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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1억원 미만 회원권에 관심 둘만

[Golf] 1억원 미만 회원권에 관심 둘만

올해 시세 상승률 1위에 오른 센테리움CC.

하락. 올 한해 국내 골프회원권 시장은 이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시즌 초반 장세는 나쁘지 않았다. 중동의 민주화 시위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현상이 대두됐지만 오히려 호재가 되기도 했다. 골프회원권이 대체 투자처로 매력이 커졌고 5억원 이상의 초고가 회원권을 중심으로 상승 기조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내 저축은행 사태와 건설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법인들의 자금경색과 부정적 수급 상황론이 맞물려 회원권 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자연재해도 악재였다. 3월 일본 대지진 여파로 방사능 누출 우려가 커지면서 매매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여름철로 접어들면서는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골퍼들의 라운드 횟수가 감소했고 이는 매매 부진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하반기에는 유로존의 자금경색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처럼 시장은 호재보다는 악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경직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국내 골프회원권 시장을 한 눈에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가 11월 30일 발표한 골프회원권시장의 에이스피(ACEPI)종합지수가 그것이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는 2005년 1월 1일의 시세를 기준(1000포인트)으로 116개 골프장, 173개 종목의 등락을 주가지수와 같이 수치로 표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중부권 회원권 시세 많이 떨어져연초 ACEPI지수는 1083.8포인트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11월말 현재 ACEPI지수는 190.1포인트가 빠진 893.7포인트로 17.5%가 하락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000포인트 벽이 무너진 것이다. 종목별로는 고가대와 중가대가 각각 22.9%, 21.4%로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중부권 골프회원권 값의 하락세(19.5%)가 두드러졌다.

각 지역별로 평균 시세의 증감 현황을 살펴보면 그 수치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올해 초 경기지역의 골프회원권 평균 시세는 1억8200만원 수준이었으나 11개월이 지난 시점에선 1억4300만원으로 평균 21.4%가 하락했다. 금액으로는 평균 3900만원이 떨어졌다. 경기지역에 이어 충청지역이 평균 17.4%, 강원지역이 평균 12.5%가 떨어져 하락률 순위 2, 3위를 기록했다. 반면 영남(1.4%)과 제주(3.5%), 호남지역(5.8%)으로 순으로 하락률이 낮았다.

회원권의 가격대 별로 시장의 반응은 어땠을까. 국내 시장에서는 회원권의 값에 따라 크게 여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초고가대(5억원 이상)와 고가대(2억원 이상~5억원 미만), 중가대(1억원 이상~2억원 미만), 저가대(1억원 미만), 주중 회원권, 여자회원권으로 나뉜다. 하락폭은 고가대가 가장 컸다. 올초 평균 시세는 3억1300만원이었으나 2억3100만원으로 평균 8200만원이 떨어졌다. 하락률로 따지면 26.3%였다. 하락률 2, 3위는 여자회원권과 중가대의 회원권으로 각각 24.2%, 20.3%를 기록했다. 저가대(14.6%)과 주중회원권(9.8%)은 상대적으로 하락세 둔화 현상을 보였다.

이는 예전과 다른 패턴으로 이해된다. 기본적으로 회원권 시장에서는 종목 수가 가장 많은 고가대와 중가대의 거래가 활발하고 실질적으로 시세 안정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약세장이었던 올해는 새로운 패턴이 나타났다. 고가대와 중가대는 낙폭이 컸고 저가대는 오히려 선방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의 이현균 애널리스트는 “저가대 회원권의 선전은 실제 사용자들의 지속적인 유입 덕분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지방 골프장과 주중 회원권의 약진은 수도권 선호현상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노년층 골퍼 증가올해 골프 회원권 시세 상승률 10곳을 살펴보면 이 같은 분석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충북 충주에 있는 센테리움 골프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북이지만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나쁘지 않은 이 골프장이 올해 최고의 시세 상승률(17.4%)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쉽게 도착할 수 있는 센테리움 골프장은 꾸준한 하락장에서도 3700만원의 시세 상승을 이끌어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용인의 은화삼 골프장의 주중 남녀 회원권(입회금 4000만원)이 재미를 봤다. 서울 근교의 주중회원권 값이 보합세 이상의 상승장을 유지한 것은 여성층과 노년층 골퍼의 수요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지방거점 골프장으로 평가 받는 경북 칠곡에 있는 파미힐스 골프장(코스 증설)이나 전남의 골드레이크 골프장은 실사용자들의 매수세가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물론 충남 천안의 버드우드 골프장처럼 주중 개인 회원권 값이 폭락한 경우도 있다. 1월에 3000만원이던 시중 시세가 1800만원으로 무려 40%나 급락했다. 올해 골프 회원권 시세 현황 가운데 최대 하락률이다. 이 골프장의 주중 개인 회원권 값이 크게 떨어진 것은 매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주변 지역 경쟁구도가 치열해지면서 적절한 매매 성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현균 애널리스트는 “버드우드 골프장의 인접 지역인 경기 안성권과 충북 진천권에 새로운 골프장들이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평가했다. 시세 하락률 10곳 중에서 두 번째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경기도 가평의 마이다스밸리 골프장은 주중 회원권을 분양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주중회원들에게 주말예약 혜택을 부여하면서 정회원권의 시세 하락을 초래했다.

내년 회원권 시장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올해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각 기관별로 내놓는 경기 전망치가 올해보다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준으로 0.1~0.4%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악재만 있는 건 아니다.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적인 기조가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이 같은 큰 밑그림 속에서 회원권 시장은 골퍼들의 실리적인 소비형태가 시세의 등락폭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회원권 등 초고가대는 소수 정예 회원에 따른 확고한 예약 보장제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매력 포인트는 예전 같지 않지만 비즈니스의 ‘차별화된 회원권’으로서는 여전히 그 가치가 높다. 금액적인 부담을 고민하는 개인 매수자라면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저가대의 매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고가대와 중가대 회원권은 올해처럼 시장의 약세장을 계속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변화 요인에 버틸 수 있는 종목으로 한번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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