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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프랑스 파리 센 강 - 뱃길 따라 루브르·노트르담 고풍이 흐른다

[Travel] 프랑스 파리 센 강 - 뱃길 따라 루브르·노트르담 고풍이 흐른다


‘파리의 동맥’ 센 강은 도시를 사색하는 길목이고, 설렘의 시작인 공간이다. 새해를 맞는 강변에는 파리지엔의 지난한 삶이 곳곳에 서려 있다. 교각 한 곳, 이어지는 골목 하나에도 파리의 역사, 예술은 살아 숨쉰다.

예술가의 도시 어느 곳보다 센 강은 ‘상념’이라는 테마와 잘 어울린다. 강변에 서면 바람에 흩날리는 파리지엔의 스카프 향 너머로도 진한 여운은 묻어난다.

센 강은 파리의 태동과 맞닿아 있다. 에펠탑에서 시떼섬으로 이어지는 센 강 뱃길은 고풍스런 건물들로 채워진다.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성당에 닿은 강줄기는 파리 문화의 기원인 시테섬, 생 루이섬을 에돌아 흐른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감옥인 콩시에르쥐르, 카미유 클로델의 가옥 역시 가로등처럼 스쳐 지난다. 센 강의 역사가 된 섬들은 예술가의 낯선 사연이 담겨 더욱 애착이 간다. 시테섬 끝 자락의 베르갈랑 공원은 세계 최초로 사진기를 발명한 다게르가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한 곳이다. 시테섬에서 퐁 셍 루이를 건너 생 루이 섬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센 강의 운치는 골목 곳곳으로 빠르게 스며든다. 을씨년스러운 바람을 뒤로 하고, 한적한 골목에 들어서거나 어둑한 조명의 낯선 카페를 방문해도 좋다. 센 강에서 셍 미셸 거리로 연결되는 소르본느 대학 정문앞 카페들은 실존주의 작가 샤르트르와 그의 연인 시몬 드 보부아르가 자주 들렸던 사연 가득한 공간이다. 카페 안에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한가로운 대화를 나누거나 대낮부터 생맥주 한잔을 시켜놓고 1900년대 초반의 작가가 된 폼으로 앉아 있는 이방인이 빼곡하다.



문인·음악가의 단골 공간들랭보 등 파리의 문인과 음악가들이 인생을 논했던 카페들은 볕이 드는 도로에 테이블 좌석이 한 방향만 바라 보고 겹겹이 늘어서 있다. 마치 파리의 오래된 정경과 지나치는 사람을 하나의 동영상처럼 감상하는 구조다. 일상의 여유와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것에서는 이곳 누구에게나 낮은 평등이 주어진다.

센 강변의 오래된 서점이나 길가의 고서적 판매점 역시 강의 풍취를 더한다.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소설가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가 즐겨 찾았던 사연 깊은 서점으로 영화 ‘비 포 선셋’에 등장했다. 생 루이 섬 주변에 늘어선 길거리 노점상 서점만 구경해도 퇴색한 책은 살갑게 다가선다.

센 강에서는 할인 쿠폰을 들고 바토무슈 유람선을 타는 것보다 퐁데자르 다리 난간에 앉아 한가롭게 책을 읽거나 그림을 구경하는 것이 한결 ‘파리스럽다’. 나무로 바닥을 채운 퐁데자르는 30여개 센강 교각 중 유일하게 보행자만을 위한 전용 다리로 ‘예술가의 다리’라는 별칭을 지녔다.

카뮈, 샤르트르, 랭보 등이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즐겨 찾았던 다리 위에서는 낮에는 사진, 미술작품이 전시되고 밤이면 집시들의 뜨거운 노래가 흐른다. 해질녘이면 난간에 기대 병째 와인을 기울이는 것으로 파리지엔 흉내를 내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파리의 청춘이 그런 모습으로 퐁데자르를 즐긴다.

센 강변의 다리들은 내딛은 발걸음마다 감미로운 사연을 전한다. 에펠탑 인근의 비라켕 다리는 2층으로는 메트로가 지나며 1층으로는 사람들과 자동차가 오가는 복잡한 구조다. 이 다리는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주인공들이 처음 만난 첫 장면을 찍은 곳이다.

시떼섬 초입의 퐁네프 다리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소재가 됐다. 강 서쪽의 미라보 다리에서 시인 아폴리레르는 연인 마리 로랑생과의 이별을 노래했다.에펠탑 앞 이에나 다리는 나폴레옹의 프러시안 전쟁 승전을 기념해 투박하게 만들어졌으며 알마교는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슬픈 다리이기도 하다.

해가 저물면 센 강의 상념은 파리의 고혹함으로 전이된다.상제리제 거리에 불빛이 켜지고 좁은 골목들은 흥청거리기 시작한다. 산이 없는 파리에서 130m 높이에 위치한 몽마르트르 언덕은 은밀한 술 한잔을 기울이기에 좋다.무명 화가와 악사들이 솜씨를 뽐내는 테르트르 광장의 선술집에서 피카소, 위트릴로 등 화가들은 야경에 담긴 강줄기를 여흥 삼아 와인을 나눴다.언덕 기슭의 무랑루즈에서는 캉캉춤이 펼쳐지고 17세기 귀족들의 밀애장소였던 홍등가 피갈에도 빛바랜 등이 깜빡거린다.



낭만과 애환이 서린 센 강의 다리센 강이 흐르듯 파리에 대한 시선은 외곽으로 흐르면서 더욱 이채로워진다. 라데팡스 지역의 신개선문은 미래 도시 파리의 감각적인 단면을 감상할 수 공간이다. 고흐가 마지막 작품 활동을 하며 생을 마감한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들려 프랑스 시골마을의 한가로운 풍경에 심취해 보는 것도 좋다. 고흐는 70여점의 마지막 작품을 이곳에서 남겼고 세잔, 도비니 등 인상파 화가들도 오베르에서 작품 활동을 펼쳤다.

다리를 가로질러 변두리까지 이어지는 교외선은 파리에 사는 구성원이 세련된 파리지엔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촌스러운 시골 청년과 다양한 유색인종으로 자리는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파리에 들어서면 센 강변의 어느 다리 위를 서성거리며, 뤽상부르 공원에서의 달콤한 낮잠을 거부감 없이 받아 들인다.

낯선 여행자라면 루브르 박물관의 고풍스런 작품을 꼼꼼히 둘러 봤다가도 늦은 오후가 되면 현대미술의 상징인 퐁피두 센터 앞에 앉아 독특한 건물을 바라보며 책을 벗 삼는 모습이 몸에 익숙해지면 된다. 광장에서 책을 읽으며 배낭 안의 바께뜨 빵을 상징처럼 꽂고 다니는 정서만큼은 파리에 발을 딛고 선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자유롭다. 그 사색과 평등의 땅을 센 강이 소리 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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