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 파리바게뜨 평택 공장
[Repo] 파리바게뜨 평택 공장
11월 29일 오전 10시. 경기도 평택 추팔공업단지에 들어서자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평택공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부지 7만6304㎡(2만3000평), 공장 면적4만6646㎡(1만4110평)로 아시아 최대 빵 공장이다. 2004년 준공한 이 공장은 하루 평균 400만개의 ‘생지’(굽기 전 반죽해놓은 빵)를 생산한다.
평택공장 정문으로 들어서자 흰색 바지와 흰색 가운을 입은 직원이 눈에 띈다. 청소 아주머니도 흰색 작업복에 위생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정효환 SPC그룹 부사장은 “소비자에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위생관리는 필수”라며 “복장이 불량한 곳은 제품을 만들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생산라인 진입 절차는 까다로웠다. 그룹 임직원도 허가를 받지 못하면 생산라인에 들어갈 수 없다. 먼저 우주복처럼 생긴 상하 일체형 근무복을 입었다. 얼굴 전체를 감싸는 위생모자에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렇게 중무장을 했는데도 아직은 출입불가. 공장 관계자는 “모자 밖으로 머리카락이 삐져 나왔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라”며 “비누와 세정제를 반드시 사용해 손을 닦아달라”고 말했다. 그러고도 단계가 하나 더 남았다. 자동으로 온 몸을 소독하는 ‘오토바디 클린시스템’이다. 문을 열고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면 10여 초 동안 세찬 바람이 나온다. 미세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바람이 멈췄다. 드디어 작업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렸다. 평택공장 전록중 부장은 “사장이 방문해도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생산라인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생산라인으로 들어서자 달콤한 빵 냄새가 풍겼다. 빵을 운반하기 위해 길게 이어진 컨베이어 벨트는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컨베이어 벨트에서 막 구어져 나온 에그타르트(페스트리빵 위에 계란노른자·우유·설탕·휘핑크림을 섞어 만든 빵)였다. 일렬종대 모양으로 포장하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빵에 따라 공장 내부 온도 달라바로 옆 라인에서는 불고기 브리또를 만들고 있었다. 기계로 만드는 에그타르트와 달리 불고기 브리또는 사람 손이 많이 갔다. 직원 10여명이 불고기 브리또의 재료인 또띠아(밀전병)·야채·소스를 버무려 돌돌 말고 있었다. 무게도 직접 달았다. 개당 180g에 미달되거나 초과되면 폐기한다. 전 부장은 “불고기 브리또는 공장에서 유일하게 손으로 만드는 제품이지만 기계로 생산하는 것만큼 위생적이고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바게뜨·크로와상·소보루·슈크림빵 등 휴면생지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생산라인. 휴면생지는 반제품 상태를 말한다. 발효가 끝난 반죽이나 1차 굽기를 한 빵이다. 파리바게뜨는 1986년 설립 때부터 이런 휴면생지 제품을 매장에 보내 완제품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베이크 오프 시스템(Bake-Off System)’이라고 부른다. 전 부장은 “반죽을 빠르게 얼려 냉동 보관하기 때문에 이스트와 효소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며 “다시 해동해 매장에서 구워도 방금 구운 빵처럼 맛과 품질이 똑같다”고 말했다.
평택공장의 자동화 비율은 70%다. 빵 안에 크림이나 단팥을 넣는 작업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2004년 자동화 시설을 갖춘 평택공장은 일일 최대 400만개의 빵을 생산할 수 있다. 자동화 전에는 하루 50만개 밖에 만들지 못했다. 자동화 덕분에 매출도 크게 뛰었다. 1986년 회사 설립 이후 2005년까지 20년간 5000억원 넘지 못했던 연 매출은 2009년 1조원을 넘어섰다.
이 공장의 자랑은 수천 개 빵을 동시에 구울 수 있는 대형 오븐이다. 빵을 굽는 게 쉬운 일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파리바게뜨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제품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게 바게뜨 빵이다. 바게뜨 빵은 수분이 적어 구운 후 네 시간이 지나면 쭈글쭈글해진다. 다른 빵과 달리 밀가루·소금·이스트·물만 재료로 사용해서다. 굽는 과정에서 바게뜨 빵이 건조해지지 않는 온도와 습도를 알아내는 일은 어려웠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온도와 습도가 맞지 않아 바게뜨 빵이 아닌 수제비가 돼 버리거나 속이 쫄깃하지 않고 겉은 눅눅한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파리바게뜨 연구진은 수천 번의 시행착오 끝에 영하 18도에서 휴면생지를 급속 냉동한 다음 해동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알아내는 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이런 교훈을 통해 평택공장은 빵 종류에 따라 공장 내부 온도가 달라 모양과 맛이 똑같다.
또 다른 자랑거리는 철저한 검사 시스템이다. 절반 이상 구운 빵은 포장하기 전에 불량품이 없는지 확인작업을 한다. 전 부장은 “평택공장에서는 340개 품목 휴면생지가 300만개 이상이 생산되지만 불량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불량률이 제로에 가까운 이유는 공항 검색대에서 볼 수 있는 이물질 검사시스템 덕분이다. 호두나 건포도 등 빵을 만드는 데 쓰이는 모든 원료가 자석이 설치된 금속 검출기를 통과해야 한다. 1차 관문을 통과하면 컨베이너 벨트로 옮겨져 X-ray 촬영을 한다.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돌·금속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고밀도 이물질을 거른다.
철저한 생산관리로 HACCP 획득정백당·전지분유·천일염 등 빵을 만드는 20여종의 분말형 원료는 특수 파이프 라인을 통과해야 한다. 컴퓨터 시스템에 연동된 파이프 입구에는 미세 이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촘촘한 거름망이 있다. 전 부장은 “불량품 0%에 도달하기 위해 이중·삼중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과정은 공장 2층에 있는 중앙통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빵 제조 공정별로 원료 투입량, 배합 정도, 반응 온도를 자동 감시한다. 전 부장은 “통제센터 내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보면 공정과정을 실시간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며 “파리바게뜨가 하루 300t 이상의 빵을 만들면서도 균일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이런 철저한 생산관리로 지난해 8월 먹을거리 인증제도인 HACCP를 획득했다.
평택공장의 철저한 위생관리와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다. 중국의 제빵협회인 중국베이커리공회는 1년에 서너번 평택공장을 방문한다.
생산과정을 둘러보고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다. 정효환 부사장은 “과거 우리도 선진국의 제빵공장을 방문해 품질과 기술개발 노하우를 배웠다”며 “지금은 평택공장만큼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곳이 드물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방문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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