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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論濁論] - 월가 시위 관전 포인트

[淸論濁論] - 월가 시위 관전 포인트

뉴욕에서 소수의 사람으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자’는 시위가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그리고 미국을 넘어 캐나다 등지로 확대되고 있다. 이 움직임이 찻잔을 깨고 나온 태풍이 돼 지금 진행 중인 자본주의의 골격을 바꿀지도 모를 거대한 힘이 될 조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시위가 어쩌면 ‘여의도를 점령하자’ 혹은 ‘강남을 점령하자’는 구호와 함께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휘감아 버릴 가능성은 없을까. ‘월가를 점령하자’는 움직임에 대한 관전 포인트의 핵심은 월가 경영자들의 끝없는 탐욕, 그리고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이 없는 경영자들의 무심일 것이다. 구체적인 관전 포인트를 하나씩 짚어보자.

관전 포인트 1. 왜 ‘월가를 점령하자’인가? 21세기에 들어선 당시 엔론 파산으로 불거진 대기업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분노는 경영자들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제재 그리고 사베인스 옥슬리법 등과 같은 규제로 어느 정도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08년 주택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이 거의 모든 금융기관을 옥죄면서 파산지경에 이르게 만들고, 동시에 경기가 나빠져 경제적 고통을 겪는 와중에 자신의 주택이 넘어가 길바닥으로 나앉는 시민들이 눈덩이처럼 늘어가고 있었다. 일부 경영자에 대한 문책이 있었고 규제법안(Dodd-Frank 등)이 만들어지면서 동시에 엄청난 수준의 구제금융과 직원해고를 통한 원가절감으로 어려움에 처했던 금융기관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경영자에 대한 문책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다수의 금융기관은 정부로부터 빌린 돈을 조기상환하고 실적을 올리면서 슬그머니 경영자에 대한 보상을 예전 수준 이상으로 올렸다.

일반시민의 반응은 당연히 분노와 허탈감이며 ‘월가를 점령하자’는 시위는 너무나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도한 보상을 자제하라는 미국 정부의 의사전달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는지 지켜볼 일이다. 어쩌면 구제금융을 받은 기관 임직원의 임금을 상당히 삭감해 버린 한국 정부의 노하우를 미국 정부가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관전 포인트 2. 금융산업에 대한 이러한 분노가 일반 기업경영자들에게로 옮겨갈 것인가? 최근 잇따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실패한 경영자에 대한 과도한 보상에 주목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최근 이사회로부터 해고통보를 받고는 1300만 달러에 상당하는 전별(위로)금을 챙긴 HP 최고경영자 등 회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계약에 따라 엄청난 돈을 챙기는 경영자에 대한 반응이 이 ‘시위’를 더 폭넓고 강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관전 포인트 3. ‘시위’의 요구가 자본주의시스템 자체에 대한 분노와 개혁 요구로 옮겨갈 것인가? 단기적 트레이더들의 소득에 대한 증세를 요구하고 있는 버핏을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그의 투자성향으로 보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요구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의 주장은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불평등의 원천은 놔두고 불평등을 줄이는 방안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더구나 월가를 점령하자는 주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조지 소로스의 경우는 어떨까. 최근 유럽 법원에서 내부거래 혐의를 벗어나지 못했고 현재의 금융시스템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한 그가 이 시위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는 저의는 무엇일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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