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이 몰려온다] 데니스 홍 버지니아텍 교수

미국의 로봇 혁명에서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기계공학 교수인 데니스 홍(Dennis Hong·한국명 홍원서)을 빼놓을 수 없다. 홍 교수의 로멜라(RoMeLa·Robotics & Mechanisms Laboratory) 연구소는 7년여 동안 20가지 로봇을 개발했다. 뱀, 거미에서부터 영화 속 아이언맨처럼 보이는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는 로봇들이 바위 지역을 기어 오르고, 키보드에서 타자를 치고, 자신을 소개하고, 축구하는 장면들을 보여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홍 교수는 연례 국제 콘퍼런스인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 디스커버리 채널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미국 과학잡지 <포퓰러 사이언스> 는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 중 한 명으로 그를 꼽았다.
홍 교수의 로멜라(RoMeLa)에서 개발된 5피트 크기의 로봇 ‘찰리(CHARLI·Cognitive Humanoid Autonomous Robot with Learning Intelligence)’는 공상과학 영화 ‘아이언맨’과 ‘아이로봇(I, Robot)’에 나왔던 ‘NS-5’의 절충형이라 할 수 있다. 찰리가 3월 첫 발자국을 떼었을 때 인간 모습을 한 미국 최초의 로봇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로봇은 더 가볍고, 더 안전하며, 더 능력 있는 버전이 개발되고 있다. 장차 가정용이나 노인 및 장애인을 돌보는 용도로 사용될 전망이다.
포브스코리아는 세 차례에 걸쳐 홍 교수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가 한국계로 세계 로봇 연구의 선두주자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마침 미국 포브스도 5월 23일자에 그의 기사를 다뤘다. 그만큼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포퓰러>

로봇에 흥미를 느낀 건 언제부터인가?“일곱 살 때 영화 ‘스타워즈’를 봤을 때였다. 당시 영화에 등장했던 우주선과 로봇들은 숨을 멎게 할 만큼 황홀했다. 집에 오는 길에 로봇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그 결심은 지금까지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내가 개발한 일부 로봇이 당시 영화에 등장했던 R2D2·C3PO 같은 로봇들과 비슷한 이유다.”
영화 ‘스타워즈’ 본 후 로봇에 관심
로봇이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로봇은 쿨(cool)하다는 것 외에도 다양한 매력이 있다. 일단 다리와 바퀴를 가진 로봇이 움직이는 자체가 매력적이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우리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고, 어떤 식으로 잡일을 도와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로봇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로봇은 과학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설계와 디자인은 물론 컴퓨터공학과 인공지능, 센서와 소재 기술, 심지어 생물학과 화학까지 적용된다. 이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란 어렵다. 따라서 성공적인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선 각 분야 전문가들이 협력해 일하는 게 중요하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은 훌륭한 팀을 만들고 이들을 뭉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시스템 통합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로봇 연구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전 세계엔 환상적인 로봇 논문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뛰어난 보고서일지라도 실제 하드웨어로 구현할 때는 문제가 발생할 때가 많다. 이론이 뛰어나더라도 실생활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난 로봇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실험해 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걷고, 일하고, 등산하고, 미끄러지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다. 로봇은 아이디어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그것이 매력적이다.”
로봇을 통해 보람을 느낄 때가 많은가?

다양한 분야에 로봇들이 사용되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어디인가?“로봇 전문가들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펀딩이 많은 분야에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할애한다. 펀딩을 해주는 측에서 볼 때 로봇 연구에 투자해 실현 가능한 이익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돈을 벌 수 있는 잠재력이 얼마나 되는지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나 학계 등에서 투자 받을 때는 미래 로봇 과학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민간 분야에서 펀딩 받을 때는 집과 산업에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분야를 연구하는 편이다. 구체적으로는 제조업에 필요한 자동화 로봇, 가정에서 사용하는 로봇 청소기가 좋은 예다. 전반적으로 볼 때 군사와 의료 분야에서 로봇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발전 가능성도 크다. 그 분야들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펀딩이 많기 때문이다.”
곧 더 작고, 더 저렴한 로봇 등장
지난해 홍 교수 팀은 미 해군으로부터 26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 받는 큰 프로젝트를 따냈다. 함정 안에서 돌아다니며 불을 끄는 소방 로봇 개발이다. 찰리 로봇보다 근육이 더 발달한 ‘사피르(SAFFiR·Shipboard Autonomous Fire Fighting Robot)’가 그 주인공으로 2013년 완성될 예정이다.
이 로봇의 관절은 인간의 근육처럼 작동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이 로봇의 움직임은 훨씬 사람에 가깝다. 이 로봇은 첨단 화재 진압 소화기를 가지고 배의 좁은 통로에서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접시를 닦거나 지하실에 찬 물을 처리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해군에선 애초 소방호스 자체를 로봇으로 만들자고 했는데, 홍 교수 측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함정은 사람에 맞게 설계돼 계단이 있고 문턱도 높아 사람을 닮은 로봇이 유리하다는 게 이유였다.
언제쯤이면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생활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을까?“예측하긴 힘들지만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하다.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장애물이 많고 안전 문제도 있다. 아기에게 무거운 로봇이 갑자기 넘어지는 일이 생기길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비용 문제도 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쓸 만한 로봇 한 대를 사려면 비싼 스포츠카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더 작고, 더 저렴하며, 더 환경친화적인 로봇들이 등장할 것이다. 유비쿼터스 휴대전화가 도시락만 하다면 누가 쓰겠는가?”
홍 교수는 최근 18인치 크기의 인간과 비슷한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표준 부품으로 며칠 만에 조립이 가능하다. 이 로봇은 1.6㎓의 인텔 아톰(Atom) 프로세서, 평형 상태를 측정하는 자이로스코프(gyroscope), 가속도계, 물체 인식을 위한 2 메가 픽셀의 카메라 등을 장착하고 있다. 기성 제품으로 만들어진 이 로봇 가격은 1만2000달러에 불과하다. 로봇에 사용된 비용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싼 가격이다. 윌로우 개라지의 PR2 로봇의 경우 28만~40만 달러에 달한다.
로봇 연구에서 미국과 한국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자동화, 내비게이션, 조종 등 군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로봇 연구에선 미국이 최고다. 한국과 일본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서 앞서 있다. 유럽은 환경과 운송 분야에서 돋보인다. 최근 한국의 경우 정부 주도 아래 미국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는 한국이 로봇 강국으로 가는 데 일조할 것이다.”

