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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돈 모으는 데도 때가 있다

[Trend] 돈 모으는 데도 때가 있다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타잔’의 한 장면.

타잔이라는 캐릭터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존재다. 영국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모와 함께 타고 가던 배가 난파되고, 부모는 밀림에서 어린 타잔을 두고 죽고 만다. 타잔은 고릴라 틈에서 자라난다. 사람이 아닌 고릴라 품에서 자란 타잔은 고릴라와는 소통할 수 있지만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월트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타잔’을 보면 아름다운 제인과 한마디 한마디씩 대화를 이어가고 몸짓과 눈빛으로 사랑을 키워 가지만 타잔의 언어는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주 힘겹게 사람의 언어를 배워 나간다.

어린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다. 나이가 들어 언어를 접하게 되는 사람은 다르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밀림에 버려져 있다가 문명세계로 들어온 사람이나 동물이 키운 타잔, 늑대소년 등은 체계적 언어 습득이 쉽지 않다. 이런 내용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가설이 ‘결정적 시기’라는 개념이다.



돈에 대한 철학 청소년기에 배워야영어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이 이론적 배경으로 삼는 이 주장에 따르면 언어 습득을 위한 최적의 시기가 있다. 12세 이전이고, 12세가 넘으면 사람들은 제대로 언어를 습득하기 어렵다. 타잔이 사람의 언어인 영어를 배우기 힘든 것도 바로 결정적 시기인 12세를 넘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제2의 언어인 영어도 12세가 되기 전에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결정적 시기라는 개념은 언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지능력, 사회성 습득 등에도 적용된다. 아이들이 사회성을 습득해야 하는 결정적 시기가 5~6세이므로 이때부터 유치원에 보내야 하고, 4세 이전에 인지능력의 80% 이상이 결정되므로 유아 때의 환경과 교육이 평생의 학습능력을 결정한다고 한다.

결정적 시기라는 개념은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쉬운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자산관리 영역에서도 돈에 대한 배움의 결정적 시기와 생애 주기상 자산증식의 결정적 시기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 개념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먼저 돈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배우는 결정적 시기는 청소년기다. 돈으로 미국, 아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민족인 유대인이 돈, 금융에 대해 어떻게 자녀에게 가르치고 있는지 살펴보자.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해 가르친다. 돈은 소중한 것이고,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축복이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생후 8개월이 되면 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습관을 가르치고, 용돈을 주면 그 돈을 3등분해 기부와 저축에 3분의 2를 쓰고 나머지 3분의 1만 소비하는 습관을 익히게 한다.

유대인은 13세가 되면 ‘바 미츠바’라는 성인식을 치른다. 이때 친지가 주는 축의금을 통장에 넣어둔다. 이 돈을 주로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해 아이들이 자라 대학에 갈 때, 사회에 진출할 때 필요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다른 민족의 청년보다 10년 일찍 투자의 결과를 맛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가르친 돈에 대한 지혜가 평생을 가게 되고 그 지혜가 깊어짐에 따라 부자가 되는 것이다.

자식 사랑이나 교육에 대한 열정이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여러 번 언급할 만큼 우리나라 부모가 결코 덜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교육열은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수많은 사람이 자녀의 무분별한 소비습관과 용돈 사용 때문에 고민하면서도 금융이나 돈에 대한 교육은 대학 진학 후의 일로 생각하고 경제적 문제가 생기면 아빠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 결과 부족함 없이,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자녀는 경제적 어려움을 헤쳐 나갈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고 젊은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있다. 언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면 고생하게 되는 것처럼 어릴 때 돈에 대한 건강한 태도와 지혜를 습득하지 못하면 평생 돈 때문에 고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생애주기(라이프사이클)에서 자산증식의 결정적 시기가 있다. 생애주기 측면에서 자산증식의 결정적 시기는 소득이 있는 미혼 때부터 자녀가 입학해 사교육비가 본격적으로 지출되기 전까지다. 인생주기를 살펴보면 소득이 지출보다 많은 시기가 있고, 지출이 소득을 초과하는 시기가 있다. 지출보다 소득이 많아야 저축할 수 있는데, 자녀의 사교육이 시작되는 시점이 되면 저축할 여력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직장 직급이 낮고 경력이 부족해 소득 규모는 작을 수 있지만 저축할 수 있는 잉여가 가장 클 때가 결혼 후 맞벌이하면서 자녀가 출생하기 전, 자녀가 취학해 사교육비가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다. 이때 부부가 알뜰살뜰 아껴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투자하면 종잣돈을 마련하게 되고, 이 돈이 평생 자산을 불려 나갈 수 있는 밑천이 된다. 그러나 젊은 날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평생에 한 번밖에 없는 신혼생활을 화려하게 보내기 위해 소득에 걸맞은 지출을 해버리면 생애 가장 중요한 자산증식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게 된다.



준비된 사람에겐 때가 다시 온다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가 이미 두 가지 결정적 시기를 놓쳐 안타까워할지 모른다. 하지만 결정적 시기 가설이 가진 중요한 맹점 중 하나는 결정적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언어 습득이나 사회행동 학습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나이가 들어 탁월한 언어능력을 가지게 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어릴 때 ‘왕따’로 살다가 멋지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다. 필요한 건 ‘돈의 지혜를 배우고 자산증식을 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를 놓쳤음을 인지하는 것과 늦었지만 ‘돈’과 ‘금융’에 대한 체계적 학습을 통해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투자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나가려는 노력이다.

‘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변화하는 경제 환경은 수없이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20여 년 동안 계속된 미국의 경제호황이나 2000년 이후 금융위기까지 등락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상승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활황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그리고 외환위기나 금융위기가 수많은 부자를 탄생시켰듯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시간도 분명히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때 우리는 또 다른 자산증식의 결정적 시기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자산증식의 결정적 시기가 다시 나를 찾아왔을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미리 체크해 보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소중한 기회를 또다시 놓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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