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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영 하영그린 대표 - ‘엄마의 긍정’으로 조경사업 꽃피우다

하현영 하영그린 대표 - ‘엄마의 긍정’으로 조경사업 꽃피우다

‘언제까지 살림만 할 것인가.’ 하현영(49) 하영그린 대표가 12년 전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는 그때까지 직장생활 한번 해보지 않은 전업주부였다. 두 아이가 엄마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자라면 자신의 삶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때부터 무슨 일이든 상관 없으니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열망이 간절해졌다.

“가진 돈도, 기술도 없는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떠올린 게 바로 제 취미인 꽃꽂이였어요.” 학원을 꾸준히 다니며 배운 솜씨가 거의 전문가급이었다. 아파트 1층에 위치한 집 앞 화단을 꽃과 화초로 가꿔 이웃의 부러움 사기도 했다. 고심 끝에 1999년 꽃가게를 열었다. 다행히 가게는 번창했고 직원도 늘었다. 하 대표는 “가장 좋아하는 일, 가장 자신 있는 일을 선택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2년이 지나자 사업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하 대표가 주목한 건 공간을 꽃과 식물로 꾸미는 조경사업이었다. 기존 업체들이 하고 있는 대규모 실외 조경 분야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다. 그는 전업주부 시절 아파트 베란다와 화단 등 틈새 공간을 활용해 정원을 꾸미던 걸 떠올렸다. 빌딩 옥상이나 건물 내부의 빈 공간에 조경을 한다면 차별화된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하는, 자신 있는 일을 하다2001년 하영그린을 세워 실내조경이라는 틈새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침 주상복합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던 시절이었다. 초기에 시장을 공략한 덕분에 주문이 밀려들었다. “관급공사를 수주하려면 정식면허를 따야 했기 때문에 법인 설립이 쉽지 않았지만 현실에 그대로 안주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도전했죠.” 회사 설립 이듬해부터 삼청 세계동굴엑스포,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등 유명 행사에서 조경을 담당하고 실외조경까지 영역을 넓히며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성공의 이면에는 하 대표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꽃가게의 꽃꽂이와 조경은 엄연히 다른 분야다. 인테리어부터 건축 설계까지 전문 지식이 필수다. 하 대표는 그야말로 밤을 새워가며 공부했다. 그는 “기술도, 지연·학연도 없어 끊임 없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경 프로젝트를 걸고 실시하는 공모전에 수도 없이 응모했고 실제로 당선 된 것도 여러 번이다. 인맥 없는 하 대표가 회사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참 끈질기게 덤볐다. 프로젝트를 딸 수 있다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제가 가진 힘의 원동력은 ‘엄마의 긍정’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가족이든 엄마는 가족을 챙기며 ‘잘 될 거야’라는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거든요.”

조경은 건축시공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억센 남성들과 현장에서 부딪치는 일도 잦았다. 하영그린에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관계자도 대부분 남성이다. 하 대표는 평소 상냥한 표정에 조곤조곤 하게 말하지만 이런 비즈니스 현장에서 만큼은 더 당당하게 행동해야 했다. 조경설계를 두고 현장의 다른 사람과 부딪치거나 상대방을 설득해야 할 때가 잦기 때문이다. “여성, 특히 주부는 섬세하고 부드럽게 마련이지만 일을 할 때는 강해져야 한다”고 하 대표는 강조한다.

하 대표는 여성이 가진 강점도 100% 살렸다. 남성이 많은 업계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승부했다. 유연한 구성과 뚜렷한 색감의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다. 여성이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실력으로 무장해야 했다. 조경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하 대표는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가든스쿨을 열었다.

다른 창업 희망자들에게 좀 더 쉬운 길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조경 전문 교육기관인 하영그린아카데미로 발전했다. 아카데미는 20여개 과목으로 세분화한 교육 시스템을 갖춰 조경 전문 기술가를 육성하고 있다.

하영그린은 전국 곳곳의 대규모 관급공사를 비롯해 개인이나 회사가 의뢰하는 옥상, 실내, 야외의 조경사업을 수행해 1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 기술까지 전수해주는 업계 선두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하 대표는 요즘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경 관련 강의를 진행하느라 분주하다. 지자체 등에서 많이 요청한다.

최근에는 도시농업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원주에 짓는 도시농업체험교육관의 건축부터 조경까지 하영그린이 맡았다. 그는 “공간을 꾸미는 것을 넘어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는 도시농업이 앞으로는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 대상 강의 많아앞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할 계획을 세우며 더 바쁜 날을 보내고 있지만 하 대표는 주부로서 본분도 잊지 않는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는 1~2시간 동안 밀린 집안일을 한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집이 한결 더 편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경제적인 이윤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존재 가치가 커졌다는 점을 그는 가장 뿌듯하게 여긴다.

하영그린아카데미에는 하 대표의 성공담을 듣고 찾아온 학생이 많다. 그들에게는 하 대표가 하나의 롤모델(role model)이다. 늦깎이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하 대표는 “꼭 전문 기술을 배우고 나서 창업을 하라”고 당부한다. 만약 건축과 인테리어라는 생소한 분야를 배우는 게 두려워 포기했더라면 하 대표의 가게는 아직도 작은 꽃가게에 그쳤을 것이다. 전문 기술은 하 대표가 더 높은 단계의 사업가로 도약할 수 있는 힘이 됐다.

하 대표는 “일하는 보람을 직접 느껴보라”는 말도 덧붙였다. 단순히 취미활동에만 그치지 말고 경제활동을 하며 사회에 직접 기여하는 즐거움이 각별하다는 것이다. 인내와 끈기 역시 여성 창업자가 갖출 필수 덕목이다. “100명중 1~2명만 성공하는 건 나머지가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능력이 없어서, 취업을 못해서 창업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성공담을 주변의 여성들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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