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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es] 안방서 인텔·나이키·미국 펀드에 투자

[Riches] 안방서 인텔·나이키·미국 펀드에 투자

종합상사에서 수십 년간 근무한 K씨는 미국 경제와 산업의 트렌드에 조예가 깊은 편이다. 그는 미국에 상장돼 있는 글로벌 회사의 주식을 직접 사고판다. 아이폰4와 아이패드2의 인기를 보며 애플사의 주식을 사들였다. 500달러 선이 무너지자 빠질 만큼 빠졌다는 판단 아래 구글 주식을 매입했다. K씨는 인텔·나이키·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의 주식 가운데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되는 주식을 골라 투자하고 있다. 지금은 침체를 딛고 부활하는 GM·포드 등의 자동차 기업 주식에 투자할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K씨가 미국에 상장돼 있는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안방에 앉아 PC에 설치한 홈트레이딩시스템으로 국내 주식을 사고팔듯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거래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마다 앞다퉈 해외 주식거래 창구를 강화하고, 미국·일본· 중국은 물론 유럽·동남아시아 국가의 주식도 거래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강화한 덕이다.



환율 변동 위험 주의해야해외주식에 투자할 때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우선 반드시 해당 통화로 환전해 투자해야 한다. 환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다. 미국시장에서는 미국 달러로 거래하는 게 당연하지만 중국 주식시장의 경우 거래통화가 다양하다. 내국인 시장은 중국 위안화로 거래하지만 외국인이 거래하는 시장에서는 외화로 거래한다. 홍콩시장과 선전시장은 홍콩달러로 거래한다. 상하이시장에서는 미국 달러로 거래한다. 최초 투자 시점의 환율과 매도 시점의 환율이 해외 주식투자의 손익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주가 자체의 변동성과 환율 변동에 따른 변동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세금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 상장된 주식을 장내에서 거래할 때는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 해외 주식을 매매함에 따라 발생하는 양도차익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양도소득세 기본 공제금액인 연간 250만원을 초과한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20%와 주민세 2%, 총 22%의 세금을 신고·납부해야 한다. 대부분의 증권사에서는 양도소득세 대행신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연간 종합소득이 8800만원이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 최고 세율에 해당하는 투자자는 해외 펀드 투자로 종합소득세 38.5%의 과세 대상이 되는 것보다 양도소득세 22% 과세 대상이 되는 게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정보 부족도 극복해야 한다. 개장시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주식시장을 보면서 투자하기가 편하지는 않다. 뉴질랜드 주식시장이 오전 7시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일본 오전 9시, 홍콩 오전 11시, 영국 오후 4시, 미국 오후 10시30분 개장한다. 실시간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을 커버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각국 언어로 나오는 뉴스, 분석자료, 리포트 등을 소화하기도 만만치 않다.

안방에 앉아 해외 주식만 거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주식 관련 다양한 상품도 사고팔 수 있다. L씨는 지난해 희소금속에 대한 중국의 횡포에 가까운 수출 제한 정책을 뉴스로 접하고 투자 기회라고 여겼다. 종합상사에 근무하며 자원개발 관련 일을 해왔던 L씨는 중국이 희소금속에 대한 통제를 쉽게 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걸 투자에 연결시킬 방법을 찾던 중 희소금속 관련 ETF(상장지수펀드)가 미국에 상장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REMX’라는 이름을 가진 ETF로 미국·일본·중국 등 세계 희소금속 관련 기업으로 구성된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였다.

L씨는 곧바로 투자했다. 지난해 상장한 REMX ETF는 50% 가까이 올랐다가 그리스 채무위기 등으로 현재는 30% 정도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이 희소금속 수출 한도 설정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이와 관련된 ETF의 투자 수익률은 괜찮을 전망이다.

REMX ETF 투자에 성공한 L씨는 이와 비슷한 종류의 ETF에 흥미를 느끼고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금에 투자하는 ETF가 대안일 수 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금괴(골드바)에 직접 투자하는 ETF, 금 선물에 투자하는 ETF, 금광산 주식에 투자하는 ETF다. 금 ETF 중 가장 대표적 상품으로 금괴에 직접 투자하는 ‘GLD’라는 게 있다. 이 펀드 하나가 무려 1100t이 넘는 골드바를 은행금고에 실물로 보관하고 있다. 금 선물에 투자하는 DGL ETF, 금광산 관련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GDX ETF 등 많은 종류의 금 투자 관련 ETF가 미국 시장에 다수 상장돼 있다.

ETF는 1% 이내의 낮은 수수료율과 투명한 수익구조 덕분에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ETF시장에 유입된 자금만 1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ETF의 수도 1000개가 넘는다. 예를 들어 S&P500 지수에 세 배의 레버리지를 적용하고 있는 ‘UPRO’ ETF는 S&P500지수가 2% 오르는 날에는 6% 상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USO’ ETF는 WTI(서부텍사스유) 선물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대표적 원유 관련 ETF다. 천연가스 선물에 투자하는 UNG ETF, 석탄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KOL ETF도 거래된다.



다양한 ETF도 해외 투자의 매력L씨는 이런 다양한 ETF에 투자하며 스스로 펀드를 만들어 일반 펀드보다 더 좋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예를 들어 원자재펀드에 가입하는 대신 DBA ETF(농산물), GLD ETF(금), USO ETF(유가)에 분산 투자해 훨씬 낮은 수수료로 높은 투자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각 ETF의 비중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시장에는 여전히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만약 편입된다 하더라도 FTSE 선진국시장 지수를 참고로 하면 그 비중은 1%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진국지수의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미국시장을 비롯한 유럽, 일본, 중국 주식시장에는 국내시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투자 기회가 펼쳐져 있다.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강남 부자들은 해외 펀드의 틀에서 벗어나 해외 주식 또는 주식 관련 상품에 직접 투자해 또 다른 투자의 장을 펼쳐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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