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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PB 4인이 말하는 ‘요즘 부자’

강남 PB 4인이 말하는 ‘요즘 부자’

역삼동 미래에셋증권 WM센터에 모인 PB 4인. (왼쪽부터) 박승안 센터장, 이보훈 부장, 이희정 부지점장, 한은경 팀장.

10월 11일 오후에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빌딩 1층 미래에셋증권 WM에서 강남 PB 4인을 만났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 이희정 씨티은행 반포중앙지점 부지점장, 이보훈 미래에셋증권 WM 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 한은경 삼성증권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이다. 각 금융사 대표 PB로 강남 자산가들의 돈을 굴리는 큰손이다.

요즘 국내 금융시장은 불안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코스피는 오르락내리락한다. 유럽발 금융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겹치면서 시장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는 요즘, 강남 부자들은 어떻게 돈을 굴리고 있을까. 자산관리 경력이 가장 많은 박승안 센터장의 진행으로 요즘 부자들의 돈 관리와 하반기 투자 전략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1시간 반가량 진행됐으며 중간중간 화제 전환을 위해 기자가 질문을 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 요즘 고객들은 어디에 돈을 묻고 있나요.



이보훈 미래에셋증권 WM 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 특별히 어느 한 곳에 돈을 묻었다기보다는 투자했던 걸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이희정 씨티은행 반포중앙지점 부지점장 저희 고객도 비슷해요. 4월까진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었는데 몇 달 사이 환경이 확 바뀌었습니다. 연말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어요. 시장 변동성이 높을 땐 저희 예상과 다르게 갈 수 있는 상황까지 대비해야 합니다. 그래도 고객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한번 겪은 터라 크게 동요하지는 않고 있어요.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고객은 줄이고 있고요. 우량주와 적립식 펀드에 넣어둔 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한은경 삼성증권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 40~50대 고객들은 요즘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아요. 작은 상가나 가게를 사서 권리금을 받고 팔거나 매달 임대료를 받는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주식투자에 나서기엔 리스크가 높다 보니 매달 안정적으로 돈이 나오는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요.



박승안 시장을 꼭 예측할 필요가 있을까요. 미래를 본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오히려 기회를 잘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몇 년 전 자산가들이 앞다퉈 서울 역세권 소형 아파트에 투자한 게 대표적인 사례예요. 실제로 젊은층의 수요가 늘면서 소형 아파트 임대료가 많이 올랐습니다. 이때도 부자들이 시장을 예측했다기보다는 기회가 왔을 때 투자에 나선 거죠. 충분한 자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은 기대수익을 낮추고 현금 유동성이 높은 곳에 돈을 넣어둘 때라고 봅니다. 그리고 투자 기회를 노리는 거죠.



이희정 요즘처럼 시장이 불안할 땐 한 곳에 투자비중을 높게 유지하면 위험합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왔을 때 대처하기가 힘들거든요. 일부 해외펀드는 환매하는 데도 8일이나 걸려요. 기준가를 적용하는 시기도 3일 후라 시장을 예측하기 힘듭니다.

요즘 부자는 ‘현금’ 선호



박승안 다른 분들은 투자 시기를 언제로 보고 있나요. 저는 국내 금융시장에 공포가 확산될 때라고 봐요. 지금은 지수가 1600과 1800 사이를 오가고 있잖아요. 고객들도 1600이면 전화 해 “팔아야 되느냐”고 문의했다가 지수가 오르면 잠잠해집니다. 요즘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요. 아무래도 모든 매체에 뉴스화될 때까지는 진짜 위기는 안 왔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기다리는 게 맞습니다.



한은경 사실 저희 고객들도 공격적으로 나서는 분은 없어요. 다만 현금화된 자산이 많다 보니 채권, 달러, 원자재 등에 투자하려는 경향은 있어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투자 시기를 두고 고민이 많을 거 같습니다. 기업을 가진 분들은 M&A도 고려하시는데요.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분은 없어요. 그만큼 예측하기 힘든 시장이에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내년 상반기엔 투자 환경이 더 안 좋을 것으로 봅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잖아요. 정치 이슈가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겠어요. 고객들에게도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길 권합니다.



이보훈 맞아요.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투자해야 합니다. 그동안의 위기는 돈을 푸는 통화정책 등 다양한 해결책이 있었지요. 유럽발 금융위기는 단기간에 풀기 어려울 거 같아요. 자칫하다간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도 있고요.



