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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00대 기업] LG화학 `김반석 배터리`는 꺼지지 않는다

[한국의 100대 기업] LG화학 `김반석 배터리`는 꺼지지 않는다



9위

LG화학 시가총액 33조1024억원 자산 11조146억원 매출액 16조8505억원 순이익 1조9710억원

LG화학은 포브스코리아가 조사한 ‘100대 기업’ 9위에 올랐다. 지난 1년 새 단연 돋보이는 성과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16조8505억원, 영업이익은 34% 늘어난 2조4962억원이다. 순이익은 약 2조원. 회사 설립 이래 가장 좋은 실적이다.

LG화학은 요즘 잔치 분위기다. 지난해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 매출 5조4909억원, 영업이익 353억원, 순이익 6566억원을 달성했다. 분기 기준으로 매출과 이익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LG화학의 실적은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50만원대를 넘었다. 3년 전만 해도 10만원 미만에 거래되던 주가가 4월 15일 처음으로 50만원 선을 넘었다. 현 주가(5월 17일 종가 기준)는 49만4500원. 연초 이후 30% 가까이 오르면서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화학담당 애널리스트들은 LG화학의 질주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연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페놀 등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호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석유화학 부문에 지난해의 두 배인 1조원을 투자하고, 고흡수성 수지(SAP)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생산설비를 확대할 예정이어서 회사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와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상업화되는 LCD용 유리기판, 폴리실리콘 등 신사업 부문 성장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실적 기대감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반석 부회장의 스피드 경영LG화학의 성과를 얘기할 때 김반석(62) 부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부회장에 취임하면서 회사가 눈에 띄게 성장했기 때문. 2006년 10조원대였던 매출이 지난해 16조원으로 늘었고, 순이익은 3000억원에서 2조원대로 수직 상승했다. 요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른 2차전지는 5년 전만 해도 적자를 냈던 사업이다.

이 회사는 김 부회장이 스피드 경영을 내세우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사업과 사람의 변화 속도를 높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먼저 앞을 보고 준비하자는 남보다 ‘먼저’,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자는 남보다 ‘빨리’, 자주 업무 상태를 점검하자는 남보다 ‘자주’ 등을 강조했다.

스피드 경영으로 밀어붙인 사업이 바로 2차전지다. 일회용으로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에 비해 충전해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2차전지의 강점이다. 현재 노트북과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전자기기 배터리로 사용된다.

김 부회장은 남보다 빨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잠재력을 봤다. 먼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차전지 사업에 몰두했다. 취임하자마자 매주 1회 이상 오창 테크노파크를 방문해 생산 현황을 꼼꼼히 챙겼다. 한 달의 절반 이상은 비행기에서 보냈다. 세계 유수 자동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직접 마케팅에 나선 것.

대표적인 성과가 2007년 GM 쉐보레 볼트용 배터리 개발 업체로 선정된 일이다. 모든 과정을 김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미국에 있는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연구법인인 LG CPI를 수시로 방문해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GM의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LG화학 배터리의 우수성도 알렸다.



공장밥 먹은 현장형 CEO밥 러츠(Bob Lutz) GM 부회장(현재 고문)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김 부회장이 공항에 마중을 나간 것은 물론 공장 방문 때는 손수 생산라인을 데리고 다니며 설명을 맡았다. GM 관계자는 “LG화학의 기술력도 뛰어났지만 김 부회장의 강한 의지와 열정적인 모습이 최종 선택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충북 청원군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내부 모습.

GM에 배터리를 공급한 이후 추가 수주가 이어졌다. 지난해만 미국 포드, 중국 장안기차, 유럽의 르노·볼보 등 10여 개 이상의 세계 유명 자동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배터리 수요가 꾸준히 늘자 김 부회장은 과감히 설비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연면적 5만7000㎡(약 1만7000평) 규모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1개 동을 완성했다. 연간 전기차 기준 10만 대 분량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다.

김 부회장은 4월 6일 충북 오창 테크노파크에서 열린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중대형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일본 업체보다 앞서면서 우리와 계약하고자 하는 자동차 회사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현재 1공장 옆에 6만6000여㎡(약 2만 평) 규모의 2공장을 짓고 있고, 2공장 바로 옆에 들어설 3공장은 2013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라며 “3공장이 완공되는 2013년엔 2차전지 매출이 3조원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이 경영만 잘하는 게 아니다.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진해화학과 한국화인케미칼을 거쳐 28년 가까이 LG화학에 몸담았다. 석유화학 분야의 전문가인 것이다.

공장밥도 6년간 먹었다. 91년 전남 여수 폴리에틸렌(LDPE) 초대 공장장을 지냈다. 본사 직원이면 누구나 꺼리던 지방 근무를 스스로 지원했다. 석유화학은 위험물질을 다뤄야 하는 장치산업인 만큼 현장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다.

여수에서도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여수 공장 주력 제품은 폴리에틸렌이다. 농업용 투명 비닐을 떠올리면 된다. 당시엔 공급이 부족할 때라 생산 자체가 중요했다. 그런데 공장 설비에 문제가 있었다. 생산량이 많아지면 가동이 멈추는 것. 그는 불과 1년 만에 이 문제를 해결했다.

현장을 잘 아는 만큼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에도 적극적이다. 김 부회장은 “자기 몸이 상하는 것은 회사 자산을 상하게 하는 것과 똑같다”고 말한다. 사람을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꼽는다.

김 부회장의 배터리론도 업계에서 유명하다. 배터리에 빨간 불이 들어와 방전되면 사용하지 못하듯이 사람도 늦게까지 일해 에너지가 소모되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지론이다. 일찍 퇴근해 충분히 충전해야 다음날 활기차게 근무할 수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것. 김 부회장 취임 이후 LG화학은 6시 정시 퇴근제를 고수한다. 회의도 가능한 한 없애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자료를 사전에 공유해 의사결정 위주로 진행한다. 김 부회장은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벌써 새로운 미래 성장사업을 내세웠다. 전기차용 배터리 3공장이 완료되는 2013년 하반기에는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2년6개월간 수많은 고민과 검토 끝에 내린 결론이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의 원재료다. 즉 태양광사업에 나선다는 얘기다. 폴리실리콘 시장은 OCI가 선두로 삼성정밀화학, 한화케미칼, 웅진폴리실리콘 등 주요 그룹 화학계열사들이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선 뒤늦게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김 부회장이라면 성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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