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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식품업계의 ‘짝짓기 열풍’ - 적과의 동침으로 불황터널 뚫는다

[Business] 식품업계의 ‘짝짓기 열풍’ - 적과의 동침으로 불황터널 뚫는다

#1. 동서식품은 최근 새로운 인스턴트 커피를 선보였다. 우유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해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이 회사의 인스턴트 커피에 들어가는 우유는 경쟁업체 제품이다. 인스턴트 커피 후발업체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경쟁업체와 손을 잡은 것이다. ‘적과의 동침’이다.

동서식품이 경쟁업체와 제휴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회사는 2006년 스타벅스와 제휴를 체결하고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병커피, 스타벅스 디스커버리즈 컵커피, 스타벅스 더블샷 캔커피 등을 생산하고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제품이라면 어떤 업체와도 제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업체와 손 잡고 비용 절감#2. 풀무원은 지난해 한 대형마트에서 간장·참깨로 맛을 낸 ‘쉐프메이드-오리엔탈드레싱’을 두부와 더불어 판매했다. 소비자의 반응은 예상 밖으로 좋았다. 드레싱 매출은 전 대비 94%나 상승했다. 이는 드레싱 부문 매출 1위에 해당한다. 풀무원은 더불어 시리얼 ‘뮤즐리’를 판매하면서 자사에서 생산한 냉장두유 ‘소야밀크’를 함께 묶어 판촉활동을 했다. ‘뮤즐리’가 건강 시리얼이라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우유처럼 부드러운 컨셉트의 두유와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려 동반 구매를 유도하는 일석이조형 마케팅이다.

식품업계의 판매경쟁은 치열하다. 한 업체가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미투(Me-too) 제품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품업체끼리는 앙숙일 경우가 많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세계 경기침체로 시장이 위축되자 비용절감을 위해 경쟁사끼리 협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산과 유통을 분담하거나 생산을 할 때도 협력관계를 맺는 식이다. 동서식품과 네슬레처럼 서로 다른 제품을 묶는 경우도 많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의 취향이나 욕구가 다양화하고 식품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생존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선 적군과 아군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적과의 동침을 견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가공 업체인 프랑스 다논은 지난해 4월 서울우유와 발효유(액티비아) 위탁판매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대한민국 발효유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광범위한 유통채널을 갖고 있는 서울우유와 손을 잡은 것이다. 서울우유는 다논뿐만 아니라 동서식품·스타벅스와도 컵커피를 생산·판매하는 제휴를 맺고 있다. 서울우유는 커피를 만들고, 동서식품은 판매, 스타벅스는 제조 레시피를 제공한다.

동원F & B는 커피음료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커피전문점 브랜드인 할리스커피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동원F & B와 할리스커피는 음료 분야의 연구개발, 생두 선별, 로스팅, 추출 및 음료 제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2월에 첫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품목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할리스커피가 식품업체와 함께 커피음료 제품을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웅진식품은 2009년 할리스커피와 손을 잡고 커피음료 ‘할리스커피 온 바바’를 출시한 적이 있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웅진식품과 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한 시점의 6개월 전부터 파트너사를 찾기 시작했다”며 “올 7월 중 동원F & B와 접촉이 이뤄져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동원F & B와 할리스커피가 손을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할리스커피는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했다. 동원F & B는 음료사업 부문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음료 라인업을 구축해야 했다. 특히 주력 제품군인 차음료의 시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동원F & B로선 커피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 동원F & B 관계자는 “할리스커피와의 제휴로 음료 라인업을 만들 수 있게 됐다”이라며 “첫 커피음료 제품을 선보이는 내년 매출 목표를 30억원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의 적과의 동침은 상생 차원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지역 대표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이들 브랜드의 육성을 돕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 충북 제천의 ‘대강 소백산 막걸리’, 경남 창녕 우포의 ‘우포의 아침’, 전북 전주주조의 ‘전주생막걸리’ 등 3종의 막걸리를 위탁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우포의 아침’은 CJ제일제당과 협력 후 매출이 월 평균 1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늘어났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8월부터 강원도의 ‘전두부’, 전남 여수의 ‘돌산갓김치’, 충북의 ‘대추고추장’ 등 지역의 유망 식품브랜드와 제휴를 체결하고 판매를 돕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품 1위 기업이라는 강점을 살린 특화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 식품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돕고 더 나아가 국내 식품산업의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주류도 국내 최대 막걸리 업체인 서울탁주와 손잡았다.



새로운 시장 진출 때 제휴 늘어국내 최대 빵 제조업체 삼립식품도 향토 유가공업체 비락과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최근 부산 남구 문현동 비락 본사에서 전략적 업무제휴 협약식을 갖고 고객편의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신선한 식빵과 우유를 매일 아침 가정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또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계절적 특성을 고려해 ‘호빵’ 등 다양한 빵을 추가로 배달할 계획이다. 이번 제휴로 비락이 가정에 우유를 배달할 때 원하는 가입자에 한해 소매점보다 싼 가격에 삼립식품의 식빵을 함께 배달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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