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서도 주가 급등한 에스엠 - ‘아이시테루’(사랑해요) 함성 속 글로벌 기업으로
폭락장에서도 주가 급등한 에스엠 - ‘아이시테루’(사랑해요) 함성 속 글로벌 기업으로
‘치명적 매력을 가진 나쁜 남자’.
올 6월 한 증권사가 낸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분석 보고서의 제목이다. 보고서를 쓴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실적 추정은 어렵고 대주주와 임원은 주식을 팔고 주가는 정체돼 있다”며 에스엠을 ‘나쁜 남자’에 비유했다.
실제로 2010년 중순 김영민 에스엠 대표 등 임원 네 명이 9만 주를 매도한 것을 시작으로 주가가 오를 만하면 에스엠 주요 주주들의 매도가 이어졌다. 최대주주인 이수만(59) 프로듀서는 지난해 12월 16일 보유하던 450만 주 중 50만 주를 대량 매도했다. 임원 4명은 올 초 추가로 6만 주를 내다 팔았다. 주요 주주였던 네오위즈벅스는 올 5월 보유지분 48만 주를 전량 매도했다. 주가는 2만원 선에서 급등락을 반복했다.
그러던 에스엠 주가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 치웠다. 이 회사 주가는 8월 19일 장중 3만7950원을 기록했다(종가는 시장 전체의 폭락세에 영향을 받아 3만2950원에 그쳤다). 종전 각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3만~3만3000원 정도였다. 지분 24.7%를 보유한 이수만 프로듀서의 주식 평가액은 한 달 사이 400억원이 늘었다. 대우증권은 8월 18일 에스엠 목표주가를 4만2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에스엠 소속 가수 일본 시장 안착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정상급 가수를 보유한 에스엠이 국내 방송·연예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하지만 그간 증권시장에서 에스엠은 ‘그저 그런’ 종목이었다. 지난 1년간 주가는 1만5000~2만원 박스권을 좀처럼 돌파하지 못했다. 이 회사는 2006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보다 2009년 흑자 전환했다.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은 2010년이었다. 지난해 에스엠 매출은 864억원, 영업이익률은 26%였다. 성공적인 해외시장 개척이 실적 개선의 주된 요인이었다. 증권가도 일제히 에스엠에 대한 재평가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최근 주가 상승이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인 실적 호조에 대한 기대감을 깔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스엠이 성장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에스엠의 R&D(연구개발)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에스엠에 R&D는 연습생 등 인재를 발굴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키우는 능력을 말한다. 이 부문에서 에스엠이 국내 최고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여기에 충성도 높은 10~20대 국내 팬을 확보하고 있고 일본, 중국, 동남아뿐 아니라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콘텐트와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았다. 올 6월 성황리에 끝난 ‘에스엠타운 파리 공연’이 방증이다.
증권가가 에스엠에 주목하는 이유, 최근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가 바로 탄탄한 ‘상품(아티스트)’을 바탕으로 한 ‘해외시장’에 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에스엠의 해외 매출액은 2006년 48억원에서 2009년 158억원, 지난해 368억원으로 추정된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6년 17%에서 지난해 43%로 증가했다.
특히 일본 시장이 좋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에스엠은 올 상반기에만 일본에서 동방신기 28만 장, 소녀시대 37만 장의 음반을 판매했다. 곧 발간될 샤이니의 일본 싱글 앨범은 12만 장이 선주문됐다. 김창권 연구원은 “2012년 실적에 반영될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의 일본 음반 판매량은 202만 장으로 추정된다”며 “2009년의 두 배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올해 음반 판매량을 내년 실적으로 보는 것은 에스엠이 해외 매출을 수익 발생 2분기 후 실적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음판 판매뿐 아니라 콘서트 ‘티켓 파워’ 역시 확인됐다. 에스엠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확정된 일본 공연 규모만 43만 명”이라고 밝혔다. 보아, 동방신기에만 의존했던 일본 시장에 소녀시대가 안착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소녀시대의 경우 올 5~7월 가진 14번의 콘서트가 모두 매진됐다. 여기에 슈퍼주니어와 샤이니 등도 일본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일본에서 팔리는 상품 포트폴리오가 확대된다는 의미다. 공태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소녀시대의 일본 정규앨범 판매량이 예상을 초과하는 등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입해 향후 케이팝(K-POP)이 확산하는 데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조사회사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따르면 일본 오프라인 음반시장은 한국의 66배, 전체 음악시장은 15배 규모다. 에스엠 소속 가수가 일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 앨범 판매나 콘서트 외에 다양한 수익 모델이 열린다. 일본 음악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디지털 음원, 공연이나 뮤직비디오를 담은 DVD 시장도 노릴 수 있다. 이 외에 화보집, 캐릭터 상품, CF 출연 등을 통한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9월 2일부터 사흘간 일본 도쿄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SM타운 합동공연’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5만 명을 수용하는 도쿄돔에서 사흘간 동원 가능한 관객은 15만 명. 이 공연에서 에스엠의 ‘일본 티켓 파워’뿐 아니라 새 상품인 샤이니와 슈퍼주니어의 일본 시장 안착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 성장기에 진입”해외 부문뿐 아니라 국내 환경도 에스엠 주가에 우호적이다. 4개의 종합편성채널이 올 하반기 말 개국하면 매체 증가에 따라 에스엠 소속 특급 아티스트의 출연료가 상승하고 활동 영역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경쟁 회사이자 국내 2위 음악기업인 ‘YG엔터테인먼트’가 곧 상장될 예정이어서 음악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SK증권의 이현정 연구원은 “YG엔터테인먼트가 상장될 경우 대형 기획사들의 주식시장 진입으로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산업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스엠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리스크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에스엠은 소속 가수들의 흥행에 연동해 매출이 변하는 회사다. 현재 국내외 시장은 모두 긍정적이지만 흥행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다.
또한 인적 비즈니스가 주업이기 때문에 스캔들, 팀 해체 등 통제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안고 있다. 연예계 특성상 정확한 매출 관련 데이터를 확인하기도 힘들다. 애널리스트들이 “에스엠 실적을 추정하고 분석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푸념하는 이유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8회 로또 1등 ‘3·6·13·15·16·22’
2“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3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4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5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
6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7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8"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9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