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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新시장 VIP - 세계 각국이 VIP(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모시기 경쟁

동남아 新시장 VIP - 세계 각국이 VIP(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모시기 경쟁

동남아시아의 VIP가 뜨고 있다. VIP는 베트남·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최근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이 선진국에서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로, 다시 VIP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많은 인구, 풍부한 자원으로 성장을 거듭하는 동남아 VIP를 분석했다.



‘동남아의 한국’ 베트남

외국인 투자자 연간 80억 달러 투입


김태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국내에서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기는 2000년대 중반 국내 증권사들이 베트남 펀드를 조성하면서부터다.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국제결혼이 늘어난 것도 한 이유다. 베트남 하면 흔히 국제결혼과 쌀국수, 그리고 자전거가 떠오른다.

최근들어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의 2010년 경제성장률은 6.8%다. 다소 주춤한 지난해에도 5.8%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흥개도국 가운데 베트남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국가는 많지 않다. 한국의 지난해 예상 경제성장률은 3.4%였다.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2010년)은 1168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6년 608달러에서 4년 만에 약 2배로 커졌을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의 내수가 활성화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그 중심에는 인구가 있다. 베트남의 인구는 약 9100만명으로 한국의 약 2배다. 중요한 것은 베트남 중산층이 날로 커진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0년 “글로벌 은행들에게 베트남이 매력적인 새 ‘먹잇감’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베트남 국민 5명 중 1명만이 은행계좌가 있을 만큼 글로벌 은행들이 유치할 신규 고객 잠재력은 크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베트남은 현재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중산층이 고소득층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은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이뤘다. 정부가 1991년 5개년 사회·경제개발계획을 수립했고, 그 계획에 따라 경제가 작동하고 성장을 이뤘다. 베트남은 이제 ‘정부주도형 경제’에서 벗어나 ‘시장경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수립한 2011~2015년 계획의 중심과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제도개선, 인적자본의 육성, 인프라의 구축이다. 이 계획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외국 경제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국가계획단계부터 해외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베트남 경제는 외부 신뢰가 두텁다.

실제로 베트남은 다른 국가와 협력관계가 탄탄하다. 1986년 ‘도이머이(Doi Moi·개혁) 정책’으로 외국과 협력을 본격 시작한 베트남은 1991년 중국과 국교 정상화, 1992년 한국과 수교, 1997년 미국과 수교하고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에 가입했다. 1998년 이후 베트남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1998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가입, 2001년 미국과 무역 협정 발효, 2006년 APEC 정상회의 개최, 2007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특히 최근 베트남이 협상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력(TPP)에 미국·캐나다·멕시코·일본이 참여하면서 외국과의 경제협력은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협력관계는 외국인 투자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2010년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약 81억7000만 달러로 2005년보다 4배 늘었다. 이중 한국의 비중이 크다. 베트남 정부자료를 보면 2010년 말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으로 떠올랐다. 무역 규모도 크다. 한국은 약 97억 달러를 베트남에 수출했고, 33억 달러를 수입했다.

베트남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외국 자본이 급격하게 유입된 2007년 이후 베트남 주식·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생겼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이런 거품이 조금은 해소됐지만 문제는 아직도 남아 있다. 특히 공기업의 방만경영이 문제다. 최근 공기업의 해외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발생했다. 베트남 정부는 공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부분적 민영화 등 각종 개선책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2012년은 한국·베트남이 수교한 지 20주년 되는 해다. 한국·베트남의 정부협력 사업은 올해를 기점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베트남 국민은 다른 동남아 국민보다 근면하고 성실하며 예의가 바르다. 한국 민족과 닮은 면이 많다. 특히 한국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 상품의 수요가 많다. 이를 적극 활용하면 국내 기업에게 베트남 시장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포스트 BRICs 선두주자 인도네시아

6300억불 내수시장 활짝 열린다

정재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인도네시아가 세계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다. 동남아에서 유일한 G20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포스트 BRICs’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이제 ‘빅스(BIICs·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중국)’가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는 2025년까지 세계 9대 경제대국 도약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경제발전 가속화를 위한 ‘2011년~2025년 마스터플랜’을 발표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2025년경 국내총생산(GDP) 4조~4조50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총 4720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중장기 개발계획이다. 우리에 잘 알려진 ‘인도네시아 경제개발회랑(IEDCs)’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인도네시아의 성장잠재력은 크다. 무엇보다 인구가 많다.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현재 2억3440만여명으로 세계 4위다. 석유·천연가스·석탄·니켈 등 천연자원과 삼림·수산자원도 풍부하다. 인도네시아는 이를 발판으로 2000년대 들어 고속성장을 하고 있고,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ADB는 최근 ‘아시아 2050’이라는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아시아 시대를 이끌 7개 리더 국가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인도네시아를 선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도네시아 경제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6.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네시아의 고성장을 이끄는 동력은 거대한 내수시장이다.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은 국내총생산(GDP·7148억 달러·세계 17위 규모)의 약 98%에 달한다.

