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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모든 사고에는 전조가 있다

[Trend] 모든 사고에는 전조가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일어난 많은 사고와 재해를 두고 인재(人災)냐 천재(天災)냐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이미 존재했던 수많은 경고의 소리가 무시됐고, 기본적인 예방 시스템이 작동지 않았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사진은 우면산 산사태로 피해를 본 아파트.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 손실통제 부서에서 일하던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사례를 분석하면서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불리는 통계적 법칙을 발견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인리히 법칙은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걸 경고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이후 노동현장에서의 재해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나 재난, 또는 사회적·경제적·개인적 위기나 실패와 관련된 법칙으로 확장돼 해석되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 무시한 우면산 산사태2011년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일어난 많은 사고와 재해를 두고 인재(人災)냐 천재(天災)냐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이미 존재했던 수많은 경고의 소리가 무시됐고, 기본적인 예방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우면산 산사태를 살펴보면, 하인리히 법칙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전에 재난을 예고하는 여러 가지 신호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이미 산사태를 한 번 겪었으면서도 산사태 위험 1등급이라는 위험표시는 무시됐고, 기상청의 폭우 예보에 담당자들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산사태가 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나무를 제거해 달라는 시민의 요구는 무시됐고, 산림청이 보낸 산사태 경고 메시지는 엉뚱한 사람에게 전달됐다.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와 뒤이은 벤처버블 붕괴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적인 영역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힘으로 다가오는 수많은 위험과 재난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이런 경제적인 위기는 자연재해가 반복되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발생하곤 한다. 도산한 기업들, 문 닫은 가게들, 늘어나는 노숙자와 청년 실업자들, 폭우와 산사태 속에서 생겨난 수재민들을 안타까움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일이 타인의 삶이 아니라 나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구조적인 위험을 겪으면서 같은 고통 속에 빠져드는 건 아니다. 앞으로도 반복될 이런 위기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소한 사고나 경고를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생각해 보고 가정경제에도 이를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가정경제 생활에서 미리 들려오는 사소한 경고는 대개 이런 것들이다. 월급을 받고 난 후 잔액이 바닥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진다. 대출 신청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던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가끔 신용카드 서비스까지 사용하게 된다. 물건을 살 때는 결제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일시불보다는 할부구매를 선택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돈 때문에 짜증 내는 일이 잦아진다. 은행 CD기에서 돈을 찾으려고 하는데 잔액이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접하곤 당황하는 일이 생긴다.

이런 일이 반복될 때 가정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정리해 보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의 악순환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폭우가 내리는 것처럼 금융위기 같은 외부의 충격이 가해지면 가정경제는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인 고통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런 일상의 신호가 감지될 때, 그리고 그런 문제가 없는 평상시라 하더라도 가정경제는 주기적인 안정성 점검이 필요하다. 기업의 안정성을 체크할 때 부채비율, 유동성비율 같은 걸 점검하듯 가정경제의 안정성을 점검해 보기 위해서는 첫째, 부채 부담 정도가 월 상환능력 범위 내에 있는지, 둘째, 비상시 쓸 여유자금은 있는지, 셋째,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보험가입은 적정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체크포인트는 부채비율이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거나 실직하거나 소득이 줄면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이 있다. 담보로 제공한 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지거나 집을 헐값에 팔아야 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부채비율은 소비자 부채비율과 총 부채비율로 나눌 수 있다. 소비자 부채비율이란 자신의 소득 중에서 자동차 할부금, 카드 할부금, 신용대출 원리금 등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소득의 몇 %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월 소득 500만원인 사람이 매월 100만원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다면 소비자 부채비율은 20%가 된다. 소비자 부채비율의 상한선은 20%로 이 비율을 넘으면 위험하다.



소비자 부채비율 상한선은 소득의 20%총 부채 상환비율은 소비자 부채비율에 주택 관련 대출을 합한 금액으로 총 소득 대비 40% 이내에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즉 소득 대비 부채 상환비율이 40%를 넘어간다면 금융위기가 닥쳐올 때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때 무리한 담보대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의 모습, 최근 금리가 인상되면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하우스 푸어의 탄식은 월 상환능력을 넘어선 과도한 대출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현재의 소득으로 충분히 빚을 감당할 수 있더라도 부채비율은 적정하게 유지해 나가는 게 산사태 같은 경제적인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견뎌낼 수 있는 방법이다.

비상자금 마련으로 적절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상자금이란 가계 소득원의 실직이나 질병, 사고 등에 따른 일시적인 수입의 중단에 대비해 생활비나 병원비 등을 미리 마련해두는 것이다. 이런 자금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일시적인 실직이나 사고, 질병에도 가정경제의 틀이 흔들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금액 기준은 매월 지출하는 금액의 3개월분 정도면 적당하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수도 있지만 아직 발생하지 않은 위험 때문에 이자가 제대로 지급되지도 않는 단기 금융상품에 큰 금액을 넣어둘 필요는 없다. 다만, 금융자산을 투자상품 위주로 운용하는 사람들은 비상금이 필요한 시기에 큰 손실을 보고 정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예·적금을 중심으로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사람보다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비상자금 비중을 조금 높여 최대 6개월분 정도를 준비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검토해야 할 내용이 보험 가입의 적정성이다. 보험은 외부적인 위기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내부적인 리스크에 속하는 사항이지만 가정경제의 안정성 측면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위기 때 이런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내부적인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적절한 준비가 필요하다. 질병이나 사고의 경우 지급해야 할 병원비 상당액을 보장해 주는 실손의료비보험을 중심으로 거액의 치료비가 필요한 주요 질병에 대해 추가적인 보장을 준비하는 게 좋다. 가장의 사망에 대비해서는 정기보험이나 종신보험을 준비해야 한다. 경험칙에 따르면 통상 3년에서 5년치의 연봉에 상당하는 금액을 사망보험금으로 준비하는 게 합리적이다.

자연재해와 산업재해를 비롯해 우리는 다양한 내외부적 위험 속에서 살아간다. 이런 위험이 재난으로 현실화되는 걸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사전에 들려오는 다양한 경고의 메시지를 무시하지 않아야 하고, 일상적인 예방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작동시켜 나가야 한다. 가정경제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도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신호가 감지될 때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300번의 징후를 무시하지 마라’ ‘안전한 시기에 예방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가동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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