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소재로 세계 장악할 기업 오세요'
interview >> '소재로 세계 장악할 기업 오세요'
“부품과 소재 중에서 그동안 부품이 선전했다면 이제는 알짜배기인 소재에서 성과를 낼 때입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서영주(59) 원장은 소재 분야 기술 R&D(연구개발)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산업기술 R&D 지원을 책임지는 서 원장은 소재산업이 다른 분야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립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10%인데, 소재산업은 15~20%에 이른다”고 수치를 제시했다.
KEIT는 소재와 관련해 산업 원천기술 개발사업, 핵심소재(WPM) 사업, 부품소재 기술 개발사업, 핵심소재 원천기술 개발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창 탄력을 받고 있는 핵심소재 원천기술 개발사업이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다. 2011년 시작될 2단계 사업은 기업이 함께 참여해 상용화 직전 단계의 소재 원천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3월 30일 서울 역삼동 KEIT 사무실에서 만난 서 원장은 “현재 30여 개 기업이 신청했다”며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기를 기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새로운 소재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서 사업 내용이 어렵다. 쉽게 설명해 달라.
“소재는 부품과 완제품을 구성하는 핵심 기초물질이다. 크게 금속, 화학, 세라믹으로 나뉜다.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부품소재를 열심히 했다. 특별법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부품소재 부문 무역수지는 지난해 779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보다 많은 규모다. 10년 전에는 부품소재 부문 흑자가 29억 달러였다. 부품에 비해 소재는 장기간 걸리는 산업이다. 10년이 기본이다. 소재산업은 그러나 수익성이 뛰어나다. 조립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10% 수준이지만, 소재산업은 15~20%다.
현재 핵심소재 분야는 선진국 대비 4~7년 뒤처져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많이 팔린다지만 핵심소재는 상당 부분이 일본, 독일 것이다. 과거 LCD 산업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핵심소재 개발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LCD 관련 핵심소재인 액정, 보상필름, TAC 필름 등을 전량 일본 또는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소재는 철저한 독과점 시장이다. 한두 개 업체가 전 세계 시장을 휩쓴다. 만약 중국이 소재산업에 뛰어들면 우리는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가 지난 10년간 부품 경쟁력을 어느 정도 올렸다면, 이제는 소재에 매달려야 할 때다.”
- 소재로 돈을 번 기업 사례를 들으면 이해하기가 쉽겠다.
“미국 고어는 고어텍스를 개발하는 데 19년이 걸렸다. 하지만 이후 연평균 1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 머크도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LCD 액정 기술개발에 성공하는 동시에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하게 됐다. 국내 기업도 있다. TV,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편광판 필름은 LG화학이 2009년 세계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해 세계 1위로 연매출 30억 달러를 기록했고 지금까지도 세계 1위다. 국내 강소기업의 대명사인 사파이어테크놀로지는 사파이어 잉곳과 관련한 원천기술 확보로 사파이어 단결정 부문에서 올해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 핵심소재 원천기술 개발사업은 3단계로 이뤄졌는데 지금은 어느 단계인가?
“먼저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4년여가 걸린다. 기초기술에 가까운 이 원천기술을 만드는 것이 1단계 사업으로 2011년까지 계속된다. 토대를 닦는 것이다. 소재 원천기술 개발사업은 2007년 시작됐다. 1단계는 계획대로 됐다. 연구소와 대학들이 열심히 해줬다. 이제는 2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기업이 붙어줘야 한다. 이후 3단계인 상용화 단계에서 성공하면 세계시장을 뒤흔들 소재 원천기술이 실용화된다. 최종적으로 3~4개를 확정할 예정인데 하나만 제대로 돼도 대단한 것이다. 우리는 반도체 하나로도 엄청난 경제효과를 누렸다.”
소재산업 이익률 훨씬 높아-2단계에 기업이 반드시 붙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2007년 시작된 소재 원천기술 개발사업에서 아홉 가지를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재를 분야별로 나누면 금속, 화학, 세라믹, 섬유다. 이는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조선 등 주력산업의 부품과 완제품을 구성하는 기초물질이다. 국내 기술력은 범용소재의 경우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핵심소재는 선진국과 4~7년의 격차가 있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대응이 필요하다. 미래시장을 전망하고 국가가 지원해야 할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
- 아홉 가지 기술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금속 분야에서 기가급 고강도화 기술은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강도가 증가한 고강도 철강소재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 소재는 초고층 빌딩, 인천대교 같은 초장대교, 자동차 강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고강도·고전도도 구리(Cu) 제조 기술’은 기존 대비 20% 이상 향상된 고강도·고전도도 구리를 개발해 커넥터, 리드프레임 등 IT 산업에 활용될 수 있다. ‘초임계 박막제어 기술’은 기존 대비 저장 밀도가 세 배 이상 향상된 박막소재를 만드는 방법으로, 하드디스크와 반도체 등에 쓰인다.
