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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기차 공세에 일본 업체 긴장

독일 전기차 공세에 일본 업체 긴장

닛산(日産)자동차의 ‘리프(Leaf)’, 미쓰비시(三菱)자동차의 ‘i-MiEV’ 등장으로 일본은 전기자동차(EV·Electronic Vehicle)의 종주국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됐다. 미국에서도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와 같은 EV 벤처기업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유럽 쪽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독일 브랜드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7월 29일 BMW는 환경을 생각한 서브 브랜드 ‘i’를 출범하면서 i 패밀리의 선두에 설 컨셉트카 두 차종을 선보였다. 프레젠테이션에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이 모두 참가하는 등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차체까지 전기차 전용으로 만들어BMW는 EV ‘i3’와 PHV(Plug-in Hybrid Vehicle) ‘i8’ 두 차종을 선보였다. EV i3는 2013년 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량 후축(後軸)에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용으로 고안했다. 차량 탑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외부 서비스와 접속할 수 있는 등 기존 BMW 차량에는 없던 새로운 기능을 넣은 것도 눈에 띈다.

BMW EV의 가장 큰 특징은 EV 전용으로 설계한 차체 구조다. 알루미늄 프레임에 리튬-이온 전지를 내장해 충돌 안전성까지 만족시킨다. 그 위에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차체를 탑재해 넓은 내부 공간을 확보했다. 탄소섬유로 짠 천은 섬유 배향(配向)을 45도씩 틀면서 겹으로 짰기 때문에 경량화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강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BMW는 이전부터 스포츠카의 지붕에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을 채용해 왔다. 하지만 i3는 차체 전부를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SGL 오토모티브 카본 파이버스와 합병해 설립한 공장에 생산성이 높은 RTM(Resin Transfer Molding) 공법에 따라 생산 라인을 설치하고, 미쓰비시 레이온과 SGL 그룹의 합병 기업으로부터 섬유용 원사를 제공 받는다.

차량 탑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도 눈여겨볼 만하다. 차량 내부 검색 시스템으로 식당을 찾으면 내비게이션이 그 식당 근처의 주차장까지 안내한다. 이 기능을 태블릿 PC와 연계해 차량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도 있다. 주차 후 ‘뚜벅이 모드’로 전환해 식당까지 안내하는 서비스도 있다. IT 분야 강화를 위해 BMWi 벤처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해 정보 서비스 제공 기업에도 출자했다.

i 브랜드가 특이한 점은 개발에서 생산, 서비스, 공급망까지 모든 걸 포괄하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i3 차량은 모든 부품을 특수 접착제로 조립하며, 나사 마감은 단 네 군데뿐이다. 기존 용접 조립에 비하면 제조 공정에서 쓰이는 에너지를 크게 줄였다. 리튬-이온 전지를 공급하는 한국 삼성-독일 보쉬(Bosch) 합병회사의 협력을 받아 손쉽게 전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구조도 채용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부서 신설다른 독일 브랜드도 EV나 HV(Hybrid Vehicle)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이 미래 자동차 사회를 예측한 비디오에서는 원유 가격 급등에 따라 가솔린으로 달리는 차를 사치품으로 묘사한다. 통신 네트워크도 발달해 운전자가 주차장으로 차를 가지러 가지 않고 EV가 원격조작으로 운전자를 찾아온다는 설정도 있다.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해 전동 모빌리티 개발을 총괄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가장 큰 목적은 전지 셀(cell)이나 전기모터 등 기초 부품 개발을 그룹 내부로 일원화해 개발 속도를 향상시키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또 HV 분야에서는 ‘투아렉 하이브리드’를 시판하고 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룹 내부를 들여다보면 2011년 아우디는 ‘Q5’ ‘A6’라는 새로운 방식의 HV를 개발했다. 2012년에는 북미 시장용 HV ‘제타 하이브리드’를 시판할 계획도 있다.

마찬가지로 EV 분야에서도 세계적 전략 상품인 ‘골프’의 EV 버전을 독일 국내에서 연구개발 중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 전용 차량 ‘라비다(LaVida)’의 EV 버전은 중국에 별도 개발팀을 운용하는 대조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세계 3위 리튬-이온전지 생산자인 BYD와 EV 개발 파트너십을 맺어 세계 최대 시장에서의 비용 경쟁에도 도전하고 있다. 소형차 ‘Up!’의 EV 버전을 시작으로 라비다, 골프와 ‘이모션(e-Motion)’이라는 이름의 EV 등급을 차례차례 시판할 계획이다.

독일 브랜드가 EV 등의 개발 속도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이면에는 201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125g으로 낮춰야 한다는 EU(유럽연합)의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규정’이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곤 하지만 향후 규제 장치를 마련할 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독일에서는 배출가스 저감 차량만 달릴 수 있는 ‘공해차량 제한지역’이 설정되거나 EV 등에 대한 감세 혜택이 논의되는 것을 비롯해 환경문제가 불가피한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일본이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경쟁자들이 속도를 내고 있는 걸 감안하면 꾸물대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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