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삶을 바꾼 히트상품-꼬꼬면
2011 삶을 바꾼 히트상품-꼬꼬면
라면 하면 빨간 국물이었다. 특히 매운 농심 신라면은 부동의 1위였다. 올해 ‘흰 국물 라면 시대’가 열렸다.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이 인기를 끌면서 나가사끼 짬뽕(삼양)·기스면(오뚜기)·농심 곰탕(농심) 등 흰색 국물 라면이 잇따라 나왔다. 이중 꼬꼬면이 인지도나 실적에서 단연 앞서 있다.
올해 8월 출시 이후 11월 말까지 6950만개(봉지면 6000만개·용기면 950만개)를 출고했다. 마트 판매 기준으로 신라면과 짜파게티에 이어 3번째로 많이 팔렸다. 삼양라면·안성탕면 등 전통의 라면 강자를 제쳤다. 꼬꼬면 열풍에 라면 업계에는 오랜만에 활력이 돈다. 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생산원가만큼 판매단가를 올리지 못해 라면 회사들은 새로운 제품을 낼 여력이 없었다”며 “꼬꼬면의 인기는 침체한 라면시장을 되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흰 국물 라면 시대는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남격)’이 열었다. 꼬꼬면은 올 3월 방영된 남격 ‘라면 경연대회’에서 개그맨 이경규씨가 출품했던 ‘꼬꼬면’을 한국야쿠르트가 제품화한 것이다. 꼬꼬면은 닭곰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품이다. 이경규씨는 대학 입학 후 연극 연습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할 때가 많았다. 가끔 집에 들어가면 손자를 기다리던 외할머니가 닭곰탕을 끓여줬다. 12월 4일 방송된 KBS ‘남격-내 인생 최고의 밥상’에서 이윤석씨는 “(이경규씨가) 라면 대회 때 외할머니의 닭곰탕 맛을 내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꼬꼬면 열풍에 라면업계 활기흰 라면국물이라는 색다른 컨셉트를 내세운 꼬꼬면은 출시 초반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빨간 라면에 익숙했던 소비자는 ‘흰 라면 국물’에 흥미를 보였다. 꼬꼬면의 인기는 한동안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였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제품을 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꼬꼬면의 초반 돌풍은 한국야쿠르트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회사 측은 “꼬꼬면이 출시된 8월은 ‘팔도 비빔면’의 성수기”라며 “팔도 비빔면의 생산이 겹친 것도 이유였지만 생산라인도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올 11월 1개 라인을 증설했다. 12월 중에는 1개 라인을 추가 증설한다.
꼬꼬면의 성공은 ‘흰 라면 국물’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자타공인 라면 전문가와 회사의 빠른 의사결정에서 비롯됐다. 남격에서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한국야쿠르트 최용민(F&B마케팅팀) 차장은 6만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라면 동호회 ‘라면천국’의 운영자다. 남격 제작진은 동호회 대표 자격으로 최 차장에게 심사를 제의했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쑥스러움까지 타는 그는 출연을 고사했다. 그러자 남격 제작진은 홍보팀을 통해 다시 한번 출연을 제의했다. 홍보팀에서 “회사 브랜드를 알릴 좋은 기회”라고 설득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출연을 결정하고도 ‘맛있는 라면이 나올까’라며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심사과정에서 그의 눈길을 끈 요리가 있었다. 흰 국물에서 칼칼한 맛이 나는 꼬꼬면이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제품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면은 빨간 국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맛도 좋았다. 최 차장은 “녹화가 끝난 후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는데 꼬꼬면을 다른 회사에서 가져가면 어쩌나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고객 의견 수용해 조리법 소개 바꿔다음날 아침 그는 남격 작가에 전화를 걸어 “꼬꼬면을 제품으로 만들고 싶은 데 이경규씨와 통화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2시간쯤 지난 뒤 통화가 이뤄진 이경규씨는 흔쾌히 동의했다. 아직 회사에 보고 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최 차장은 확신이 있었다. 그는 출근 직후 꼬꼬면 제품화에 대해 보고를 했고 부문장부터 대표까지 빠르게 오케이 했다.
라면 신제품 계획은 일반적으로 전년도 12월에 완료된다. 꼬꼬면은 남격 방영 후 5개월 만에 출시됐다. 의사결정이 그만큼 빨랐다. 회사 관계자는 “맛과 컨셉트가 다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제품 출시를 빠르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꼬꼬면 돌풍의 또 다른 주역은 고객이었다. 한국야쿠르트는 출시 후에도 꼬꼬면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와 불만을 홈페이지·전화·블로그·트위터를 통해 수집했다. “물 양이 조금이라도 많아지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다” “50mL 정도 물을 적게 넣으면 맛이 더 살아난다” 등 수많은 의견이 모아졌다.
회사는 이런 요구를 꼬꼬면에 적극 반영해 조리법 소개방식을 바꿨다. 조리법을 자세하게 알리기 위해 TV광고를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QR코드도 만들었다. 꼬꼬면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이경규씨가 등장해 ‘물의 양을 맞추기 어려우면 500mL 생수 한 통을 이용하라’ ‘꼬들꼬들한 면을 원하면 3분30초, 부드러운 면을 원하면 4분30초를 끓여라’는 등의 자세한 조리법을 소개한다. QR코드는 임원회의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다.
꼬꼬면은 빨간 국물 일색이던 간식·야식메뉴에 ‘흰 국물 제품’을 추가하는 데 한몫 했다. ‘발효유 전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한국야쿠르트는 종합식품회사의 면모를 세상에 알렸다. 회사 관계자는 “꼬꼬면 출시 전까지만 해도 ‘한국야쿠르트에서 라면을 만드는가’라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며 “꼬꼬면을 계기로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내년 3월 전남 나주에 있는 제2라면공장을 가동한다. 그러면 봉지면 생산 능력이 기존 월 1900만개에서 3100만개로 늘어난다.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의 수익으로 운영하는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1월 설립이 목표다. 이경규씨가 꼬꼬면으로 번 수익금 중 일부를 장학재단에 기탁하면 한국야쿠르트도 같은 금액을 낼 계획이다. 이경규씨는 꼬꼬면 공장 출고가(700원대)의 1%를 로열티로 받고 있다. 이중 어느 정도를 기탁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꼬꼬면을 소비자 참여형 브랜드, 사회 공헌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라며 “맛과 품질의 만족을 넘어 소비자가 기쁘게 먹을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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