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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ets travel] 우주개발 경쟁 ‘2막’

[rockets travel] 우주개발 경쟁 ‘2막’


NASA 우주왕복선의 임무 종료로 그 공백을 기업들이 메운다. 신종 ‘우주 카우보이’들과 함께 한 짜릿한 훈련 체험기



보이지 않는 손이 얼굴과 가슴을 짓누른다. 시야가 흐려지면서 세상이 잿빛으로 바뀌고, 뇌는 산소를 달라고 아우성친다. “부탁 하나 할까요?”라고 교관이 말했다. “눈을 부릅뜨려고 노력해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다는 인체 원심분리기 속에 갇힌 상태에서다. 7.6m 높이의 강철 곤돌라로 우주비행 조건을 구현하는 고중력 시뮬레이터다. 우주비행기 스페이스십2(SS2: 탑승석과 휘어진 날개를 갖춘 하얗고 통통한 미사일 형체)를 타고 마하3의 속도로 비행하는 가상체험을 할 동안 교관은 커다랗고 빨간 ‘긴급 중지’ 단추가 설치된 작은 방에서 웅크리고 앉은 채 나를 지도한다. 시뮬레이터는 1인용의 둥근 선체로 펜실베니아 턴파이크 부근의 창고에 있다. 그런데도 느낌은 실제 우주와 같다. 흉골을 통해 체중의 여섯 배 중력이 느껴진다.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에서 받는 중력의 두 배다. 약 1분 뒤 엔진이 꺼지면 체험자는 별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날아다닌다. 물론 몸이 견뎌냈다면 말이다.

이곳은 필라델피아 외곽에 있는 민간시설인 미 항공우주 훈련연구센터(NASTR). 내 몸이 우주비행에 적합한지를 알아 보는 중이다. 작가 톰 울프가 그의 소설에서 화성탐사 우주인에게 필요하다고 말한 “아무런 비판 없이 기꺼이 위험에 맞설 의지” 같은 거창한 자질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단지 앞으로 닥칠 상업 우주시대를 맞이할 패기가 내게 있는지 시험하려 한다. 옛 필름에 등장한 NASA의 영웅만이 아니라 누구나 은하계를 탐험하고 거주하는 시대를 대비해 우주인 훈련을 받고 싶었다.

이제 NASA는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의 종료와 함께 지난 반 세기에 걸친 미국인 우주여행자의 유일한 서비스 공급업자의 임무를 끝낸다. 그 대신에 제휴사, 후원자, 민간업자의 경쟁자라는 어색한 역할을 새로 떠맡게 된다. 보잉 같은 전통 깊은 기업부터 스페이스X 같은 신생업체까지 12개가 넘는 회사가 우주왕복선을 대체할 우주비행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프로그램에 수억 달러를 지원하는 오바마 행정부는 앞으로 NASA가 자체 장거리 우주선을 개발한다고 해도 민간업체의 우주선을 사용하길 기대한다.

그보다 더 흥분을 자아내는 변화는 연구와 관광 영역에서 일어날 전망이다. 10년 뒤인 2021년까지 이 시장의 규모는 매년 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리라 추정된다. 일반인(하지만 부자다) 수백 명이 이미 우주비행을 예약했다(1인 요금 9만 5000~20만 달러). 내년에는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이 첫 손님들을 우주로 올려 보낼 계획이다.

NASTR가 유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업 우주산업에는 관광객을 보살피는 무중력 전문가, 연구자, 그들과 관련된 회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이 버즈 올드린(두 번째로 달착륙에 성공했다) 같은 전문 우주인이 될 필요는 없다. 왕복선 프로그램의 종료로 NASA의 우주인은 지난 10년 동안 50% 넘게 줄었다. 인데버호의 선장 마크 켈리가 가장 최근 퇴역을 신청한 역전의 우주인이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민간인을 지구 궤도에 올려 보낸 스페이스 어드벤처스의 에릭 앤더슨 사장은 “머지않아 정부의 우주비행사보다 민간회사 소속 비행사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NASA와 민간 우주전문가의 관계는 현재 미 국방부와 민간 용병의 관계와 흡사해질 듯하다. NASA 승무원 운영책임자이자 대변인인 재닛 캐번디도 “그런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상업 우주회사들이 직원을 어떻게 준비시키는지 살펴보려고 준궤도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를 위한 3일간의 NASTAR 인증 과정에 신청했다. NASTAR은, 2006년 우주비행 시뮬레이터 제조업체 인바이런멘털 텍토닉스가 시범 목적으로 설립한 기관이다. 2010년 민간회사 중 처음으로 연방항공청(FAA)의 우주비행 훈련 인가를 받았다. 현재는 훈련 과정 이수가 선택 사항이지만 규제당국은 민간회사의 허가 조건으로 직원의 훈련과정 이수를 의무화할 가능성이 크다. FAA의 상업 우주교통 담당 부청장 조지 닐드는 “현재는 기본적으로 각 회사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니, 각 회사에 맡긴다고? 불안한 생각이 든다. NASA는 최고 전문가 중에서 우주인 후보를 선발해 적어도 2년을 훈련시킨다. 그런 철저한 준비에도 우주 시대가 도래한 이후 NASA는 우주인 24명을 잃었다. 지난 5월 NASTAR에서 나를 지도한 글렌 킹 교관은 상업 우주산업의 상대적 위험성을 솔직히 인정했다. 미 육군 특전대 교관 출신으로 NASTAR의 훈련 과정 수립에 참여한 그는 “우주비행의 성격상 사고를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위험과 수익 사이에서 도덕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그런 균형이 과연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동료 훈련생 중 과학자가 두 명으로 그들은 이미 우주비행 티켓을 예매했다. 우주산업 관련 회사의 CEO도 두 명이다. 나머지 두 명은 록히드 마틴의 엔지니어 출신과 초대 직업 우주인이 되려는 젊은 공무원이다. 그들은 미국의 상상력을 증대하는 촉진제로 홍보되며 미국의 우주개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분야로 진출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산업은 상당히 취약하다고 킹이 말했다. “처음으로 우주선을 꽉 채워 띄웠다가 인명사고라도 나면 민간 우주산업은 곧바로 끝장이다.”

