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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s in the world politician] 연아 마틴 - “한국의 성장은 나의 힘이다”

[Koreans in the world politician] 연아 마틴 - “한국의 성장은 나의 힘이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는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여성이고, 밴쿠버라는 지역에서 할 일이 많다. 그리고 교사로서의 경험이 매우 유용하며 국회에 한국계 의원이 아직 없다.”

하퍼 총리는 연아 마틴(47ㆍ한국명 김연아)을 상원의원으로 지명하면서 이렇게 4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녀는 2009년 한국인 최초의 캐나다 상원의원이다. 상하 양원제를 실시하는 캐나다는 상원의원 105명을 모두 총리가 지명한다. 임기는 임명으로부터 75세까지다.

마틴 의원의 꿈은 정치인이 아니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21년간 영어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이 밝은 미래를 열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았다. 또 이민자로서 타국에서 서로 돕고 사는 데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일곱 살에 가족과 함께 한국을 떠나 밴쿠버에서 성장한 마틴 의원은 1990년 캐나다 사람과 결혼했다. 딸은 네 살 때 이미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예상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어린 나이에 고민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한국 사람인 엄마와 캐나다 사람인 아빠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이런 딸의 모습을 보고 마음먹었다. “우리 가족 그리고 내 딸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계 캐나다인 그리고 이민자 모두의 문제다.” 그리고 2003년 한국계 캐나다 1.5세들의 모임인 비영리 단체 C3(Corean, Canadian, Coactive society)를 조직했다. 이 모임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캐나다 사람, 한국 이민자들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이 네트워크는 그녀가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밑거름이 됐다.

2008년 캐나다 연방선거가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출마를 권유했지만 11살인 딸을 두고 멀리 오타와까지 가서 1년 중 6개월을 보낸다는 생각을 하니 쉬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운명의 한 여성의원을 만났다. 임신했을 때 선거운동을 했다며 그 당시 배부른 사진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마틴 의원은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저 여자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게 뭐 있어”하며 용기를 냈다. 그리고 밴쿠버의 뉴웨스터민스터-코퀴틀람 지역구 보수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3% 포인트 차이로 떨어졌다. 이 지역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그리고 1년 뒤 어떻게 총리의 러브 콜을 받게 됐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단지 자신은 한국과 캐나다를 위해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뛰겠다는 말만 전했을 뿐이라고 한다.

마틴 의원은 신호범(미국 워싱턴주 상원 부의장)씨가 한 말을 가슴 깊이 묻고 다닌다. “신 의원이 발에 피가 나도록 열성적으로 선거운동을 하자 한 기자가 피곤하지 않으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했대요. ‘내 다리는 한국산입니다(These legs are made in Korea).” 그녀 역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다. “나는 한국의 딸이고 캐나다의 딸이다.”

올해부터 그녀는 한인 정치 지망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정치에 뜻을 품은 한국계 신세대들에게 캐나다 국회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는 이 프로그램에서 뽑힌 김지선씨가 마틴 의원의 수행 비서로 동행했다.

마틴 의원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캐나다 군인들의 일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 지난해 4월,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7월 27일)을 앞두고 캐나다 국회에서 연설했다. “한국은 전쟁의 잿더미에서 스스로 일어나 이제는 G20 일원으로, 세계의 리더로 우뚝 섰습니다. 캐나다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 그리고 봉사 정신 덕분입니다.” 그녀는 그들이 죽기 전에 한국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꼭 보여주고 싶다고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2013년은 한국과 캐나다 수교 50주년이 된다. 마틴 의원은 “캐나다는 농업기술, 그리고 풍력, 태양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뛰어나다. 캐나다의 친환경 기술과 한국의 IT기술이 만나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틴 의원은 2009년 한국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그녀는 캐나다 의회에서 연설을 마칠 때마다 감사합니다란 뜻의 영어와 불어, 그리고 한국어 인사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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