화학 분야에서 ‘정밀중합기술’은 물성과 기능을 제어해 유기박막 태양전지, 반도체용 나노소자, 내열 플라스틱 기판, 이방 전도성 필름을 만들 수 있다. ‘인쇄소자 관련 제어기술’은 신규 공액계 화합물의 합성과 이를 이용한 인쇄법에 적용 가능한 소재 개발로 태양전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센서 및 RFID 등에 쓰인다. ‘차세대 영상 고분자필름 제어기술’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AMOLED, 초저가 LCD 등에 활용된다.
세라믹 분야에서 ‘계면제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 대비 두 배 이상 내플라스마성이 증가한 고내플라스마 장비 소재 및 고강도·내마모 소재를 개발해 반도체 제조장비의 부품소재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무소결 저온공정 기술’은 기존 1000℃ 이상의 세라믹 공정 대비 300℃ 이하의 저온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에너지 절감형 기술이다. IT산업용 기판 소재 및 각종 기능성 필름 소재를 만드는 데 쓰인다.
융합 분야에서 ‘초고순도화 및 입자복합화 기술’은 기존 대비 70% 이상 경량화한 철강 소재 대체 및 세계 최고 수준과 동등한 전자파 흡수 성능을 가진 소재를 개발해 자동차부품, 기능성 고분자필름, 광대역 전자파 흡수 필름 등에 활용될 수 있다.”
- 총 3단계 중 1단계 사업 성과는 계획한 대로 100% 수행됐나?
“기획했던 목표는 모두 100% 달성됐다. 개발된 원천기술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관심을 이끌 것인가는 현재 정밀 검토 중이다. 기가급 고강도화 기술은 현대제철로 기술이전이 끝났다. 9개 핵심 기술을 대상으로 시장의 직접적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4월에 열리는 지식경제 R&D 성과 전시회 기간에 ‘소재원천 성과제고 워크숍’을 코엑스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9개의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국내외 특허 획득은 250여 건, 논문 게재는 약 1000건으로 원천기술에 대한 국내 지식재산권 확보에 기여했다.”
중소기업은 R&D 75%까지 지원- 올해부터 핵심 원천기술 아홉 가지를 해당 부문 기업과 함께 직접 개발에 나서는 2단계 사업을 하게 된다. 소재기업의 역할이 클 텐데 어떤 기업이 참여하나?
“한국화학공업이 콤바인드 스트럭처 제어기술 개발에 50억원 정도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
니프코코리아가 하이브리드 박막 기술 부품 적용 기술 개발에 10억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입자의 전기광학적 제어 및 셀 인티그레이션 기술 개발에 6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제철, 삼성전자, 포스코, LS전선, SKC, 삼성전자, 풍산, 희성금속, 한국씰마스터, 신일화학공업과 반도체산업용 구조 세라믹 제조업체 등이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
- 2단계 사업에서 만약 원천기술 상용화에 1000억원이 든다면 기업은 얼마를 부담하고 얼마나 KEIT로부터 지원 받게 되나?
“정부 R&D 지원사업은 사업 주체의 기업 형태(대기업, 중소기업)에 따라 지원 비율이 다르게 계상된다. 주관기관이 대기업인 경우 정부와 민간이 50대50으로 투자하고, 중소기업은 정부가 R&D 예산의 75%까지 지원한다.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의해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는 기술개발 단계는 파일럿 설비 투자 및 연구개발 등 상용화 전 단계까지다. 상용화를 위한 공장 증설, 설비 투자 등은 기업의 자체 투자 비용으로 진행된다.
2단계에서 각 기업은 다른 기업, 연구소, 대학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할 수 있다. 컨소시엄당 연차별로 10억원 내외의 정부 출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 2단계 사업에서 중소기업이 참여할 여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관심을 나타내는 중소기업은 현재만 하더라도 31개 기업 중 신일화학공업 등 13개에 달한다. 기본적 연구시설을 가지고 있고, R&D를 추진할 수 있는 기업이면 모두가 해당된다.”
- 3단계 사업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나?
“소재 원천기술 개발 3단계 사업은 실용화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다. 1단계(선행연구)와 2단계(심화·응용)를 통해 확보된 소재 원천기술 및 성능평가 기술 확립을 통해 3단계(실용화)인 생산성 향상 및 소재에 대한 실용화 기술개발로 글로벌 경쟁력이 가능한 소재 생산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실용화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부가적 기술과 표준화 기술을 완성하는 데 중점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한정연 기자 ja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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