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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스페인 총리 당선자 마리아노 라호이 - “수술칼 집어들 준비가 됐다”

[People]스페인 총리 당선자 마리아노 라호이 - “수술칼 집어들 준비가 됐다”

2004년 모든 여론조사가 마리아노 라호이(56)의 총선 승리를 예고했을 때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가 발생했다. 마드리드 열차 네 량에서 폭탄이 터져 192명이 사망하고 야당인 사회당이 기대하지 않은 승리를 거뒀다. 라호이는 깨끗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 2008년 총선에서 그는 또 다시 패했다. 경제위기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했기 때문이다. 반면 그의 라이벌인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는 월스트리트로부터 밀려드는 쓰나미와 그런 대재앙에 맞설 스페인의 능력에 관해 거짓말을 했다.

이번에는 3년 전 사파테로를 믿었던 사람 중 450만 명이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당에 등을 돌렸다. 그중 마리아노 라호이에게로 넘어간 표는 10%에 불과했지만 그밖에 그를 지지하는 1000만 명의 유권자가 있었다. 11월 20일 프랑코 사후 11번째 총선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국민당(PP)이 압승을 거두며 라호이가 스페인 총리에 당선됐다.

그동안의 굴곡진 정치인생에서 라호이는 소수의 공공연한 정적과 다수의 동지들로부터 게으르다, 물렁하다, 따분하다, 무게감이 없다(lite), 실무형이다, 카리스마가 없다 등 온갖 지적을 받았다. 그의 주요 선거 보좌관조차 국민당이 거둔 이번 압승(345석 중 186석)을 설명하면서 라호이의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환경[경제와 금융 위기]과 사파테로 정부의 무능한 대처가 열쇠였다”고 그는 말했다.

아스나르 정부에서 장관을 다섯 차례 지낸 라호이는 1980년대 초 고향 갈리시아에서 정치에 입문하기 전 부동산 등기담당자였다. 스스로 어떤 세련된 면모를 주장할 만한 인물은 결코 아니다. “그를 보고 게으르다고 하지만 모두 흑색선전의 산물이다. 그는 절대 머리를 염색하지 않고 동성애자가 아니며 도교 사상을 실천한다”고 라호이의 측근 중 한 명이었던 외교관 출신의 호르헤 모라가스가 말했다. “TV를 거의 보지 않고 처칠을 존경하며 매일 아침 한 시간씩 걷고 해 뜰 무렵부터 해질 때까지 일한다.”

근면한 신교도 정신을 지닌 가톨릭 교도인 라호이는 스포츠를 아주 좋아한다. 레알 마드리드 축구팀의 팬이며 키가 커서 젊었을 때 농구를 했다. 주말에는 사이클링을 즐기며 비판을 항상 유쾌하게 받아들여 정치판에서 그 덕을 본다. 친구들과 정적들에 따르면 처신이 현실적이고 약속을 잘 지켜 사파테로와는 정반대 성향이다.

경제가 파탄 나고 실업자가 500만 명에 달한 스페인이 당장 수술 없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 최대 의문이다. 국민당 집행위원회에 보낸 첫 메시지를 보면 라호이는 수술칼을 집어들 준비가 된 듯하다. 스페인은 “모든 조치를 취하고” “문제를 수습하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그가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근본적인 개혁을 실시하겠다는 의향을 시사한다. 적어도 이 점에서만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듯하다.



FELIPE SAHAGUN(스페인 신문 엘 문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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