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캠핑용품 1위 콜맨의 리처드 엘 길포일 아태지역 사장
[ceo] 캠핑용품 1위 콜맨의 리처드 엘 길포일 아태지역 사장
리처드 엘 길포일(63) 콜맨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 앞에는 커다란 랜턴이 놓여있었다. 둥그런 원통형의 LED랜턴이다. 길포일 사장은 갑자기 랜턴 한쪽을 잡아당긴다. 본체에서 분리된 랜턴 조각은 여전히 밝은 빛을 낸다. 그는 “캠핑장에서 자녀가 화장실 가기 무서워할 때 이걸 손에 들려주면 된다”며 활짝 웃었다. 이 랜턴의 이름은 ‘쿼드LED랜턴’. 원통형 랜턴으로 바닥이나 탁자에 놓고 사용하다가 필요할 때 4개까지 분리해 사용할 수 있다. 이 랜턴은 지난해 4월 국내 출시 후 올해 5월까지 국내에서만 지난해 대비 30배가 넘는 판매량을 보였다. 길포일 사장은 “이 랜턴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형태”라며 “우리는 많은 제품보다 이런 혁신적 제품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110년 전통의 콜맨은 랜턴 사업으로 시작한 미국의 대표적 캠핑 브랜드다. 세계 캠핑용품 시장의 점유율은 20% 정도로 세계 1위다. 콜맨은 1900년대 초 야외용 랜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솔린 랜턴 ‘아크랜턴’을 내놓았다. 전기 보급률이 낮은 미국 지방도시의 생활상을 단숨에 바꿔놨다. 아이스박스라는 명칭으로 익숙한 ‘콜맨 쿨러’는 1954년부터 만들었다. 이어 콜맨은 LP가스를 연료로 하는 최초의 가스스토브를 1956년 세상에 선보였다.
이런 혁신적인 제품도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사다. 콜맨 제품의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는 다양하다. 예컨대 한 남자가 불에 타버린 자신의 차에 있던 콜맨 쿨러를 열자 냉동새우가 그대로 있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해저에서 건져 올린 녹슬고 이끼 낀 콜맨의 랜턴을 잘 닦은 후 연료를 주입하자 불이 들어왔다. 빙점 이하의 방에서 고드름까지 생긴 채 얼어도 점화가 되는 투버너도 있다.
한국 캠퍼 저변확대에도 노력길포일 사장은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으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호주, 동남아시아 등 20여 국가에서 경영을 맡고 있다. 그는 원래 일본에서 콜맨을 책임지고 있었다. 한국은 2001년부터 진출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 사업은 신통찮았다. 2005년 길포일 사장은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콜맨코리아의 재론칭 작업에 착수했다. 2006년 콜맨코리아는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고 서울 압구정동에 직영매장 문을 열었다. 길포일 사장은 그후 6주에 한 번씩 한국에 들르며 시장을 꼼꼼히 관리했다.
그는 처음에 막연히 한국 시장이 일본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일본에서 팔던 제품이 한국에서도 잘 팔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길포일 사장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의 여러 캠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소비자의 얘기를 들었다. 그 결과 일본 캠퍼와 다른 한국 캠퍼의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예컨대 한국 캠퍼는 더 자주 캠핑을 했다. 일본 캠퍼가 연 15회 캠핑을 하는 데 반해 한국 캠퍼들은 연 40회 정도를 했다. 또한 일본 캠퍼가 일기예보에 신경을 쓰며 날씨가 좋을 때 캠핑을 하는 것과 달리 한국 캠퍼들은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캠핑을 했다. 길포일 사장은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내놓은 것 중 하나가 ‘웨더마스터’ 텐트 시리즈다. 이 제품은 원래 일본에서 내놨던 제품이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구성과 방수 기능이 더 뛰어난 제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폴과 접합부도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고, 환기에도 신경을 더 썼다. 이렇게 개선된 웨더마스터 시리즈는 일본과 호주에서도 내놨다. 길포일 사장은 “한국 소비자가 세계적으로 우리 사업에 도움을 줬다”며 웃었다. ‘웨더마스터 2룸’시리즈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한국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길포일 사장은 “한국 소비자는 구체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억에 남는 한국 소비자 가운데 열심히 블로그를 통해 사용후기를 남기던 한 가족을 꼽았다. 길포일 사장은 “한국은 이제 막 캠핑인구 100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의 캠핑용품 시장은 30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한국은 콜맨 전체 매출에서 9위를 차지한다. 콜맨은 한국에서 캠핑 저변을 넓히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우아캠(우리 아이와 함께 하는 캠핑교실)’ ‘콜맨 칼리지’ ‘콜맨 캠핑서포터’ 등 캠핑대회를 열고 있다. 그는 “캠핑이 콜맨의 핵심 사업이지만 해변에서 사용하는 제품, 바비큐용 제품 판매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에 취임하면서 20여 국가에서 콜맨을 맡게 됐다. 맡는 지역이 넓어지다 보니 최근에는 2개월에 한 번씩 한국에 들른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덜 자주 방문하다 보니 한국음식이 더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전에 점심으로 굴국밥을 먹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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