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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친권자 시비 없앤 `최진실법` 나왔다

[Law] 친권자 시비 없앤 `최진실법` 나왔다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갑산묘원 고 최진실씨 묘지 주변의 최씨 가족 사진.

2008년 10월 2일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탤런트 최진실씨가 자살로 생애를 마감했다. 많은 사람의 슬픔을 뒤로한 채 그는 조용히 떠나갔다. 살아남은 사람에게 남겨진 문제 가운데 하나는 최씨의 두 자녀 친권이 누구에게로 돌아가느냐였다. 겉으론 친권 문제지만 최씨가 남긴 재산이 걸려 있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법규정에 따르면 이혼한 전 남편이자 유명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조성민씨가 남은 두 아이의 친권을 자동으로 회복하게 됐다. 그러면서 아이가 물려받을 최씨의 유산에 대한 권리까지 행사할 수 있었다. 2004년 이혼 당시 조성민씨는 아이들의 친권을 포기했다. 그 후 전혀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다. 아이들을 양육할 상황이 되지 못함에도 생존해 있는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친권이 자동 부활하게 된 것이다.



최씨 자살 후 전 남편 친권 주장 계기로 공존화최진실씨와 함께 아이를 키워온 외할머니는 손자들에 대해 아무런 권리도 행사할 수 없었다. 아이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친권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법이 잘못됐다면 법을 고쳐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조성민씨가 아이들에 대해 친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는 건 아이들에 대한 친권행사를 빙자해 최진실씨가 남긴 거액의 재산을 차지하려는 속셈이란 비난도 거셌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조성민씨는 60여 일 만에 결국 양육권과 재산관리, 법률대리권 등을 포함한 친권을 모두 포기했다. 당시 조성민씨는 최진실씨의 유족에게 “유산을 그쪽에서 모두 맡아 관리하고 다만 아이를 걱정하는 아빠의 입장에서 편하게 만나게 해주기만 바란다”며 아버지로서 의무만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렇게 해서 최진실씨 사후에 두 아이의 친권과 그들에게 남겨진 거액의 유산을 둘러싼 조성민씨 측과 최진실씨 유족 측의 시비는 가라앉았다.

최씨의 사망으로 불거졌던 ‘전 배우자의 친권 자동부활 문제’를 개선해 친권자 결정 때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가정법원의 후견적 지위를 강화한 민법(가족편) 개정안이 4월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2013년 7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이 ‘최진실법’으로 불리게 된 건 그러한 연유에서다.

부모가 이혼한 때에는 부모의 협의로 친권자를 정하고,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친권자를 결정한다. 협의이혼을 할 경우에는 이혼신고서에 친권을 행사할 자를 기재해야 한다. 친권 행사자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 가정법원은 이혼의사 확인 절차에서 부모에게 친권을 행사할 자에 관해 협의하도록 권고해야 한다.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정해야 한다.

문제는 위와 같은 과정에서 정해진 단독 친권자가 사망한 경우다. 개정 전 법에 따르면 부모와 자식은 혈연으로 이어진 천륜관계이므로 법에서 이를 인위적으로 단절할 수 없다. 부모의 이혼으로 부부지간의 인연은 끊을지라도 부모와 자식 간에 이뤄진 숙명적인 관계는 최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는 논리하에서 친권자가 사망하면 자동적으로 남은 부모가 친권자의 지위를 갖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대법원도 이혼 후 단독 친권자가 사망하면 후견이 개시되는 게 아니라 생존한 다른 일방의 부 또는 모가 친권자가 된다고 판시하고 있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최진실법의 시행으로 앞으로는 단독 친권자가 사망한 경우 가정법원에서 친권자 또는 후견인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이혼, 혼인 취소로 정해진 단독 친권자가 사망하거나 친권을 상실한 경우도 가정법원이 심사를 거쳐 생존친을 친권자로 지정하거나 조부모 등 친권자를 대신하기에 적합한 자를 후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 나아가 단독 친권자가 유언으로 친권자를 대신해줄 사람을 후견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해석상 논란을 없앴다. 단독 친권자가 사망한 경우 가정법원에서 남은 배우자가 양육에 적합한지, 자녀가 원하는지 등을 심사해 친권자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고 최진실씨의 전 남편인 조성민씨가 2008년 12월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두 자녀의 양육 및 재산권 관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자녀의 행복이 최우선생존 부모, 미성년 자녀 또는 친족은 사망·친권상실 등의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사망·친권상실이 있는 날부터 6개월 내에 친권자 지정을 청구할 수 있다. 친권자 지정 청구가 없는 경우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미성년 자녀, 친족, 이해관계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따라 미성년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입양이 취소되거나 파양된 경우 또는 양부모(養父母)가 모두 사망하거나 친권을 상실한 경우에도 가정법원은 필수적으로 심사절차를 거쳐 친생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하거나 미성년 후견인을 선임하도록 했다. 미성년 자녀 보호의 공백이 없도록 가정법원은 친권자 또는 미성년 후견인이 정해질 때까지 후견 임무 대행자를 선임할 수 있게도 했다.

통계에 따르면 2009년 한 해만 보더라도 미성년 자녀를 둔 단독 친권자가 사망한 건수가 2476건, 입양이 취소되거나 파양된 사례가 865건에 이른다. 이번 법 개정으로 3400여 가정의 미성년자가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제대로 된 따뜻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원래 친권이란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보호·교양할 권리·의무다. 친권은 미성년 자녀를 위하여 인정되어야 하는 권리·의무이지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절대적이고 배타적인 권리가 아니다. 부모의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미성년 자녀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해도 좋다는 건 더욱 아니다.

어찌 보면 이 문제는 부부의 이혼을 통한 행복추구권과 자녀의 행복추구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부모가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될 일을 하겠느냐는 전통적인 막연한 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친권의 행사는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는 친권제도의 기본과 관련해 어렵게 만들어진 최진실법이 아무쪼록 미성년자의 복지향상을 위해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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