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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 확보전 치열한 희소금속

Technology 확보전 치열한 희소금속


정부, 리튬 등 56개 원소 희소금속으로 지정…소재가공 40개 핵심기술도 집중개발키로
중국 장수성 롄윈강 연운항에 적재된 수출용 희토류.

해마다 상품시장에서는 새로운 신소재로 무장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이때 사람들은 제품의 국산화에는 관심을 갖지만 그 내부에 사용되는 소재 개발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태양전지의 경우 모듈에 사용하는 폴리실리콘웨이퍼나 저철분 강화유리, 라미네이터 같은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쪽보다 수입해서 쓰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전기자동차의 리튬이온전지 개발의 경우도 외국회사가 상용화를 이루고 있다. 리튬은 휴대전화나 노트북 컴퓨터 등 고효율 배터리가 필요한 곳에는 어김없이 쓰이는 금속이다. 휴대전화 배터리에는 리튬이 25%나 쓰인다. 이는 리튬이 첨단제품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세계는 지금 ‘리튬 확보 전쟁’ 중이다. 리튬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오갈 정도다.

리튬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이다. 따라서 무게당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가장 많다. 이를 두고 에너지 밀도가 크다고 한다. 에너지 밀도는 새로운 전지를 개발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는 측면이다.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는 2020년까지 연평균 41.5% 성장하고, 자동차산업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2차 전지(xEV)의 시장규모는 최대 7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땅속에 존재하는 리튬은 세계적으로 그 양이 아주 적고, 지리적으로도 남미나 중국 등에 집중돼 있어 추출하기가 쉽지 않다. 리튬을 사용하는 제조업은 많은데 매장량이 적을뿐더러 재활용도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최근 우리나라는 리튬을 비롯하여 니켈, 텅스텐, 마그네슘, 인듐, 백금, 코발트, 갈륨, 티타늄, 지르코늄, 희토류를 11대 희소금속으로 지정하고 중점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극히 적고 일부 지역에만 존재하며 광물 상태에서 추출이 어려운 금속을 지식경제부에선 공식적으로 ‘희소금속’(Rare Metal)이라고 부른다. ‘희귀금속’ ‘희유금속’도 같은 이름이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미국은 33종류, 일본은 31종류, 우리나라는 총 35종류 56개 원소를 희소금속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희소금속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희소금속을 쓰면 다양한 물질의 특성을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다. 이를테면 희소금속을 섞으면 금속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 철에 크롬, 몰리브덴, 바나듐, 티타늄 등 고용융점 금속(녹는점이 높은 금속)을 조금만 섞어 넣어도 기존 철보다 훨씬 단단해진다. 철 원자 사이에 탄소가 끼어들어 단단하게 결합하는 ‘마텐자이트’ 상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강철은 니켈, 크롬 등을 조금씩만 섞어 넣어도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스틸’로 변한다.

어디 그뿐인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에는 인듐 등 15개의 금속이 골고루 섞여 물질의 전기적 성질을 우수하게 만든다. 희토류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LCD를 비롯한 디스플레이들은 내부 산화물에 발광물질 입자를 넣어 빛을 낸다. 보통의 발광물질들은 산화물에 들어갈 경우 화학적인 성질이 바뀌어 시간이 지나면 선명함을 잃어버린다. 그런데 희토류 원소는 독특한 전자궤도를 가지기 때문에 다른 물질에 녹거나 결정 속에 들어가도 자신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다. 덕분에 디스플레이용 산화물에서도 원래의 선명함을 유지하며 빛을 낼 수 있다. 희소금속을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60년대 공업화 초기단계부터 우리는 부품소재를 수입해 가공하고 조립함으로써 디지털TV, 조선 등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들어 단시간 내에 수출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부품소재는 그럴 수 없다. 설계단계부터 선진국의 특허에 막힌다. 또 핵심 부품소재 하나라도 차질이 생기면 완제품 전체가 막혀 제품 수출에도 언제 제동이 걸릴지 모른다. 선진국들이 완제품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핵심부품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다.



3000억원 투자해 소재기술 국산화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희소금속 관련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희소금속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소재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기업도 거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자연에서 원하는 금속을 뽑아내는 제련, 정제 기술’ 등 희소금속을 얻는 소재화 기술이 없다면 희소금속을 아무리 많이 확보해도 무용지물이다. 자원개발이나 수입을 통해 확보한 광석이 밀가루라면 이를 다양한 종류의 음식으로 만들기 위한 반죽을 만드는 기술이 없다는 얘기와 똑같다.

희소금속을 확보해도 소재화할 수 있는 가공능력이 없다면 해외에서 다시 비싼 가격의 소재로 들여와야만 한다. 국내의 갈륨이 그 한 예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갈륨은 연간 10톤이다. 하지만 이를 LED 소재로 만드는 데 필요한 특수 화학처리 기술이 없어 전량 해외로 수출했다가 가공된 제품을 다시 수입하고 있다. 결국 희소금속 서말이라도 분리해 내야 보배인 것이다. 이는 기술력이 자원임을 뜻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보유국이다. 전 세계 생산량의 97% 가량이 중국에서 나온다. 그런데 중국이 작년 말 희토류 금속 등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희소금속 가격이 폭등하자 각국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조달처 다각화에 나서면서 국제적으로 희소금속 개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를테면 올 10월에는 한국과 일본, 유럽이 카자흐스탄에서 희소금속 쟁탈전을 벌였다. 카자흐스탄은 일본 국토의 7배가 넘는 광대한 땅에 미개발 상태의 자원이 많아 ‘희소금속 개발의 프런티어’로 불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해 희소금속 소재 가공에 필요한 40개 핵심기술을 집중 개발할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은 제품생산에 필요한 희소금속 소재의 거의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해 썼다. 따라서 핵심소재의 국산화가 아주 시급하다.

우리 눈에 겉모습만 보이는 완제품 속에는 부품소재들이 가득하다. 부품소재는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러니 이제 우리만의 소재기술을 키워 산업구조상 허리가 잘록한 호리병 형태가 아닌, 허리가 든든한 항아리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역전 드라마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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