둘째 성장동력은 ‘인구 보너스’ 효과다. 인구 보너스는 전체 인구 중 생산연령층이 많고 어린이·고령자는 적어 고도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중위연령이 27세로 젊다. 각종 경제전망기구는 인도네시아가 인구 보너스 효과를 2040년까지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중산층이 탄탄해지고 있다. 가처분소득이 5000~3만5000달러에 이르는 중산층 규모가 2009년 8200만명에서 2015년 1억7000만명, 2020년에는 2억여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들의 소비 행태는 최고급 브랜드에서 명품과 최첨단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겨냥한 세계 유통·명품브랜드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또 다른 성장동력은 정치·사회적 안정과 개혁정책의 추진이다. 인도네시아는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직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유도요노 대통령 등장 이후 정치·사회 안정뿐만 아니라 개혁·부정부패 방지·외국인 투자유치를 본격 추진해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우리가 인도네시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아세안 국가는 최근 교역·투자, 공적개발원조(ODA), 해외건설 분야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부상했는데, 그 중심에 인도네시아가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우리의 에너지자원 보급기지다. 인도네시아는 지열(세계 부존량 40%)·팜오일(세계 1위 수출)·코코아(세계 2위 생산)·열대삼림(세계 2위 보유국)·태양광(적도 근처 위치) 등 녹색성장 잠재력이 크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의 중장기 경제개발계획인 IEDCs에 우리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은 우리에게 큰 기회다.



제2의 도약 노리는 필리핀

서비스 경쟁력에 제조업 날개 단다

신민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남아팀 연구원

필리핀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 동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은 경제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정권의 부정·부패가 잇따르면서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고 경제성장이 더디게 진행됐다. 2010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집권에 성공하면서 필리핀에는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은 필리핀의 고질병인 부정·부패 척결과 재정적자 축소를 주요 정책 슬로건으로 내걸고 업무처리 아웃소싱 산업(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을 중심으로 서비스산업 육성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필리핀의 중심은 서비스산업이다. 전체 산업의 55%에 이를 정도다. 2010년 한해에만 필리핀은 57억 달러의 콜센터 수익을 달성했다. 56억 달러를 벌어들인 인도를 제치고 콜센터 분야 세계 최대 강국으로 부상했다. 주요 고객은 익스피디아·AT&T·맥도널드·IBM 등 미국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저렴한 인건비, 자유로운 영어구사 능력, 높은 영미권 문화 이해도를 이유로 필리핀을 선택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의지에 힘입어 BPO산업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무엇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필리핀 사회에 만연한 실업과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필리핀 정부는 최근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고르게 발전할 방안을 찾고 있다.

전기·전자산업이 중심인 필리핀의 제조업은 대부분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 재수출하기 때문에 높은 실적을 올리기 어렵다. 또 비싼 전기요금, 교통 인프라 미비로 물류비가 높고 정치 불안정으로 행정처리가 불편하다. 그 결과 필리핀은 태국·말레이시아 등 주변 아세안 국가와 대조적으로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제조업은 농업분야에서 유출되는 인력을 흡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 규모가 크기 때문에 중산층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필리핀 정부와 민간부문은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제1차 필리핀 제조업 회의를 개최하고 제조업 발전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필리핀 정부를 주축으로 14개의 민관협력 교통인프라 프로젝트를 시행할 계획이다. 필리핀 정부는 이를 통해 제조업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리핀의 이런 변화는 한국에 기회다. 필리핀에 제조업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한국 제조업체들의 진출이 더 쉬워질 것이다. 특히 필리핀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건비·물가·토지비용이 싸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기 좋다. 한국에 대한 감정도 비교적 우호적이다. 특히 필리핀은 세탁기·TV·PC 등 전자제품 보급률이 낮아 이들 제품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가전업체에 매력적 시장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필리핀의 교통인프라가 개선됨에 따라 한국은 필리핀의 금·은·구리·니켈 등 풍부한 광물자원에 대한 에너지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필리핀은 1949년 국교수립을 시작으로 외교적·경제적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필리핀 수출은 2010년 약 58억 달러, 수입은 약 35억 달러를 기록했다. 양국 교역은 현재 전기·전자제품에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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