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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논란 - “정부 반대논리 수긍못해” 전문가 반박

다시 불붙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논란 - “정부 반대논리 수긍못해” 전문가 반박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분당신도시 전경.

낡은 아파트 단지를 재정비하는 방식은 기존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새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과 기둥·보와 같은 주요 구조물을 남겨 놓고 나머지 부분을 수선하는 리모델링으로 나뉜다. 재건축은 기존 아파트보다 높게 짓고 그에 따라 가구수도 증가하기 때문에 늘어난 가구를 일반인에게 분양해 기존 원주민의 공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리모델링은 현행법상 기존 아파트와 같은 층수에 앞뒤로만 30%까지 면적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공사비는 모두 집주인에게 돌아간다.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지은 지 15년 넘은 리모델링 대상 단지들은 위로 3개층 정도를 새로 지을 수 있는 ‘수직증축’을 허용해달라고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경기 분당·평촌신도시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에만 30여 단지, 2만여 가구가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리모델링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올 2월부터 7월까지 전문가 20명이 참여한 리모델링 태스크포스 회의 결과 발표를 통해 리모델링 수직증축과 가구수 증가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수직증축 반대그런데 최근 수직증축 리모델링과 관련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수직증축에 반대하는 정부의 논리를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심에 민감한 국회의원들도 여야 구분 없이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크게 4가지다. 우선 건물 안전성 문제다. 국토부는 수직증축을 허용할 경우 기초·파일 보강공사가 쉽지 않아 건물의 구조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품질 확보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파트 신축 당시의 설계도가 없거나 준공 이후 유지관리 이력 등이 없는 경우가 많아 효과적인 구조 보강이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의 리모델링 태스크포스 회의에 참여했던 한국토지주택연구원 윤영호 박사는 “현재 수직증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건설 당시 증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됐고, 철근과 철근 사이 접합부에 대한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콘크리트 강도 추정식조차 없어 기존 구조물의 성능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1기 신도시의 경우 1980년대 말 주택 200만호 건설을 목표로 단기에 건설돼 바다모래 사용, 철근 등 건자재 파동으로 부실 공사 논란이 있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이원호 광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연구결과 저층부 기둥 보강 등 현재 적용 가능한 건축 공법을 활용하면 3개 층까지 수직증축을 해도 안정성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리모델링협회 이인영 부회장은 “건설 전문가들 사이에 리모델링의 구조 안전성 문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할 문제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자원 재활용 효과도 논란거리다. 국토부는 “전면 리모델링의 경우 아파트의 골조만 남기고 대규모로 철거하는 방식이어서 사업비가 재건축사업의 80~90% 수준에 이른다”며 “리모델링 대상 주택이 준공 후 15년 이상이므로 사용 연한이 충분한 점을 감안할 때 자원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공사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내부 마감재, 인테리어 등이 완전히 새로 교체되기 때문에 공사비가 획기적으로 절감되진 않지만 콘크리트 등 기본 골조는 재활용하기 때문에 30% 이상 공사비가 줄어들고 폐기물도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단지에서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병행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동신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을 택한 1·2차 단지의 공사비는 3.3㎡당 322만원, 재건축한 3차는 493만원이었다. 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박사는 “서유럽에서는 리모델링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 건축방식으로 인정받고 있고, 이미 전체 건설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기반시설에 악영향을 미치느냐도 쟁점이다. 국토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수반되는 가구수 증가가 기반시설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도 리모델링시 건축기준이 완화돼 공사 후 용적률이 법적 상한을 초과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구수가 늘어나면 도시과밀화 등으로 도로, 상하수도, 공원 등 기반시설이 부족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모델링협회는 이런 국토부의 발표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국토연구원에 발표한 ‘우리나라 장래 인구 전망’을 인용해 2007년 총 1642만 가구 기준으로 2030년까지 가구수는 점점 늘어나지만 가구당 평균 가족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가구수 증가가 꼭 인구 증가를 불러오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리모델링 공사로 현재보다 늘어나게 될 단지 내 주차공간이 오히려 교통혼잡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1기 신도시의 경우 단지 내 주차공간 부족으로 노상주차가 늘면서 교통대란이 발생하고 있는데, 주차장 확대로 노상주차 수가 줄면 교통흐름이 원활해진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에너지 저감 시설로 아파트를 리모델링 하면 전력(발전소)시설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재건축과 형평성은 어떨까? 재건축과의 형평성 문제도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이유 중 하나다. 재건축은 용적률이 최대 300% 이내(통상 250~290%선)로 제한되면서 소형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 건설(용적률의 30%), 각종 기부채납, 초과이익 부담금 등 여러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 반면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 없이 개별 주택형의 전용면적의 30%까지 주택형을 자유롭게 늘릴 수 있고 심의를 거치면 일조권, 높이제한 등 건축기준도 완화되는 특혜가 주어진다.



주민 “투기 아니라 생활환경 개선”그러나 이 역시 반박 주장이 많다. 만약 리모델링을 통해 집주인이 이익을 본다면 합리적인 수준에서 기부채납 등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것이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투기 이익을 보려는 게 아니라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리모델링을 하자는 것”이라며 “비용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일반 분양분을 조금 만들어 비용을 줄이자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1기 신도시 리모델링연합회 이형욱 회장은 “15~20년 전 지은 아파트는 대부분 2베이 구조여서 리모델링을 하면 앞뒤로 길어지는 기형적인 주택이 된다”며 수직증축이 아니면 리모델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첨예하게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보다 더 심도 있게 이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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