우주 훈련은 하고 싶다고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청 자격을 얻으려고 수많은 동의서에 서명하고, 우울증을 포함한 어떠한 부적격 장애도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다. 검진의는 내 몸의 여기저기를 쿡쿡 찔러댔다. 마침내 ‘항공사에게’로 시작하는 사무적인 편지에 3등급 의료 인증서가 날아왔다. NASTAR는 내 몸에 맞는 검은 비행복을 맞춰줬다.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훈련을 시작했다. 고도 적응훈련이다. 선박 컨테이너와 흡사한 방이다. 산악인들이 말하는 ‘죽음 지대’인 해발 7.6km의 조건을 재현한 장치다. 거기서 5분만 숨쉬면 산소가 고갈된다. 술에 취한 듯 이성이 흐려지면서 킹 교관이 말하는 “유용한 의식”이 꺼져 간다. 이 상태에서 행복감을 느끼거나 난폭해지는 사람도 있다. 킹은 거의 모두가 “멍해진다”고 말했다. 불운한 몇몇은 고막이 파열되거나 혈관이 터지거나 이가 바스러지기도 한다. 체내의 공기포가 세 배로 불어난다. 이곳에서 사고가 생겼을까? 킹은 “거짓말하지 않겠다”며 어금니가 부셔지면 절대 삼키지 말고 내뱉으라고 말했다. 동맥이 팽창하면 “즉시 구급차를 타야 한다.” 가장 가까운 병원이 12분 거리에 있다.

그렇게 엄포를 놓지만 실제 훈련은 시시하다. 고도 적응실에서 우리는 휴대전화로 장난을 치고 사진 찍고 방귀를 뀌어댔다(체내 기포의 팽창에서 오는 고통을 완화하려는 본능이다). 다음날 초기 우주 영웅들의 사진이 즐비한 긴 복도를 지나며 시뮬레이터에 들어갈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분위기는 긴장이 감도는 케네디 우주센터보다는 우주비행광의 마흔 번째 생일파티 같았다. 라운지에 모여 가죽 소파에 편히 기대앉아 차례를 기다리면서 원심분리기 속의 실황을 TV로 지켜봤다. 한 명은 동물 인형과 영화 ‘탑건’의 주제곡을 들려주는 휴대전화를 몰래 반입했다. 50대 중반의 사업가는 무중력 체험에 이르자 주머니에서 도넛을 꺼냈다. 그는 “호머 심슨(애니메이션 시트콤 ‘심슨 가족’의 등장인물로 늘 도넛을 축내며 빈둥거린다)을 위한 작은 실험이야!”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시뮬레이터에 들어가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올법한 의자에 몸을 묶어 고정시킨 뒤 초조하게 횡설수설했다. ‘철컥’ 하더니 우르릉 소리와 함께 내가 가상으로 탄 비행기가 모선에서 떨어져 나갔다. 불길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마지막 ‘제로’에 추진체가 점화됐고 7초 만에 나는 초음속으로 비행하면서 몸이 팬케이크처럼 납작해졌다. 킹 교관은 “제발 숨 좀 쉬라”고 말했다. 약 1분 뒤 짓누르는 중력이 사라지면서 별들이 보였다.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기 전엔 지구의 우아한 둥근선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중력이 몸을 짓눌렀다. 그리고는 녹음된 여성 음성이 들렸다. 예전엔 극소수의 우주 영웅만 듣던 말이었다. “지구 귀환을 환영한다, 우주비행사.”

번역 정세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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