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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ertising] 입소문 마케팅이 대세

[Advertising] 입소문 마케팅이 대세

솔직히 광고 때문에 멕시코 요리 부리토를 먹고 싶어지진 않는다.

치포틀레 멕시칸 그릴 광고는 썰렁하게 시작해 갈수록 삭막하다. 한 농부가 겨울이 다가올 즈음 돼지를 학대하고 물을 오염시키며 대형 영농업자가 되는 이야기다. 분량이 2분 20초에 달하며 완전히 스톱모션(사진을 이어 붙여 동영상처럼 만드는 기법) 인형극 형식이다(told entirely via stop-motion puppetry). 대화도 없이 컨트리 가수 윌리 넬슨의 으스스한 노래만 흐른다(only the spooky crooning of Willie Nelson). 치포틀레 로고는 끝에 가서 한번만 등장한다. 농장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닭들이 햇볕 아래서 자유롭게 모이를 쪼아 먹는다. 농장을 떠나는 트럭에 그 멕시코 식당 체인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어느 회사라도 그 광고를 퇴짜 놓을 이유는 수두룩하다(would have been killed for any number of reasons). 재미가 없고 정치적이다. 방송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 등등.

하지만 유행할 가능성 또한 있었다. 그래서 노련한 제작 책임자 마크 크럼패커(49, 지금은 그 회사의 광고 책임자가 됐다)는 값비싼 TV 광고로 도박을 하는 대신 유튜브에 먼저 올렸다. 그 동영상은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입소문을 탔다(went viral). 광고에서 넬슨이 부른 노래 ‘The Scientist’를 처음 발표했던 밴드 콜드플레이는 1800만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팬들에게 그 동영상을 추천했다. 트위터에서 화제에 올랐다. 음식 블로그, 음악 블로그, 이어 광고 블로그에서 모두 호평을 받았다(all chirruped their approval). 치포틀레가 지속가능한 농업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는 어쨌든 먹혀 들었다.

온라인 반응에 고무된 크럼패커는 ‘다시 원점으로(Back to the Start)’라는 제목으로 미국 각지의 영화관에 그 광고를 올렸다. 관람객들의 박수갈채가 터졌다는 소식이 현장에서 들려왔다. 유튜브 시청건수가 500만 회를 돌파했다. 마침내 확신을 얻은 그 부리토 체인은 지난 2월 회사의 18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TV 광고를 계약했다. 그래미상 시상식 중 3900만 명이 광고를 시청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치포틀레 광고가 인기를 독차지했다(stole the show)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정통은 아니지만 치포틀레 커머셜은 훌륭한 광고의 미래를 보여주는 하나의 전형으로 보인다. TV에는 조크, 활자매체에는 말장난(wordplay), 웹에는 애완동물 등 매체마다 효과적인 기법이 따로 있다는 기존 통념을 무시하고 대신 치포틀레는 모든 매체에 통하는 단 하나의 호소력 있는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췄다(focused on a single, piercing idea that works on all of them). 그리고 단순히 기발함과 익살뿐 아니라 가치 있는 작품을 시험하는 수단으로 인터넷을 활용해 위험부담이 있는 마케팅에서 위험요소를 제거했다.

옛날에는 광고가 비교적 단순한 업무였다. 활자매체 지면과 방송시간을 사들이고 광고를 제작해 포로가 된 소비자(captive audience)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면 그만이었다. 요즘엔 상당히 복잡해졌다(it’s chaos). 수동적인 시청자는 여전히 있지만 대부분 DVR 리모컨으로 광고를 건너뛰며 무엇을 소비할지 직접 알아보고 선택한다. 광고가 콘텐트에 더 가까워졌다. 좋은 광고는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데 목표를 둔다. 소비자가 e-메일,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광고를 친구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이 다시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반복되며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광고업계에서 ‘입소문(viral)’은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파되며 스스로 탄력이 붙는(acquiring its own momentum) 모든 광고를 묘사하는 모호하면서도 유용한 표현이 됐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온라인 광고가 TV를 잠식하진 않았다. 하지만 TV에 손색없는 매체가 됐으며 여러 면에서 더 실질적이 됐다. 온라인에서는 고객을 단순히 돈을 주고 사는 게 아니라 확보해야 한다(the audience must be earned, not simply bought). 입소문 마케팅은 이제 우연히 운 좋게 되거나 지엽적인 전술이 아니다(Going viral is no longer a lucky accident or fringe tactic).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든 어떤 야심적인 캠페인을 실시하든 갖춰야 하는 기본조건이 됐다.

