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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주목 받은 CEO 7] 운칠기삼? 그들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상반기 주목 받은 CEO 7] 운칠기삼? 그들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CEO는 고단하다. 챙겨야 할 일도 많고 책임도 무겁다. 그럼에도 직장인의 꿈은 CEO가 되는 것이다. 20대 그룹에서 올해 초 최고경영자가 된 사람은 70명가량이다. 별 중의 별이 된 것이다.

CEO는 숫자로 평가 받는다. 아무리 인품이 훌륭해도 경영실적이 변변치 못하면 잘릴 수밖에 없다.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오너가 신임해도 주주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그게 자본주의 생리다.

2011년도 벌써 절반이 훌쩍 지났다. 올해 새로 CEO가 된 사람들의 ‘실력’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단기 성과로 평가한다는 건 무리다. 그래도 상반기 실적을 보면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외부 환경과 회사의 경영 전략에 따라 하반기에 매출이나 흑자가 확 늘어나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CEO 실력의 한 부분이다. 운도 실력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상반기에 누가 성적이 좋았고, 그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올 상반기는 유독 변수가 많았다. 미국 및 유럽의 재정위기, 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 불황에 따른 수비 위축 등등. 그럼에도 올해 CEO가 된 인물 중에는 괜찮은 성적을 낸 이들이 있었다. 이들 중 7명을 골라 봤다. 모두 20대 그룹 안에 드는 기업 CEO들이다.

분석 결과 이들은 신입으로 입사한 지 대략 32년 만에 CEO에 올랐다. 평균 나이는 58세. 경영 스타일과 환경은 달랐다. 하지만 개인의 야망을 위해서든, 회사를 위해서든 포기를 모르고 달려왔다는 점만은 한결같다.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그에 대한 집착과 집중력이 남다른 게 특징이다. 별을 딴 사람들이니 보통 사람은 아닐 것이다. 신임 사장 7명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
“이번 인사는 그룹의 위기의식과 변화 의지, 그리고 성장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고 혁신적 인물들에게 무게를 실어줬습니다.”

지난해 12월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의 그룹 사장단 인사 배경 설명이다. 상반기를 보낸 지금 인사 취지에 가장 적합한 활동을 보이는 인물로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꼽힌다.

취임 이후 그가 꾸준히 강조하는 것은 소형전지와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다. 기업의 현재와 미래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산업의 선두주자다. 박 사장은 여기에 태양전지를 주축으로 하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더했다. 삼성SDI를 에너지 종합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그가 과감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밑천은 소형전지 분야에서의 탄탄한 실적이다. 올 상반기 대형 IT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삼성SDI는 올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난 89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SDI의 선방은 소형 2차전지 사업 호조에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소형 2차전지 수요가 크게 늘었다. 모바일 기기 제조의 대표 선수인 애플과 삼성전자는 모두 삼성SDI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2차전지 업계의 강자로 군림해 왔던 일본이 엔화 강세 지속과 동일본 대지진 피해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박 사장은 지난 4월 2차전지 분야에 3905억원을 투자하며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고 있다.

그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 경영진을 설득해 삼성전자로부터 태양전지 사업을 가져온 일화는 유명하다. 삼성SDI는 7월 1일 태양전지 사업 부문을 1608억원에 넘겨받았다. 박 사장은 마케팅 전략 전문가로 삼성그룹 안에서는 정평이 나 있다. 삼성테크윈에서 분사된 삼성디지털이미징을 맡아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사업을 총괄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6월 초 그룹 장기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소형전지와 태양전지 사업의 두 날개를 축으로 삼성SDI를 이끌고 나가겠다”며 “3~5년 내에 삼성SDI가 세계 최고의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자리 잡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왼쪽에서 둘째)이 지난 6월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자동차용 전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권오갑 사장은 취임과 함께 독특한 전략을 전개했다. 대화를 이끌어내고 현장 감각을 살리기 위해 임직원을 단계적으로 주유소 현장에 보내 근무하게 했다. 자신도 주유원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주유, 세차, 청소를 했다.

