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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앓는 동부화재] “내 코도 석 자인데…”

[몸살 앓는 동부화재] “내 코도 석 자인데…”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동부금융센터에는 동부화재를 포함한 10개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8월 말 동부그룹은 KMI(한국모바일인터넷)와 제4 이동통신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그룹 내 정보통신 부문인 동부하이텍과 동부CNI 등과 사업을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걸로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4 이동통신에 참여한 사업자는 KMI와 중소기업중앙회 주도로 현대그룹이 참여하는 IST(인터넷스페이스타임) 두 곳이다.

이들 사업자는 제4 이동통신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최종 사업자는 연말 무렵 정해질 전망이다. 동부그룹의 이번 사업 참여 결정으로 계열사인 동부화재가 바빠졌다. 사업자로 뽑히면 그룹에서는 500억원 안팎의 돈을 출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룹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동부화재가 이번에도 구원투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가장 많은 돈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부화재 순익 그룹 전체의 78%동부화재는 2010년 회계연도에 28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사상 최대 금액이다. 동부화재와 동부증권 등 동부그룹의 7개 금융계열사가 지난해 올린 당기순이익은 3642억원이다. 동부그룹의 나머지 40개 계열사는 246억원 적자를 냈다. 동부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은 지난해 76억원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2009년 530억원에 비해 70%나 줄었다. 지난해 11월 동부정밀과 합병해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부CNI도 이익이 131억원에 그쳤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66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룹 사정이 이렇자 동부화재는 그룹에서 큰 사업을 벌일 때마다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부그룹의 계열사 지원은 2008년부터 본격화됐다. 동부하이텍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동부하이텍은 2007년 반도체 기업인 동부일렉트로닉이 동부한농과 합병해 출범한 기업이다. 합병 당시 반도체 사업 부문의 전신인 동부전자는 2004년 금융기관의 공동대출인 신디케이트론으로 1조2000억원을 조달했다.

2007년 동부하이텍은 대주단과 대출금 거치기간을 5년 연장하기로 계약했다. 2008년 3100억원을 조달하고 부채비율을 300% 이하로 유지하기로 약정을 맺었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의 100% 자회사인 동부메탈의 지분 40%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지분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겼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급한 불을 껐다. 그룹의 위기는 끝이 아니었다. 건설경기 침체로 철강시장까지 어려워지면서 동부제철의 적자폭은 2008년 916억원까지 커졌다. 동부생명도 보험 계약자가 해약할 경우를 대비해 보험금 지급 능력을 갖춰야 하는 지급여력 비율이 금융감독원 권고 기준인 1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이를 올리기 위한 돈이 필요했다. 이때 동부화재가 나섰다. 2008년 12월 24일 동부제철과 동부생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동부화재는 동부금융센터 부동산 지분 14.9%를 동부제철과 동부생명으로부터 463억원에 사들였다. 동부제철이 보유한 동부생명 주식 8.2%를 355억원에 매입했다.

이뿐만 아니었다. 동부화재는 계열사가 어려울 때마다 소방수로 나섰다. 지금까지 유상증자와 부동산 매입, 대출 등의 방식으로 그룹 계열사에 1602억원을 지원했다. 동부하이텍 6억5000만원, 동부캐피탈 4000만원, 동부생명 4억원, 동부건설 89억7900만원, 동부제철 133억6200만원, 동부증권 653억2300만원, 동부생명 704억원, 동부자동차손해사정 15억원 등이다.

현재 보험업법상 대주주 및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는 특정계정자산 3%, 일반계정자산 3% 이내로 규정돼 있다. 현재 동부화재의 그룹 출자한도는 4164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30%를 소진했다. 2561억원의 한도가 남아있다. 증권가에서는 동부화재가 부실 계열사를 돕느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손보업계 2위인 동부화재는 장기성 보험 계약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좋은 데다 영업력도 확대되면서 순이익이 해마다 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오히려 그룹의 자금줄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관계자는 “법적 허용 한도에 맞게 지원하고 있다”며 “계열사라고 해서 무작정 퍼주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준기 회장의 동부화재 주식 99%가 담보동부화재의 주식도 계열사 지원에 쓰이고 있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과 장남 김남호씨는 8월 26일 동부화재 주식 72만 주(316억원)를 동부인베스트먼트에 대여해줬다. 증권가에서는 동부인베스트먼트가 동부하이텍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이걸 동부하이텍의 투자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김 회장이 동부하이텍의 정상화를 위해 35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2009년 11월 설립한 특수목적회사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대주주에게 주식을 빌려 토마토저축, 진주저축, 하나로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받은 상태다. 제2금융권 금리가 은행권보다 높아 이 회사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8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설립 첫해인 2009년 18억원 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 상태다.

당시 증시에서는 동부화재 주식대여 소문이 나돌면서 동부화재의 주가가 8월 19일 4만7400원에서 8월 26일 4만4000원으로 하락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강성부 채권분석팀장은 “보험사의 주가는 실적 변동성이 작아 변동폭이 크지 않다”며 “반면 그룹 재무구조가 불안할 경우에는 계열사 부실이 전가될 위험성이 있어 출렁이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김 회장의 동부화재 주식 556만8500주 중 556만7000주가 금융권 담보로 설정돼 있다. 김 회장이 보유 중인 동부화재 주식 1500주를 제외한 99.9%가 금융권에 묶여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의 아들 김남호씨의 동부화재 주식 995만1520주 중 994만8830주도 차입 담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최근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이뤄져 어느 정도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알짜 기업인 동부화재까지 위험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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