“입소문을 타면 훌륭하고 ‘창의적인’ 광고라고 인정을 받는 셈(it’s ratification of it being good ‘creative,’)”이라고 크럼패커가 말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지 못하면 ‘이런, 뭐가 잘못됐지?’ 하는 불안감이 생긴다.”

글로벌 광고시장 규모는 5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쓰레기다(dreck). 그런 허접스러운 메시지의 물결 속에서 눈에 확 띄는 광고(the ads that do break through the flood tide of pablum)는 몇몇 새롭게 뜨는 광고제작사에서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의 스털링 쿠퍼 드레이퍼 프라이스(드라마 ‘매드맨’의 가상 광고대행사)인 셈이다. ‘위든 + 케네디’ 같은 몇몇 업체가 여러 해 동안 독창적인 인기 광고대행사들을 이끌어왔다(have led the “it” list of creative firms). 드로가5, 마더, 요하네스 리어나도 같은 후발 업체는 오늘날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미디어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소통이 가능한 회사라는 믿음을 고객들에게 주느냐에 따라 순위가 오르내린다. 이는 2012년의 우수 광고대행사는 포천 500대 기업이든 신생 브랜드든 어떤 고객을 위해서든 온라인에서 인정 받는(get ratified online) 광고를 만드는 데 몰두한다는 뜻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입소문 광고는 이색 광고(버거킹의 맞춤 샌드위치를 광고하는 Subservient­Chicken.com 등)와 중저가 브랜드(downmarket brands)의 영역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2011년 가장 조회수가 많은 광고는 슈퍼볼 경기 때의 폴크스바겐 광고다. 유튜브에서 5200만 회의 조회를 기록했다. 이를 볼 때 입소문 마케팅이 비주류 기법은 아니라고 단언해도 무방하다.

“입소문 마케팅은 일종의 틈새 전술(niche tactic)에서 시작해 모든 광고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모델에 가깝게 진화했다(more of a statement about what all advertising should be). 그것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공유하려는 광고를 의미한다”고 드로가5의 미술제작 책임자 데이비드 드로가가 말했다. 디지털 시대의 돈 드레이퍼(드라마 ‘매드맨’에서 광고사 중역으로 나오는 주인공) 격인 그는 실제로 수돗물(tap water) 광고로 상을 받은 호주 출신이다. 그의 광고대행사 고객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중동요리 후무스 제조사까지 다양하다. 활자매체로부터 TV, 광고판까지 모든 매체를 아우르지만 모두 기본적으로 온라인의 입소문 마케팅에 의존한다.

이 광고대행사의 프루덴셜 광고를 살펴보자. 노후준비(수많은 광고가 난무하는 항목에서 몹시 따분한 주제) 광고를 어떻게 눈에 띄게 만들까? 드로가는 아이디어를 정한 다음 매체를 선택하는(to nail the idea, then pick the medium) 방식을 취했다. 우선, 인기 중장년 배우들이 골프를 치고 도표를 보며 미소를 짓는 흔해 빠진 이미지를 버리고, 실제 은퇴자(주름살이 있고 두려움과 희망을 가진 사람들)들을 찾았다.