이희정 씨티은행에선 하반기 금융시장이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나올 만한 악재는 다 나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금융위기 때 돈을 풀어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죠. 상반기까진 바닥을 벗어난 듯 보였지만 다시 더블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경제와 금융시장이 함께 움직이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경제가 어려워도 주식시장은 좋을 수 있으니 역발상 투자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헤지펀드·중국 본토 시장 매력적



이보훈 그렇습니다. 시장이 침체돼 있어도 투자 기회는 있습니다. 현재 준비 중인 한국형 헤지펀드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헤지펀드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지요. 요즘처럼 시장 변동성이 높을 땐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헤지펀드는 다양한 투자 대상과 투자기법을 활용하다 보니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한은경 한국형 헤지펀드가 올해 안에 나올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보는데요. 하지만 이보훈 부장 얘기처럼 변동성이 높은 장에서는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할 수 있는 헤지펀드는 재간접 헤지펀드(펀드 오브 헤지펀드)예요. 국내 운용사가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전 세계 주식이나 채권, 통화, 원자재 관련 선물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이에요. 절대수익을 추구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투자하면 안 됩니다. 펀드마다 운용전략이 달라요. 운용사나 PB에게 자문을 구해 편입된 펀드 내용을 정확히 알고 가입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헤지펀드 운용 경험이 많고 운용사 성과가 괜찮은 곳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박승안 헤지펀드는 방향 설정이 중요해요. 한번 방향을 잘 잡으면 수익이 계속 쌓여 좋지만 반대인 경우는 힘들 겁니다. 투자위험이 높다는 얘기지요. 고객에게도 헤지펀드는 절대수익을 추구하지만 투자위험도 있다고 솔직하게 얘기합니다.



이희정 저는 중국 시장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봐요. 과거엔 홍콩 시장을 많이 얘기했는데요. 홍콩 주식시장은 은행주 비중이 높다 보니 세계경제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번 돈을 빼기라도 하면 휘청거려요. 앞으로는 중국 본토인 상하이 A 시장을 활용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물론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이 변수일 수 있는데요.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보이고 있어 정책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금리 시대, 부자도 흔들린다

금융위기 전만 해도 PB들은 부자들이 남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고 위기 대처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요즘 들어 부자들도 세계적인 변수가 나올 때마다 우왕좌왕하는 거 같습니다.



이희정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에요. 과거 예금 금리가 좋을 때는 10%포인트에 달했죠. 정기예금에만 돈을 넣어둬도 돈을 벌었어요. 금리가 낮을 때는 대안이 마땅치 않아요. 안전자산으로 꼽는 부동산마저 침체기잖아요.



이보훈 지금 시장이 혼돈의 시대인 것 같아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입니다.



한은경 제 생각도 그래요. 금융위기 전엔 시장 사이클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어요. 최근 국내 주식시장만 봐도 한두 달 사이에 20~30%가 빠졌습니다. 너무 급작스레 움직이기 때문에 대응할 시간이 없어요.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 더 큰 문제지요. 그때는 그나마 수익률이 좋은 주식마저 수익이 안 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현금을 들고 시장을 봐야겠죠. 그만큼 앞날을 내다보기가 어렵네요.



그렇다면 올 연말까지의 투자전략을 제시한다면….

이보훈 고객들에게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최대한 자산을 현금화하는 게 좋지요.



한은경 저도 현금화가 중요하다고 봐요. 포트폴리오에서 안전자산 투자비중을 높이는 게 좋습니다. 채권도 10년짜리 물가연동채나 국고채 등에 넣어두길 권합니다.



이희정 그렇죠. 자금을 최대한 분산투자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안전합니다.



박승안 무엇보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봐요. 보통사람은 현금을 갖고 있으면 굉장히 불안해 해요. 남들은 투자해 돈을 벌고 있는데 가만 있으면 손해보는 느낌이 들거든요. 흔히 하는 얘기가 있잖아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예금에 왜 돈을 넣어두느냐고요. 하지만 유동성이 높은 현금을 갖고 있는 게 투자라고 보면 어떨까요. 기회가 왔을 때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생기잖아요. 진짜 부자는 기다렸다가 기회가 온 순간 과감히 투자하는 겁니다.



만약 고객 돈이 아니라 개인자금이라면 어떻게 운용하실 건가요.

이보훈 글쎄요. 적립식펀드를 하면서 시장 변화에 맞춰 직접 주식을 사고팔 것 같은데요.



한은경 장·단기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겠죠. 기본적으로 국채를 살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시장도 매력적으로 봅니다. 중국 내수 종목을 사고 헤지펀드에도 일부 돈을 넣을 거 같은데요. 전체 비중의 절반은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한 곳에 묻어두겠습니다.



이희정 저는 중국 본토와 국내 시장을 좋게 봅니다. 여전히 저평가된 한국을 비롯해 중국의 소득 증가와 위안화 절상을 기회로 볼 수 있습니다.



박승안 저라면 3개월짜리 정기예금을 여러 개 나눠서 넣어둘 거 같은데요.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고요. 그리고 투자기회가 올 때마다 하나씩 깨서 투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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