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S - 추락하는 달러엔 날개가 있다

“달러의 운명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
『달러제국의 몰락(원제: Exorbitant Privilege)』을 쓴 국제금융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인 배리 아이켄그린의 클로징 멘트다. 그는 이를 ‘좋은 소식’이라고 토를 달며 이렇게 말한다.
“역사를 참고한다면 달러 몰락 시나리오는 갑작스럽게 진행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상황이 구제불능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출구로 몰려갈 것이다. 주식시장은 투매로 무너지고 채권가격 폭락과 금리 폭등 현상도 닥칠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채를 투매하면서 달러 가치는 폭락할 것이다. 미국은 유럽이 2010년 겪었던 것보다 더 심한 위기, 어쩌면 치명상을 입을지도 모른다.”(274쪽, 278쪽)
과연 어떤 달러였던가? 100달러짜리 지폐의 4분의 3 이상이 미국 밖에서 나돌고 외환거래의 85%가 달러로 이뤄진다. 국제 채권은 45%가량이 달러 표시물이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도 60%를 웃돈다.
그러나 지금 달러엔 적신호가 가득하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몰아닥친 금융위기, 2011년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아직도 잦아들지 않고 있는 월가 점령 시위 등이 대표적이다. 어떤 이는 이를 ‘달러 몰락의 서막’이라는 표현으로 경고장을 들이민다.
하지만 저자는 여전히 추락하는 달러에 날개를 달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먼저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근거로 달러의 현직 프리미엄(incumbent premium) 혹은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을 들고 있다. 특히 파운드(영국), 프랑(스위스), 엔(일본) 등 다른 경쟁 통화가 심각한 약점을 갖고 있어 달러를 위협하거나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중국 위안의 경우 좀 다르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무려 3조 달러 규모가 넘고 그중 65%가 달러다. 그러나 위안은 국가의 개입이 너무 많은 통화인 데다 중국 자체 리더십 부족(특히 금융 및 환율 자유화의 미진)으로 준비통화로서 미흡하다고 아이켄그린은 주장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달러의 무기력성을 금본위제의 재출현으로 메울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신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만든 국제준비자산인 특별인출권(SDR·Special Drawing Right)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 역시 “추상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책은 달러의 어제·오늘·내일을 가로지른다. 초기에 미국 대륙에 상륙한 청교도 이주자들이 조가비 구슬을 화폐로 활용했던 얘기부터 신생 달러가 미국 조폐국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사연을 거쳐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파운드가 급추락하던 근현대사를 펼쳐낸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화폐 권력의 정치적 패권 다툼의 역학을 분석하고 있다.
미래 달러는 어디로 가는가? 아이켄그린은 그 답을 미국과 미국인에게 미룬다.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신간소개]
『명참모의 조건』
모리야 히로시 지음, 김현영 옮김, 비즈니스맵, 272쪽

『리더라면 우든처럼』
존 우든・스티브 제이미슨 지음, 올댓번역 옮김, 지니넷, 304쪽

『하버드MBA 출신들은 어떻게 일하는가』
에밀리 챈 지음, 이상규 옮김, 이상, 288쪽
하버드MBA 출신들은 문제의 원인분석과 해결법에 접근하고 도출하는 방식이 남다르다. 저자 역시 하버드MBA 출신이다. 보스턴컨설팅 등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조언을 던진다. 월급의 함정에서 허우적거리지 말고 조직의 핵심 인재가 되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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