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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중소기업과 손잡고 신소재 개발

[Company] 중소기업과 손잡고 신소재 개발

포스코가 개발 중인 스마트 강판을 활용해 만든 자동차 차체. 스마트 강판은 아연도금 강판에 비해 내구성이 좋다.

7월 26일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노루코일코팅 기술연구소. 도료 전문기업 노루코일코팅의 김갑용 연구개발팀장을 비롯한 6명의 연구원은 12시간 가까이 연구소 밖을 나가지 않았다. 연구팀은 온종일 강판을 닦고 그 위에 표면처리제를 발랐다.

김갑용 팀장은 “화장하기 전 얼굴을 깨끗이 씻는 것처럼 표면처리제를 바르기 전 강판을 세척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강판에 화장을 하고 다시 닦는 일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공동 개발한 특허 공동 소유이들이 연구 중인 프로젝트는 일반 철판, 아연도금 강판에 이어 3세대로 불리는 ‘스마트 강판’용 표면처리제 개발이다. 스마트 강판은 포스코가 노루코일코팅 등 20여 곳의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강판이다.

스마트 강판은 도금과정에 아연만을 사용하지 않고 마그네슘을 혼합한다. 일반 철판은 출고 몇 시간 후부터 부식이 시작되고 아연도금 강판은 약 500시간 후부터 녹이 슨다. 하지만 스마트 강판은 1000시간까지 부식을 견딜 수 있다. 문제는 마그네슘 자체에 습기가 많아 강판 표면이 검은빛을 띠는 ‘흑변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당연히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포스코-노루코일코팅’ 공동개발팀은 표면 코팅 처리를 통해 흑변현상을 막고 품질을 오래 지속시키는 새로운 표면처리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는 미래 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WPM(World Premier Materials·세계 일류 소재) 사업의 일환이다.

소재 분야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바람이 불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신소재 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연구기간이 길고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소재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인 분야 중 하나다. 소재기업을 지원하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부품소재평가팀 정중채 팀장은 “세계적 소재기업 고어사의 경우에도 고어텍스라는 핵심 소재를 개발하는 데 19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친다면 연구 기간을 단축하고 기술 교류를 통해 실패 위험성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R&D(연구개발) 단계지만 포스코는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2018년 스마트 강판으로만 매출 4조2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 강판용 표면처리제의 경우 매출 2200억원 정도를 전망한다. 포스코 건식코팅연구프로젝트팀 곽영진 박사는 “친환경 스마트 표면처리 강판은 아직 상용화된 적이 없는 미래형 소재인 만큼 기술개발이 끝나 세계 최초로 상용화될 경우 미래 강판 소재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가전산업 등의 소재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여 기술 및 가격경쟁력 강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허 협력에서도 진일보한 움직임이 보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 연구를 통해 소재를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연구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특허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얘기다. 소재 분야 중소기업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 연구원은 “대기업과 공동 개발을 했다가 특허 문제로 곤란에 처한 중소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연구는 함께해 놓고 대기업 이름으로만 특허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특허 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중소기업 입장에선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기술 교육 확대포스코와 노루코일코팅은 일찌감치 특허권 협약에 합의했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를 공동 소유하고 기술의 판매 및 이전에 대해서는 경쟁업체에 노출되지 않는 범위에서 노루코일코팅이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노루코일코팅 최명희 기술연구소장은 “공동개발의 경우 특허 문제로 중소기업이 곤란해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특허 관련 협약을 명확히 하니 파트너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포스코 기술진은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을 방문해 기술 조언을 해주고 관련 시스템 구축을 돕고 있다. 대원강업 관계자는 “경험이 많은 대기업으로부터 조언을 받으니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연구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7월에는 일본의 마그네슘 전문가를 초청해 협력사를 대상으로 기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포스코는 올해도 공동개발 중소기업 20여 곳을 모아 스마트 강판 개발을 위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스코 초경량 마그네슘 사업단 서강렬 사무국장은 “중소기업과 기술 협력이 잘 돼야 뛰어난 소재도 만들 수 있는 만큼 중소기업에 필요한 기술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소재 분야의 경우 대·중소기업 공동개발은 대기업에도 이익”이라고 말한다. “신소재의 기초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소재 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신소재를 개발하는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면 기술개발에 드는 연구비는 물론 개발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포스코 스마트강판사업단 장재민 사원은 “이럴 경우 기술 및 시장 선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매우 비효율적인 연구개발이 되거나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소재산업은 후방산업 파급효과가 큰 만큼 앞으로도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 협력해 경쟁력을 쌓아간다는 것이 포스코의 방침”이라며 “중소기업과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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