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동서식품 커피 `양면전`
[Business] 동서식품 커피 `양면전`
한국 커피시장의 변화가 무쌍하다. 시장이 포화됐을 법한데 계속 성장한다. 한국 커피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2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글로벌 커피 회사 스타벅스는 국내에 340여 곳의 매장을 운영한다. 뒤늦게 출발한 토종 브랜드 카페베네는 훨씬 빠른 속도로 매장을 늘려 지금까지 500여 곳을 열었다.
한국 커피시장에서는 또 새로운 트렌드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고급·세분화가 다 이뤄진 게 아닐까 생각하면 또다시 새 국면이 펼쳐진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커피만 해도 50여 종이 넘는다. 스타벅스 같은 커피 전문점의 맛을 집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캡슐커피 브랜드도 다양해졌다.
최근 커피시장에 두 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하나는 커피믹스 시장의 절대강자 동서식품에 남양이 ‘고급’을 내세워 도전장을 던졌다. 다른 하나는 한국네슬레가 선점한 캡슐커피 시장에 동서식품이 뛰어들었다.
■ 남양 “커피믹스엔 우유가 제격” = 직장인이 사무실에서 일상적으로 타 마시는 커피믹스 시장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동서식품은 커피시장의 절대강자다. 지난해 시장조사회사 AC닐슨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동서식품의 맥심 커피믹스는 84.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맥심은 1980년 출시 이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린다’는 점을 내세웠다. 동서식품 측은 “고품질 아라비카 원두를 70% 이상 사용한다”며 “이를 동결 건조하는 기술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동서식품은 매년 100건 이상 시장조사와 분석을 실시해 4년마다 맛과 향, 패키지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는 것 역시 꾸준히 사랑 받아온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맥심의 아성에 지난해 말 남양이 도전장을 던졌다. 브랜드는 플라스틱 용기 커피 이름인 ‘프렌치 카페’를 붙였다. 프렌치 카페 커피믹스를 내놓은 배경과 관련해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김진혁 수석연구원은 “유제품 업체 입장에서 제품군을 넓히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커피믹스의 주재료는 커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유”라고 설명했다.
남양 홍보팀 관계자는 “우리가 유제품 회사인 만큼 커피로 정면승부하기보다 크리머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양은 일반적으로 ‘프림’이라고 불리는 크리머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기로 했다. 무지방 우유를 넣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만 1년 넘게 걸렸다.
남양 관계자는 “우유를 커피믹스에 넣으려면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기존 커피믹스에는 식물성 유지를 사용한 크리머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식물성 유지와 커피가 잘 섞이게 하기 위해 카제인나트륨이라는 화학적합성품을 넣는다. 이 성분이 몸에 해롭지는 않다. 하지만 무지방 우유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남양 측 설명이다.
식품은 대개 대형마트에 입점 후 광고가 나온다. 프렌치카페 커피믹스는 광고를 먼저 내보냈다. 지난해 11월부터 TV광고와 광고판 광고를 벌였다. 이를 보고 사람들이 “프렌치카페 커피믹스는 어디 있느냐”고 대형마트에서 찾도록 유도한 것. 대형마트 입점이 녹록지 않자 쓴 방법이다.
계속된 광고와 이에 따른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프렌치카페는 2월 모든 대형마트에 입점을 완료했다. 락앤락 용기 등 판촉물은 물론 할인쿠폰으로 추가 구매를 유도했다.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20개가 들어 있는 포장의 제품을 사면 안쪽에 180개들이 제품을 샀을 때 1000원을 할인해주는 쿠폰을 넣어줬다. 올해 1분기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매출은 판매액 기준으로 100억원이 넘었다. 4월 한 달간 70억원어치를 팔았다.
동서식품은 맥심 커피믹스에 들어가는 인스턴트 커피를 직접 만든다. 인스턴트 커피가 가장 발달한 곳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동서식품은 우리나라 인스턴트 커피시장을 잡고 있는 만큼 품질에도 자신 있다는 태도다.
남양은 유럽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수입해온다. 이에 대해 남양 홍보팀 관계자는 “단순히 원료를 사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유럽 커피 제조사가 개발 과정부터 협의하며 함께 개발했다”며 커피믹스에 들어가는 인스턴트 커피의 품질에 대해 자신했다. 하지만 “우리 경쟁사가 세계에서도 강자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인스턴트 커피를 공급하는 회사명과 수입국을 밝힐 경우 그 회사에 불이익이 갈 수 있다”며 공급처를 밝히길 꺼렸다.
AC닐슨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커피믹스 시장에서 맥심은 83.4%, 남양의 프렌치카페는 3%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 측은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새 경쟁사가 진출한 후 시장이 안정되기까지 각 사의 점유율 변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양 쪽은 이제 시작이라는 반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커피의 매출은 대부분 마트에서 발생한다”며 “2월 전국 마트에 입점해 제대로 팔기 시작한 것은 3월부터”라고 말했다. 남양 프렌치카페 커피믹스는 올해 연간 2000억원, 시장점유율 2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아직 점유율이 크지 않지만 맥심이 1위로 30년 동안 이끈 시장을 흔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며 “남양이 소비자가 민감한 부분을 제대로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커피믹스의 크리머가 건강에 좋지 않을지 모른다는 소비자의 불안감을 공략했다는 말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커피 맛에 대한 관심이 소비자의 눈을 프렌치카페로 향하게 했다는 것.
■ 동서식품 캡슐커피에 도전 = 캡슐커피 시장은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창환 동서식품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캡슐커피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6월 초 캡슐커피 머신을 출시한다”며 “세계 2위 브랜드인 타시모와 동서식품의 커피 노하우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캡슐커피 시장은 최근 몇 년간 20~30%씩 급성장하고 있다. 10년 전 캡슐커피가 도입됐던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둘째로 큰 시장이다. 캡슐커피는 커피 전문점의 맛과 향을 집에서 편리하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서 한번 보급되기 시작되면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캡슐 한 개 값은 대략 1000원 선.
동서식품은 미국 식품회사 크래프트와 손잡았다. 크래프트는 4년 전 ‘타시모’라는 브랜드로 캡슐커피 제품을 선보였다. 동서식품은 이달부터 타시모 브랜드의 기계와 캡슐을 들여와 업소에 공급한다. 가정용 제품은 내년 초 공급할 계획이다. 동서식품이 직접 캡슐을 제조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이에 대해 2007년 국내에 캡슐커피 ‘네스프레소’를 선보인 한국네슬레는 “한국 커피시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경쟁자는 언제나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네슬레는 지난해 12월 ‘돌체 구스토’를 내놨다. 그동안 네스프레소로 백화점 등에서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던 한국네슬레는 돌체 구스토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에서 대중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30만원 정도면 그럴듯한 커피머신이 생긴다”며 “기계를 비교적 싸게 팔고 캡슐을 지속적으로 팔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캡슐커피 머신은 기계와 동일한 브랜드의 캡슐커피만 사용할 수 있다. 초기 모델보다 사용하기에 더 편리해지고, 인테리어 효과도 있어 캡슐커피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수정 기자 palindro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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