수백 명이 연금생활자가 된 첫날의 사진을 드로가5로 보냈다. 광고사는 그 사진들을 이용해 전국 TV 광고를 만들었다. 그 뒤 프루덴셜 개인 고객들을 소재로 한 웹사이트와 미니 다큐멘터리들을 제작했다. 온라인에서 100만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비영리단체 TED는 ‘첫날(Day One)’ 광고를 ‘보급할 가치가 있는 광고(Ads Worth Spreading)’ 콘테스트의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적합한 아이디어가 온라인에서 이룰 수 있는 성공 규모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2010년 위든 + 케네디의 마크 피츨로프와 수전 호프먼이 제작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올드 스파이스 샤워 크림(body wash)의 예를 보자. 통상적인 TV 광고로 제작됐지만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인기가 폭발했다. ‘당신의 남자가 풍길 만한 남자 냄새(The Man Your Man Could Smell Like)’는 상당히 묘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가슴근육이 탄탄한 남자가 타월을 두르고 나와 뛰어난 발성으로 입담을 자랑한다(a towel-clad man with great pecs and better elocution). 카메라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손에는 다이아몬드가 가득한 굴 껍데기가 들려 있다. 다이아몬드는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얻는 티켓 두 장”으로 변했다가 마지막으로 올드 스파이스 샤워 크림이 된다. 시시해 보이지만 이 광고 덕분에 올드 스파이스의 매출이 107% 늘어났다. 후속 광고에선 광고 캐릭터가 유튜브에 오른 개별적인 논평에 응답한다. 결과적으로 유튜브 사이트에서 그 브랜드의 총 조회수가 2억7900만 회를 돌파했다. 미국 프로 미식축구 슈퍼볼 시청자 수 2.5배에 약간 못 미치는 숫자다.

입소문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다수이며 어느 정도가 성공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제각각이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라는 평가가 50만 건에 달하면(또는 5만 심지어 1만 건이라도) 고객사의 제품광고 사이트가 입소문의 기본조건을 충족시켰다고 광고 대행사들은 자랑한다.

유튜브 조회수가 100만 회인 동영상이나 1000만 회인 동영상 모두 입소문 마케팅의 성공을 인정받는다. 모두 상당히 자의적이지만 한가지 공통된 원칙이 있다. 그 마법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광고는(doesn’t pass the magic threshold)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간주된다는 점이다.

광고제작자들은 메시지 전달이 주업이다. 따라서 내가 만난 거의 모두가 특정 어구(마치 모두 같은 메모를 읽은 듯)를 반복했다는 사실은 두 가지를 시사하는 듯하다. 입소문 마케팅이 대세이며 그들이 아직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광고는 이제 더는 일방통행이 아니다(is not just a one-way street anymore)”고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광고제작자들은 수십 년 동안 소비자의 귀가 따갑도록 메시지를 쏟아 부었다. 이제 소비자들의 손에도 맞고함 칠 메가폰이 생겼다. “전에는 편지에 ‘내가 산 포장 랩의 밀폐효과가 떨어진다. 제품이 엉망’이라고 써 보내는 게 전부였다”고 시애틀 소재 광고대행사 ‘웩슬리 스쿨 포 걸스(WSFG)’의 공동창업자 칼 매칼리스터가 말했다. “이젠 100만 명의 팔로어를 둔 사람이 그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는 시대가 됐다.”

라디오든 디지털이든 소변기 위의 스티커든 상관 없다. 광고가 어디에 등장하든 이제 소비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반응한다. 동기만 주어진다면 소비자들이 한 브랜드를 장악하고 아무리 뛰어난 마케팅 전략이라도 무용지물이 되도록 이미지를 바꿔 놓을 수 있다. 기업들이 자기 브랜드의 유일한 주인 행세를 못 하게 되는 시대가 왔다.

이는 기존 광고전략가들에는 겁나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겁나는 일도 일단 길들이면(once harnessed)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특히 그 매체가 디지털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소비자 반응을 유도하는 광고를 냈는데 좋지 않은 쪽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다면 최악의 PR이다(a PR disaster). 그러나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는다면 다 죽어가던 브랜드도 살려 낸다(can defibrillate even the most listless of brands). 일례로 부진에 빠져 있던 스키틀 캔디도 TBWA\Chiat\Day의 이색 동영상 시리즈로 ‘무지개를 맛보자’ 슬로건이 활기를 되찾았다.

