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y Santiago de Compostela - 산티아고 가는 길
- The City Santiago de Compostela - 산티아고 가는 길

요즘은 경이로운 교통수단이 많다. 비행기표도 싸졌다. 유럽의 새 고속도로를 차로 달리는 기분도 그만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세계 도시 중에서 걸어서 가기에 가장 좋은 곳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다.
이슬람교 신자라면 한번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발자취를 따라 메카에서 메디나까지 걸어야 하듯이 10세기 이전의 기독교인은 3대 성지 순례 중 하나를 실천해야 축복과 죄의 사함(indulgences)을 얻는다고 믿었다. 하나는 로마의 성베드로 묘지. 그 길의 상징은 십자가였다. 그 다음은 예루살렘 그리스도의 묘지. 순례자들은 거의 2000년 전 옛 사람들이 성도에 입성하는 예수를 맞이할 때 그랬듯이 종려나무 가지(palm fronds)를 꺾어 들고 걸었다. 마지막이 산티아고(성야곱)의 묘지다. 그의 유해가 밤중에 이곳 이베리아 반도로 옮겨져 묻혔고 한 양치기가 밝은 별빛 아래 있는 그 성소를 발견했다고 알려졌다.
성야곱 뿐 아니라 성모 마리아도 그리스도 사후 그곳에서 복음을 전했다고 믿는다. 별빛 들판이라는 뜻의 ‘콤포스텔라’로 불리면서 곧 도시가 생겨났다. 기독교권 각지에서 신자들이 찾았다. 그 순례의 상징은 소라 껍질이었다. 16세기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매년 유럽 각지에서 순례자 100만 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은하수를 안내자로 삼았다. 그 뒤를 이어 수많은 신자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기쁨에 차 그 길을 걸었다. 샤를마뉴 대제, 아시시의 성프란체스코, 카스티야의 이사벨 1세...
나는 거의 30년 전 산티아고로 떠났다. 당시 별빛은 안중에도 없었다. 어느 날 오후 레온의 한 카페에 들렀다. 주변에는 여행객들이 가득했다. 산티아고 길의 프랑스 출발지인 생장피에드포르는 이미 먼 거리에 있었다. 순례길의 절반 이상 걸은 상태였다. 며칠 후면 내 나이 39세였다. 그땐 잘 몰랐지만 그 순간부터 내 삶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 길에서 앞 풍경은 단조로웠다. 내 뒤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흙에 새겨진 내 신발 자국만 뚜렷이 보였다. 해가 떨어지면 바람에 그 흔적마저 사라지리라.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스스로 물었다. “넌 여기서 뭘 하고 있니(What am I doing here)?”
그 질문이 며칠 몇 주가 지나도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도보 순례를 하다니 미친 짓 아냐? 그래, 난 내 꿈을 좇는다. 어린 시절 이후로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작가가 될 준비가 됐나? 아무튼 꿈은 편안하고 위험이 적지만 그 꿈을 실현하려면 좌절과 패배가 따른다. 게다가 나는 어린 아이도 아니었다.
갖가지 회의를 억누르며 계속 걸었다. 그 경험이 나의 첫 책 ‘순례자(The Pilgrimage)’가 됐다.
25일 동안 800km를 걷다보면 머리 속으로 수많은 글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게 된다. 걷는 동안 여러 숙소(알베르게)를 거치며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났다. 모두 소라 껍질을 가지고 다녔다. 금혼식(golden anniversary)을 기념하는 부부도 만났고 스트레스에 지쳐(stressed-out) 한달 휴가 동안 삶을 돌아보려는 사업가와 이야기도 나눴다. 어디를 가나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는 요령을 열심히 익혔다.
산티아고 도착을 하루 앞두고 언덕이 나타났다. 몬스 가우디(기쁨의 산)였다. 순례자들은 그 언덕에 올라 멀리 산티아고와 그 거대한 성당을 처음 보게 된다. 매일 밤 순례길을 안내해 준 횃불 같은 은하수의 종착지다. 1980년대 중반엔 나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을 도보로 완주한 사람은 연간 400명 정도였다. 2010년엔 매일 약 450명이 산티아고를 향해 줄지어 걸어갔다.
돌로 지은 성당은 늘 변함없다. 하지만 순례가 끝날 때 순례자 자신은 돌이킬 수 없이 달라진다(by the journey’s end, it is the pilgrim who has been indelibly changed). 그 길을 걸으면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건 조금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흘만 지나면 배낭 무게가 절반으로 준다. 짐을 줄이고 몸을 보존하며 영혼을 치유하라(Lighten the load, preserve the body, and tend the soul). 산티아고 길이 주는 교훈이다. 산티아고는 수세기 동안 그랬듯이 걷기가 최고인 길의 종착지다. 한 번에 한 걸음씩(one step at a time)...
[필자는 브라질의 대표 작가로 최근 ‘알레프(Aleph)’를 펴냈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와이파이 이용 가격이..", 북한 여행 간 러시아인들 후기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월드컵 중요"…손흥민 마음 속 새 팀은?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진성준 "코스피 안 망한다"…'대주주 기준 상향' 반대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IPO 실패시 회수 어떻게?…구다이글로벌 CB 투자 딜레마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구독하면 200만원 주식 선물', 팜이데일리 8월 행사 시작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