그는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홍보, 경영지원,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목소리가 정확하게 전달돼야 CEO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권 사장이 수시로 현장을 찾는 이유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존중 받게 하겠다”며 “나도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가장 귀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소통 경영의 힘은 정유업계 후발주자인 현대오일뱅크를 바꾸고 있다. 만년 3등이던 게 지금은 2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7월 18.9%에서 올해 6월 23.4%로 높아졌다. 업계 2위인 GS칼텍스의 27%에 근접한 수치다. 전례 없는 일이다.

영업실적도 호전됐다. 지난해 1분기 2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 1분기에는 21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매출도 3조1261억원에서 4조2155억원으로 늘어났다. 한때 ‘미운 오리’ 취급을 받던 현대오일뱅크의 화려한 변신은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을 실감케 한다.

7월 10일에는 일본 코스모석유와 함께 충남 대산에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BTX 생산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설비가 완공되면 현대오일뱅크는 연간 100만t의 벤젠, 톨루엔 등을 생산하는 정유석유화학 강자로 거듭난다.



김진일 포스코컴텍 사장
지난 3월 취임한 김진일 사장은 정준양 회장과 함께 포스코의 개혁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해 대규모 조직개편 당시에는 포스코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탄소강 사업 부문장을 맡아 원료 가격 상승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포스코의 사업 영향력을 굳건히 지켜냈다.

김 사장의 장점은 탄소강 사업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전문성이다. 1953년생인 그는 용산고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 포스코에 입사한 이래 생산현장을 지켜왔다. 제강부장, 공정출하부장, 공정혁신(PI) 담당 상무, 베트남 프로젝트(일관제철소 건설) 추진반 담당 전무, 포항제철소장(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서인지 작업복을 입고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걸 즐긴다.

포스코컴텍은 포스코의 4대 성장 축 중 하나인 케미컬 부문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고온에 견디는 물질인 내화물 제조, 친환경 소재, 생석회를 생산한다. 최근에는 광양공장에 이어 포항공장, 화성공장을 위탁 운영하며 코크스, 흑연전극봉, 2차전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김 사장의 지휘 아래 실적도 좋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31.6%, 69.1% 늘어난 7561억원과 70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53%, 48% 늘어난 1조1600억원, 1039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아르바이트에 나선 권오갑 사장(왼쪽)과 정진춘 영업본부장.



이삼웅 기아자동차 사장
노사관계가 아무리 우호적이라 해도 CEO에게 임단협은 불편한 일이다. 지난해까지 20년 연속 노사분규를 기록한 기업의 신임 사장에게는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7월 중순 열린 기아차 임단협이 이삼웅 기아차 사장에게 그런 자리였다. 육사 출신으로 화성공장장과 소화리공장장을 역임한 그는 강골로 알려졌다. 원칙을 중시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가 지난 4월 신임 사장이 되자 노조는 긴장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협상 시작과 함께 사측이 안을 내놓자 노조는 당황했다. 예상하지 못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사측 조건은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300%+600만원이었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임금 인상폭(기본급 7만9000원, 300%+500만원)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더 이상 협상이고 뭐고 할 이유도 명분도 없어졌다. 노조는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사소한 문제들이 있었지만 기아차 임단협은 한 달 만에 조합원 64%의 찬성으로 마무리됐다. 20년 연속 노사분규로 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회사답지 않은 조용한 2011년이었다.

이 사장은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소모적 협상은 노사 양측에 피해만 줄 뿐”이라며 “회사가 통 크게 제안해 불필요한 논쟁을 잠재웠다”고 말했다.

1985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이 사장은 공장과 본사를 오가며 현장 감각과 경영 능력을 키워왔다. 그는 기아차가 매년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성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지금은 노사가 힘을 모아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에서다.