입소문 관리(일종의 계획된 디지털 전파)가 경쟁력을 갖춘 모든 광고대행사의 기본 조건이 됐다. 요즘엔 대부분 ‘공동체 관리자(community managers)’를 둔다. 직함은 따분하지만 소셜 네트워크를 병적으로 추적하는 일을 맡는다. 고객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 우호적인 내용을 부각시키고(가령 긍정적인 블로그 메시지를 퍼뜨린다), 고객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내용은 진화하려 애쓴다(트위터에 비난 메시지를 올리는 고객에게 즉석 환불을 해주는 식이다). 그들의 청진기는 대단히 감도가 높다. “단 하나의 트위트로 제품이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We have won and lost business based on a single tweet)”고 매칼리스터가 말했다.

카지노 같은 매력(casino allure)을 지닌 소셜 미디어 광고는 디지털 전문 광고대행사의 젊은 세대에게는 유망한 특기 분야다. 하지만 디지털을 전문으로 하는 데는 한가지 문제가 따른다. 옛날 사람들 말마따나 망치 하나만 손에 들고 있으면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이게 된다는 점이다(if all you have is a hammer, every problem looks like a nail). 잰 제이컵스(41)와 레오 프레머티코는 2007년 광고대행사 요하네스 리어나도를 설립했다. 당시 그들은 여느 디지털 광고대행사와는 다르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부각시켰다. “이 문제가 10년 동안 고객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디지털 광고대행사에는 어떤 일을 맡기고 전통 광고대행사에는 어떤 일을 맡기지?’” 어느 날 아침 뉴욕에서 아침식사를 함께 하며 듬성듬성 턱수염이 난 제이컵스가 말했다. “그런 사고방식으로 광고에 접근하지 않으며 지향하는 방향이 우리와 같은(we’d like to think we’re a part of) 현대적인 광고제작사들이 있다. 사람들은 디지털 광고대행사라면 해법도 디지털 방식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사치&사치 제작팀 출신인 두 사람은 소비자가 바로 매체라고 공언하며 시대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창업 4년째인 이 회사는 코카콜라, 구글, 바카디, 샤넬 등을 고객으로 뒀다.

그들의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중 하나는 디스카운트 의류 체인 대피스 광고다. 포르노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미지를 흔한 풍경 속에 숨겨놓았다(hiding a borderline-pornographic image in plain sight). 이미지 조각들을 뉴욕시 지하철역 곳곳의 40개 포스터에 흩어 놓았다. 지하철 통근자들이 트위터에서 그 조각들을 다시 조합해 원래 이미지를 알아냈다. 몸이 후끈 달아오른 커플이 “스타일은 더 근사하고 값은 더 싼(More Bang/Less Buck)” 제품을 갖춘 대피스에서 구입한 옷을 막 벗어 던진 이미지였다. 유치하지만 이는 실제로 요하네스 리어나도의 고상한 이론과 맞아떨어진다(gibes with Johannes Leonardo’s lofty theory). “소비자의 호응을 얻는 작품을 만들어내면 야외광고가 디지털 작품이 될 수 있다. 소비자가 그것을 한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옮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프레머티코가 말했다.

이런 사고방식이라면 요하네스 리어나도 같은 작은 광고사가 매출액이 십억 달러가 넘는 마틴 에이전시 같은 훨씬 더 큰 광고사와 결합할 수 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본사를 둔 마틴은 광고업계의 과거와 미래의 많은 부분을 보여준다. 1970년대와 80년대 메디슨가(뉴욕의 광고가)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걸작이 나올 수 있음을 입증한 광고제작사 중의 하나였다. 이들의 최대 걸작은 가이코(GEICO)라는 소규모 지역 보험사를 전국적인 대형 보험사로 키운 광고였다. 도마뱀붙이 한 마리와 차별에 민감한 혈거인 두어 명의 역할이 컸다(with the help of a spokes-gecko and a pair of politically correct cavemen).

“‘광고’란 단어가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광고를 만드는 건 분명하지만 지금은 하는 일이 훨씬 더 많아졌다”고 마틴의 최고제작책임자 존 노먼은 말했다. 찢어진 청바지, 턱까지 내려오는 로커 헤어스타일, 짙은 회색 아르마니 스카프 차림의 이 45세 남자는 실존 인물이라기보다 광고 속에서 광고제작책임자 연기를 하는 모델 같은 인상을 준다. “우리는 전에는 광고를 통해 스토리를 전달했다. 지금은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가상공간에 뭔가를 내놓으면(set something out there in the ether) 사람들이 그 위에 더 쌓아 올리고 추가하거나 가져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더 큰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광고는 예술과 상업의 교차로에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이 교차로에선 고속충돌이 많이 일어난다.

