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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주선 미팅 - 중매쟁이로 직접 나선 회장님

기업 주선 미팅 - 중매쟁이로 직접 나선 회장님

11월 19일 열린 ‘두근두근 커플 만들기’에 참석한 미혼 남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1월 19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흑석동 중앙대 약대 11층 유니버시티 클럽으로 미혼 남녀 60명이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모였다. 이 행사 이름은 ‘두근두근 커플 만들기’. 두산그룹의 의뢰로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주관한 행사다. 두산그룹과 중앙대·중앙대병원·대한체육회 직원들은 여섯 개의 테이블에 남녀 각각 5명씩 총 10명이 앉았다. 단체 맞선의 중매자는 박용성(71) 두산중공업 회장이다.



사비로 신혼여행비 지원박 회장은 이날 맞선 자리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늘 여기서 맺어져 가장 먼저 결혼하는 커플에게는 사비로 신혼여행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11월 4일 두산그룹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중앙대병원, 회장으로 있는 대한체육회의 사내 인트라넷에 ‘선남선녀를 위한 좋은 만남’이라는 제목의 중매글을 올렸다. 박 회장은 이 글에서 “최근 젊은이들이 좋은 짝을 찾기가 더 까다로워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두산과 중앙대, 중앙대병원, 대한체육회 직원 중 결혼 적령기의 선남선녀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만남의 터를 마련해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날 모인 미혼 남녀는 박 회장의 글을 보고 신청한 직원들이다. 두산그룹과 중앙대병원에서는 신청자가 몰려 추첨으로 참가자를 선정했다. 두산그룹에서는 두산·두산인프라코어·두산중공업 등 그룹사에 소속된 사원부터 차장까지 다양한 직급이 참여했다. 중앙대병원에서도 비서, 간호사, 인턴·레지던트 전공의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처음 어색했던 분위기와 다르게 행사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다. 자리를 바꿔가며 가진 일대일 만남은 제한된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진행자는 “이제 다음 테이블로 이동해 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해야 했다. 이런 맞선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면 스태프를 통해 자신의 연락처가 담긴 ‘러브매칭카드’를 전할 수 있다. 스테프는 참가자의 러브매칭카드를 전달하느라 분주했다. 행사를 진행했던 듀오 이벤트팀 장성윤 팀장은 “이번 참가자는 다른 단체 미팅보다 연락처를 전달하는 데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맞선 참가자 가운데 10장의 러브매칭카드를 받은 여성도 있었다. 이후 스탠딩 와인파티가 이어졌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남녀는 각자의 희망 이성을 써냈다. 이를 토대로 열 커플이 맺어졌다. 행사가 끝난 시간은 저녁 8시 30분이었다.

박 회장은 무슨 이유로 중매에 나섰을까. 중앙대 김태성 홍보팀장은 “젊은 사람들이 건전한 만남 통해서 안정 찾는 것이 회사 능률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 행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를 진행한 듀오 관계자는 “박 회장이 워낙 가족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가족이 탄생하려면 우선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박 회장이 직원 가족에 대한 배려로 두산 사업장과 중앙대 내에 탁아소를 설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번 단체 미팅 같은 행사를 계속 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안에 한번 더 단체 미팅을 진행한다. 처음 행사와 반대로 두산그룹의 여직원과 중앙대· 중앙대병원·대한체육회 남자 직원의 만남을 주선할 예정이다.

박 회장뿐만 아니다. 많은 기업이 미혼남녀의 중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직원 복지를 담당하는 신한은행 직원만족센터는 지난해 4월부터 단체 미팅을 주선하고 있다. 교사나 공무원, 다른 기업 이성과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10번의 행사를 열었다. 교제 중인 커플은 열여덟쌍, 결혼까지 한 커플은 두쌍이다. 12월 17일에는 회계법인과 대기업 직

원 30명이 신한은행 직원들과 만남을 가진다. 신한은행 김영길 홍보팀 차장은 “출산 장려정책에 부응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안정적으로 근무하길 바라는 취지에서 행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은행 노동조합이 벌이는 단체미팅 행사도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남녀 직원 40명은 11월 19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남을 가졌다. 국민은행 노조 민병철 본부장은 “은행원은 업무가 바빠 연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직원에게 이성 만남의 장을 열어줌으로써 사기를 진작하고 직원 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팅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국민은행 노조가 벌인 행사 중 첫째다. 12월 3일에는 국민은행 여자 직원 20명과 신한은행 남자 직원 20명이 단체 미팅을 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은행 외의 업체와도 단체 미팅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경남 창원에서는 두산중공업 남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단체 미팅 행사를 열었고, STX조선해양과 경남은행 직원들이 단체 맞선을 보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혼기가 꽉 찬 직원을 대상으로 맞선 행사를 여러 차례 열었다.

신한생명 미혼 여직원 20명과 사외 미혼 남성 20명은 11월 26일 곤지암리조트에서 단체 미팅 여행을 다녀왔다. KT는 11월 27일 자사 남자직원 8명을 결혼정보회사에서 매칭한 여성 8명과 단체 미팅을 열었다. 이밖에 LG전자·LG화학·삼성물산·현대유엔아이 등이 직원들을 위한 기업미팅 이벤트를 개최했다.



의 몰입도 높이는 효과 기대많은 기업이 미혼 직원의 이성교제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일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진현 수석연구원은 “미혼 직원의 단체 미팅을 기업들이 연다는 건 회사가 결혼과 가족, 양육문제 등 개인문제에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며 “개인적인 고민을 줄인다면 일에 몰입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결혼을 장려해 이직률을 줄이겠다는 뜻도 있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사내 미혼 비율이 높아질수록 이직률이 높다”며 “그런 의미에서 직원의 결혼은 기업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용대비 효과도 좋다. 단체 미팅 행사는 직원 1인당 5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듀오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서 회식비나 학원비 등을 5만~10만원 정도 지원해주는 것을 생각해볼 때 큰 돈이 아니다”라며 “직원들이 자신의 짝을 만났을 경우 효과는 회식비나 학원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수정 이코노미스트 기자 palindro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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