올 상반기 기아차는 국내외 시장에서 전년보다 30.3% 늘어난 124만1047대를 판매,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 내수가 24만8345대, 수출이 99만2702대다. 2010년 기아차는 수출과 내수에서 모두 140만 대의 차를 팔아 2009년의 114만2000대를 훌쩍 넘어섰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8조4160억원에서 23조2610억원으로 26.3% 늘었다.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상반기에 기아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9.9% 늘어났다. 이 기간 기아차의 매출액은 17조470억원에서 22조2380억원으로 30.5% 늘었다. 이는 작년 총매출의 95.6%에 이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1040억원에서 1조8720억원으로, 순이익은 1조1750억원에서 2조810억원으로 급상승했다. 모든 수치가 사상 최대다.

이 사장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내실을 다시며 다양한 신차를 시장에 출시해 기아차의 인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기아차는 프라이드 후속 소형 UB(프로젝트명)와 신개념 경차 탐(TAM)을 출시하며 소형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정철길 SK C&C 사장
정철길 사장은 “어려운 문제에 닥쳤을 때 그것을 피하면 기회는 사라진다”고 직원들에게 말하곤 했다. 그는 SK에서 도전의 대명사로 불린다. 직원 최초로 MBA 연수 대상자로 뽑혔을 때 “잘하면 MBA 연수자가 10명으로 늘어나고 못하면 폐지된다”는 얘기를 듣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조지아주립대 MBA를 장학생으로 졸업하며 후배들의 MBA 연수 길을 넓혀놨다.

SK는 그에게 어려운 사업 분야를 맡겼고, 그때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얀마 석유 개발, 도쿄지사 파견, 원유 트레이딩, SK와이번스 창단 등. 2004년 SK경영경제연구소 경영연구실장 때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 사장은 “인생의 기회는 세 번이라는 말이 있지만 답이 없는 어려운 일을 피하려는 자신을 극복하면 30번의 기회가 온다”며 도전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 목표를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정하고 사람과 문화의 혁신을 시도했다. 그는 회사에 ‘일과 싸워 이기는 용기’를 전파했고 결과는 구글, 인컴, FDC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계약으로 나타났다.

회사 실적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SK C&C는 올 상반기 매출액 7116억원, 영업이익 70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은 5.9%, 영업이익은 9.4% 증가했다. 올해 공공, 금융, 제조·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수주했다. 특히 IT 아웃소싱 사업을 연달아 수주해 2008년 6곳이었던 신규 IT 아웃소싱 고객이 30곳으로 늘었다.

 

박석희 한화손해보험 사장 지난 4월 취임한 박석희 한화손해보험 사장은 1978년 제일화재에 입사해 한화그룹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한화증권 상무, 한화S&C 대표이사, 대한생명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냈다. 한화그룹 계열의 IT서비스 회사인 한화S&C 대표 시절 공격적 경영으로 주목 받았다. IT시장의 주요 이슈에 적극 대응하며 글로벌 기업과의 업무 제휴를 추진해 그룹 IT 인프라 구축에 기여했다. 이후 대한생명 전략기획실장으로 근무하며 그룹 금융사 간 시너지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 이재혁 사장은 그룹에서 신사업을 추진할 적임자를 거론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이다. 특유의 추진력에 시장을 읽는 능력까지 장점이 많다고 주변에서는 말한다. 1978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한 그는 2006년 롯데리아 사장을 거쳤다. 지난 2월 롯데칠성음료 사장으로 발령 나기 전까지 롯데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정책본부에서 운영실장(부사장)을 맡아 그룹의 경영계획, 자금, 실적 등에 두루 관여해 왔다. 그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근으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10월 1일 롯데주류와 합병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부가 위스키(스카치블루)를, 롯데주류가 소주(처음처럼)를 맡아왔다. 이를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두 조직을 조율해 최고의 시너지를 올리는 것이 이 사장의 과제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3월 충북소주를 인수하며 주류사업을 확장했다. 또 음료 가격 인상과 판매량 증가로 지난해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롯데주류 역시 청하 판매 증가,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익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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