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Business 팝업스토어의 진화 - 패션서 시작해 술·커피·신용카드도 ‘팝업’

Business 팝업스토어의 진화 - 패션서 시작해 술·커피·신용카드도 ‘팝업’

10월 19일 신사동 ‘카누’의 팝업스토어 오픈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몰려있다.

10월 19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동서식품이 새로 내놓는 커피믹스 ‘카누’의 팝업스토어 오픈 행사가 열렸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이벤트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매장으로 몰려들었다. 커피믹스를 홍보하려고 팝업스토어를 만든 건 관련 업계에서 처음이다. 동서식품의 송보연 과장은 “카페에서 팔아도 될 만큼 고품질의 커피믹스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며 “첫 시도인 만큼 부담도 있지만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이날 카누 행사 내용이 블로그와 SNS로 삽시간에 퍼지며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모았다.

팝업스토어란 특정 제품을 알리기 위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를 오픈했다가 닫는 매장을 말한다. 팝업스토어란 이름은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뜨는 팝업에서 유래했다. 새로운 제품을 알리는 건 물론 고객의 반응까지 살필 수 있어 재계에서 인기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대개 강남·홍대·명동 등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지역에 연다. 최근에는 가로수길이 팝업스토어의 메카로 뜨고 있다.



전시회·콘서트도 병행IT(정보기술)·패션 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팝업스토어가 진화하고 있다. 장르부터 다양해졌다. 주류, 커피, 아이스크림 같은 먹을거리에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신용카드까지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팝업스토어가 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팝업스토어 자체로 화제를 모으는 시대는 갔다. 고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팝업스토어에서 그림 전시회나 록 공연을 열기도 한다. 연예인을 초청해 관심을 끈다. 여러 브랜드가 손을 잡고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새로운 디자이너의 데뷔 무대로 꾸미기도 한다.

3, 4년 전부터 팝업스토어를 많이 활용했던 패션업계는 더 치열한 아이디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올 여름·가을 패션 트렌드가 ‘팝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색다른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올 한 해만 제일모직의 ‘구호플러스’와 ‘로가디스’, LG패션의 ‘TNGT’와 ‘MOGG’, 브리즈웨이 등 20개가 넘는 패션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열었거나 현재 운영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브랜드 사이의 협업이다. 예를 들어 옷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에서 다른 회사의 신발이나 시계를 들여오는 식이다. 이 경우 서로 다른 성격의 브랜드가 조화를 이루는지 시험하는 무대로 팝업스토어를 활용한다. 올 9월 아웃도어 밀레와 캐주얼 커버낫이 공동으로 팝업스토어를 연 게 대표적인 예다.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한 매장 안에서 컨셉트가 다른 두 회사의 제품을 이리저리 매치하며 나만의 코디를 만들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진 디자이너를 전면에 내세운 팝업스토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매일 수많은 옷을 입지만 현재 입고 있는 옷을 누가 디자인했는지를 아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신진 디자이너를 홍보하면서 고객의 반응까지 살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올해만 세 번이나 팝업스토어를 열었던 TNGT의 이미연 차장은 “화장품 브랜드와의 협업, 신진 디자이너 배치 등의 실험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며 “내년에도 팝업스토어를 활용한 홍보 전략을 계속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미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 인기여러 분야의 많은 기업이 팝업스토어에 호의적인 이유는 뭘까. 팝업스토어가 검증된 마케팅 기법이란 호평이 줄을 이어서다. 팝업스토어에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싶어 하는 기업과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녹아 있다. 입어보고, 맛보고, 즐기는 동안 제품의 장점을 알게 되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기업도 단기적인 매출 확대보다는 미래의 잠재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걸 활용한다.

기업 입장에선 잠깐 열었다 닫는 매장이기 때문에 신선하면서도 공격적인 시도를 할 수도 있다. 비용 대비 효과가 탁월한 것도 장점이다. 제일기획 박상신씨는 “비어있는 매장을 잠시 빌려서 쓰기 때문에 생각보다 돈이 들지 않는다”며 “TV 광고 비용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느린마을 막걸리’ 팝업스토어를 기획한 이오컴퍼니 유화용 대리는 “매장만 잘 꾸미면 따로 호객행위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고객이 모인다”며 “젊은 사람이 찾다 보니 블로그나 SNS를 통한 2, 3차의 홍보효과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일모직 마케팅팀 전명진 과장은 “로가디스가 40, 50대 남성 브랜드란 인식에서 탈피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매장에 의외로 젊은 고객이 몰려 큰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신입 여아나운서, 호된 신고식?…"아직 시작도 안 해"

2바다, 10살 연하 남편 두고…SNS에 '전 남친' 사진?

3베트남 진출 韓기업, 기술 유출·위협 경험…관리보안 미흡

4‘유일무이’ 양복장이 명장 전병원 “뒤늦게 경제학 전공한 이유는요”

5LPG·LNG 할당관세 지원 연장…"서민 경제 부담 완화"

6무암(MooAm), SC벤처스와 MOU 체결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환경에서의 협업 강화

7현대차, ‘아반떼 N TCR 에디션’ 판매 개시

8칠갑농산, 국산 재료로 만든 ‘우리밀감자수제비’ NS홈쇼핑 첫 방송

9미국투자이민 프로젝트 APN Lodge Phase 2, 빠른 수속 기간으로 주목

실시간 뉴스

1신입 여아나운서, 호된 신고식?…"아직 시작도 안 해"

2바다, 10살 연하 남편 두고…SNS에 '전 남친' 사진?

3베트남 진출 韓기업, 기술 유출·위협 경험…관리보안 미흡

4‘유일무이’ 양복장이 명장 전병원 “뒤늦게 경제학 전공한 이유는요”

5LPG·LNG 할당관세 지원 연장…"서민 경제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