한국은 빨리 성과 내려는 게 문제
재미 과학자로서 한국에 바라는 점은 없는가?“최근 한국에서 로봇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너무 이익을 빨리 보려는 데 집중하는 것 같다. 한국 로봇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결과를 빨리 보고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듯했다. 연구자들이 수익이나 결과물에 지나친 압박을 받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위험하다. 그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놓칠 수도 있다.”
홍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귀국했다. 한국에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미국 생활은 대학을 다니던 중 유학을 떠나며 시작했다. 홍 교수는 과학자 집안으로 유명하다. 아버지는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담당 부소장, 인하대 교수,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을 지낸 홍용식 박사다. 형 존 홍(한국명 홍준서)은 미국국방연구원(IDA), 누나 줄리 홍(한국명 홍수진)은 미국국립보건원(NIH)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도 영감을 받는 편인가?“난 가상현실보다 실생활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는다. 일상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으로부터 로봇 개발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예를 들어 다리가 세 가닥인 로봇의 경우 공원에서 한 어머니가 딸의 머리를 세 가닥으로 따주고 있는 데서 착안했다. 찰리의 무릎 관절을 디자인했을 때는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염소의 관절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공상과학 영화는 영감이 아닌 문제를 일으킨다(‘스타워즈’는 예외다). ‘터미네이터’와 ‘아이로봇’ 같은 영화를 보고 사람들은 종종 우리 로봇이 그들처럼 점프나 달리기를 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또 로봇이 사악한 존재로 그려지는데 그것이 우리 로봇에게 영향을 미칠 때도 있다(웃음).”
로봇 연구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없다. 그러나 단순한 로봇 개발보다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있다. 시각장애인 차를 개발한 것이 좋은 예다. 그것은 로봇이 아니지만 로봇 기술을 완전히 다른 곳에 적용한 사례다.”
시각장애인 차는 자동항법장치가 아니라 장애인이 직접 운전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유가 무엇인가?“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시각장애인의 커뮤니티를 밀접하게 연구했다. 그들이 직접 운전해야지 자유와 독립심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로젝트에 앞서 투자자인 NFB(시각장애인협회)는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시각장애인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가 길가에서 일반인에게 ‘시각장애인이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돌아온 대답은 바로 ‘운전’이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차를 개발한 것이다.”
로봇이 철학적이 되는 덴 관심 없어
올 1월 홍 교수가 선보인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는 무인자동차 기술을 활용했다. 주변 장애물들을 파악하는 다중감각 인터페이스를 장착했다. 예컨대 운전자는 특수 조끼를 통해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운전 지시를 받게 된다. 속도를 낮춰야 할 때는 조끼 한쪽이 진동하고 멈춰야 할 때는 전체가 진동하는 식이다.
홍 교수는 “이 차가 시각장애인을 도우려는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며 “이 차에 적용된 시스템이 일반 자동차에도 사전 경고 장치로 활용돼 안전 운행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운전뿐 아니라 보행 보조기 등에도 활용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로봇의 인공지능을 연구할 때 철학이나 인문학에 대해서도 연구하나?“사실 나는 인공지능 전문가라기보다 인공지능의 수요자다. 우리 로봇의 대부분은 완전 자동화로 움직인다. 나는 인간의 조종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로봇을 원한다. 하지만 난 로봇이 감정적으로 느끼거나, 창의적이 되거나, 철학적이 되는 것엔 관심이 없다. 난 단순히 로봇이 인간의 도구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李 자서전 읽었다는 이재용 회장…"고임금 일자리 창출 노력"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데일리
지드래곤, 8억8000만원 기부..'이 곳'에 쓴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스라엘,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 공습…총사령관 사망”(상보)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엠플러스자산운용 매각 결국 불발…"수의계약 전환 고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HLB테라퓨틱스, 3상 결과 기대로 상승…애드바이오텍 연속 上 종료 [바이오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