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박병룡 파라다이스워커힐카지노 부사장

박병룡 파라다이스워커힐카지노 부사장

4월의 따뜻한 봄날, 서울 송파구 신천동 박병룡 파라다이스워커힐카지노 부사장 집에 6명의 친구가 모였다. 120인치 스크린으로 영화 ‘대부’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모두 시칠리아산 와인을 한 병씩 들고 나타났다. 대부의 배경이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도시 팔레르모(Palermo)라서다.

“주로 집에서 지인들과 와인을 마십니다. 고기 잘 굽고, 봉골레 파스타 만들 줄 아는 친구들 불러서 요리랑 와인을 즐기죠.”

1990년대 초반 그는 미국에서 MBA를 마친 후 홍콩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했다. 당시 와인이라고는 마주앙 화이트, 레드밖에 몰랐다. 우연한 기회에 홍콩의 왓슨스 와인 셀러를 방문했다. 수백 가지 와인을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인 맛이 다양하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96년 파라다이스그룹 전필립 회장의 부름을 받고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 매일 밤 새로운 와인을 경험했다. 그는 한국에 들어온 뒤 13년간 파라다이스그룹 최고재무담당(CFO)을 맡은 뒤 3년 전 워커힐카지노 부사장에 임명됐다.



인생 최고 보물은 6평짜리 방그의 집 현관과 가장 가까운 방은 밤낮없이 14도를 유지한다. 방은 프랑스에서 가져온 2개의 와인 전용 컨디셔너가 종일 가동되고, 10㎝ 두께의 오크나무로 단열 처리가 돼 있다. 6평인 이 방은 그가 보물로 여기는 와인 셀러다. 보르도, 부르고뉴, 이탈리아, 호주 등 원산지별로 구분해 놓은 2700여 병의 와인이 있다. 3년 전 이 셀러를 완성했다. 그러고는 그가 경영했던 레스토랑 삼청각, 단골 와인바, 호텔 등에 맡겨놨던 와인을 모두 가져왔다.

이 중 가장 아끼는 와인은 ‘부르고뉴 와인의 신’이라 불리는 앙리 자이에의 96년산 크로파랑투다. 그가 보유한 매그넘 사이즈는 전 세계 3~4 병만 있는 희귀 와인 중 하나다.

그는 주로 국내 수입상을 통해 대량으로 와인을 구매한다고 했다. 간혹 해외 친구들에게 크리스티, 소더비 옥션을 통해 사 달라고 부탁한다. 2000년대 초반 서울옥션에서 와인 경매를 할 당시 늘 물량의 3분의 1은 그가 낙찰 받았다. 그가 출장을 가면 경매일이 변경될 정도로 VIP 고객이었다.

“경매에서 와인을 자주 사지만, 투자 대상으로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냥 마시고 즐길 뿐이죠. 와인 투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주식 잘 골라서 사는 게 훨씬 낫죠.”

그는 샤토 무통 2000년산을 예로 들었다. 오늘 150만원 주고 사도, 내일 팔려면 30%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와인은 투자의 3요소인 수익성, 안전성, 환금성 중 한 가지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장 구매해도 5~7년은 지나야 성숙돼 마실 수 있는 게 있고, 금이나 미술품보다 보관이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란다.



분위기따윈 중요치 않아“저는 삼겹살은 ‘이놈 저놈’ 하는 친구들 아니면 절대 안 먹어요. 와인은 다릅니다. 좋아하는 와인이 있다면 원수가 있어도 그 자리에 갑니다(웃음).”

그는 평소 식사 분위기를 중시하는 편이다. 종종 혼자 밥을 먹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와인이 있는 자리라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임에 간다. 1947년산 슈발블랑, 1961년산 샤토 무통 로칠드와 같은 특별한 게 있다면 말이다. 그는 와인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향이 가슴과 기억 속에 영원히 남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귀중함을 찾아 어떤 자리도 망설이지 않고 간다고 했다.

마리아주는 특별히 따지지 않는 편이다. 음식은 와인을 마실 때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하나의 요소라고 생각해서다. 등급 낮은 수입산 고기는 온갖 양념을 해서 먹지만, 최고급 한우 꽃등심은 소금만 살짝 찍어 먹는 이유와 같다고 했다. 최고의 와인, 식재료는 어떤 소스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이제까지 마신 와인은 9000병에 달한다. 초기엔 차트를 만들어 마셨던 와인들을 기록했지만 이제 너무 많아져 못한다고 했다.

박 부사장은 국내 와인 매니어의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2년 국내 최초의 와인 바인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jell’에서 와인 모임 ‘vinophile’을 9년간 주도했다. 이후 일신방직 김영호 회장이 이끄는 ‘와인 신동’ 모임 등에도 참석하면서 CEO들 사이에 와인 애호가로 유명해졌다. 그는 모임 성격에 맞는 와인을 골라 준비해 가는 일이 즐겁고, 아무리 비싼 와인도 필이 꽂히면 언제든 따는 성격이라고 했다.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열지 않는 와인이 한 병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아들이 태어난 해인 94년산 샤토 마고 와인이죠. 보통 와인의 8배 크기인 6L짜리죠. 그 녀석 장가갈 때 개봉할 작정입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28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일부구간 '경고 파업' 철회

2‘하늘길도 꽁꽁’ 대설에 항공기 150편 결항

3‘이재명 아파트’도 재건축된다…1기 선도지구 발표

4코스피로 이사준비…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

5‘3000억원대 횡령’ 경남은행 중징계….“기존 고객 피해 없어”

6수능 2개 틀려도 서울대 의대 어려워…만점자 10명 안팎 예상

7중부내륙철도 충주-문경 구간 개통..."문경서 수도권까지 90분 걸려"

8경북 서남권에 초대형 복합레저형 관광단지 들어서

9LIG넥스원, 경북 구미에 최첨단 소나 시험시설 준공

실시간 뉴스

128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일부구간 '경고 파업' 철회

2‘하늘길도 꽁꽁’ 대설에 항공기 150편 결항

3‘이재명 아파트’도 재건축된다…1기 선도지구 발표

4코스피로 이사준비…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

5‘3000억원대 횡령’ 경남은행 중징계….“기존 고객 피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