함께했다. 한국 시장을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다도시 회사에 프랑스 직원과 한국인 직원이 함께 있다. 회사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한국 방식인가, 프랑스 방식인가?



무루 한국 쪽에 가깝겠지만 사실 둘 중 어느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본다. 다국적 구성원들이 어우러져 10년 동안 잘 지내왔고 서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으며, 결과적으로 성공의 발판이 됐다. 우리의 강력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유럽과는 차별적인 한국 기업의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장된다. 12년간 한국 생활을 하며 이에 익숙해진 나를 보고 프랑스인 친구는 내가 한국인에 가깝다고 했다. 일할 사람을 뽑을 때도 아는 사람을 통해 결정한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프랑스는 잠재성을 보지만 한국은 모든 것을 빨리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볼 여유가 없다. 그래서 인맥 중심으로 인재를 찾는다. 난 한국 방식이 편하다.



이다도시 말하는 게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적인 거 같다. 이래서야 다시 고향에 돌아가 일할 수 있겠는가?



무루 할 수 없다. 내가 유럽에 돌아간다고 해도 아시아계 기업에서 일할 것 같다. 그만큼 달라졌다.

외국인은 덕수궁 길, 삼청동 찻집에 환호



이다도시 보통사람은 쉽지 않은데 적응력이 뛰어난 거 같다. 유럽 사람이 한국에 잘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루 반드시 한국 역사를 배워야 한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어느 문화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힘든 일이며 인내를 가지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지켜보면서 상황 파악을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12년간 한국에 산 나도 이제야 조금 한국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다도시 12년간 한국에 살면서 좋은 것은 무엇이었나?



무루 한국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느낌을 준다. 모든 걸 빨리 처리하는 것도 좋고, 변화에 대한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좋다. 사람들이 따뜻하고 친절해 언제나 긍정적인 기분이 들게 한다.



이다도시 앞서 말했듯이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다. 이 분야의 전망은 어떤가?

1974년 프랑스 출생
IAE Lyon 국제관계학·
IAE Aix en Provence IT 경영학
2001년 주한 프랑스대사관 IT 담당관
2002년 아지앙스 설립
현재 아지앙스 코리아 CEO



무루 한국인에게 인터넷은 전기나 물처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1990년대 초반엔 한국이 IT에서 1등이 될 거란 생각을 못했지만 정부가 큰돈과 노력을 들여 1등이 됐다. IT에 대한 무료 교육도 이뤄졌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한번도 하지 않은 방법이다. 정부의 결정에 대부분 따라준다는 것도 한국 특징이다. 한국에는 ‘early adaptor’가 아니고 ‘easy adaptor’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새로운 기술을 쉽게 받아들인다.



이다도시 비즈니스가 잘되면 조직을 늘리는 게 사람의 욕망이다. 당신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사업은 없는가?



무루 2050년에는 사람들이 스마트폰 같은 기계에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로봇 산업에 관심이 있다. 결국 모든 것이 인공지능을 가진 물건들로 바뀌게 될 거다. 이 테이블도 인터넷과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스마트 테이블이 될 것이고, 이 종이도 언제 어디서든 비디오를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한 종이가 될 것이다. 삼성은 이미 사업에 착수했고 5년 내에 상품으로 나올 것이다.



이다도시 마치 SF처럼 들린다. 그 미래는 몇 년을 의미하는 것인가?



무루 5년에서 10년. 한국 정부는 2018년에 가구마다 로봇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에 우리가 현재 이렇게 바뀔 것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20년 전 내가 캐나다에서 처음 인터넷을 발견했을 때 인터넷은 그저 재미로 즐기는 것이며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난 지금 아이폰을 6개나 갖고 있다.



이다도시 한국의 네티즌은 파워풀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압박을 줘 자살도 일어난다.



무루 그런 현상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프랑스의 마녀사냥과 같은 경우다. 하지만 그때는 굉장히 작은 커뮤니티였던 반면, 현재는 굉장히 크다. 타블로 사건이 예다. 무언가 웹에 올라오면 많은 사람이 본다. 이제 입사할 때는 e-reputation을 반드시 검사하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그것만 검사하는 새로운 직업도 생길 것이다. 그래서 e-reputation이 나빠지면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다도시 한국이 세계 제일의 IT 국가라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무루 한국은 ‘세계 IT기술의 실험실(IT laboratory of the world)’이다. 한국인은 일단 목표를 가지면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국이 외국인들에게 더 큰 매력을 주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외국인들은 진정 한국적인 것에 매력을 느낀다. 덕수궁의 좁은 길이나 삼청동의 작은 찻집에 외국인들은 환호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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