혁신적인 광고의 제작은 실망과 피로와 논쟁이 되풀이되다가 마침내 환희에 찬 완성에 이르는 오랜 과정이다(long, discouraging, bleary, quarrelsome work, until it is joyously complete). 게다가 고객들이 “아냐, 너무 이상해, 너무 위험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광고제작책임자와 고지식한 기업 관리자 사이의 갈등은(conflict between the brilliant creative director and the stodgy business folks) 광고업계와 역사를 같이 한다. ‘매드맨’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줄거리이며 현실세계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많은 브랜드가 지극히 평범한 광고에 만족한다(are most comfortable with sure mediocrity)”고 웰슬리의 매칼리스터가 말했다. 그의 광고대행사는 길거리에서 보면 중국집처럼 보이는 사무실에서 대형 고객사 대상의 톡톡 튀는 광고제작을 전문으로 한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모집 광고에는 자쿠지 욕조, 샌드위치 맨 광고, 베이컨을 굽는 포장마차를 등장시켰다. “모두가 안정적인 타율을 원한다(is looking for a guaranteed batting average). 높든 낮든 상관 없이 0.270의 타율을 기준으로 광고계획을 짜고자 한다. 좋은 점은 우리 같은 대행사들이 재미있고 눈에 확 띄고(break through the clutter)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광고를 제작하기가 더 쉽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홈런을 노리게 된다(That lets us swing for the fences).”

디지털 기술은 신문 광고, 30초짜리 TV 광고 등 광고업계 인프라의 많은 부분을 파괴했다. 하지만 그만큼 광고가 좋아질 가능성도 더 커졌다. 신기술의 등장으로 보잘것없는 30초 광고를 건너뛸(fast-forwarding through crappy 30-second spots) 수 있게 됐지만 유튜브는 좋아하는 광고를 다시 불러내는 능력을 우리에게 부여했다.

“디지털 기술은 광고의 근본적인 역할을 바꿔놓는다. 광고가 그동안 2차적인 위치에 있었지만 이젠 1차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드로가5의 CEO 앤드류 에섹스가 말했다. “광고가 역설적으로 콘텐트에 더 가까워진다. ‘재미있고 흥미롭고 공유 가능하고, 사람들이 ‘야, 마음에 든다’는 말을 하도록 해야 한다. 광고가 더는 사람들에게 공해가 돼서는 안 된다(can’t be about bombarding people with pollution anymore).”

결과적으로 광고업계는 이미 예전에 생각했던 산업이 더 이상 아니다. 그런 변화는 알고 보면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광고제작 책임자와 고지식한 기업 관리자 모두에게 바람직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회사들이 지금은 좀더 모험을 감수해 평소 같으면 외면했을 아이디어를 시도하려 한다(try ideas they wouldn’t usually go for)”고 광고대행사 BFG9000을 설립해 프록터&갬블과 제과업체 마스(독창적인 스키틀즈 캔디 광고) 같은 기업들의 광고를 제작한 제리 그래프는 말했다. “10년 전의 프록터&갬블을 생각해 보라. 그렇게 보수적이었던 회사가 올드 스파이스 샤워 크림 광고를 승인했다. 실로 큰 변화다.”

광고업계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창의적인 두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The creative minds on the precipice of joining the industry like the sound of that). 리치먼드 소재 버지니아 코먼웰스 대학에 자리잡은 브랜드센터는 미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광고학 대학원 프로그램이다. 종종 ‘포트폴리오 스쿨(portfolio school)’이나 ‘교양학교(finishing school)로도 불리는 이 학교에서는 커뮤니케이션학이나 미술사 등을 부전공한 학생들에게 광고계의 실무를 가르친다(how ad agencies actually work). 이곳의 졸업자는 BBDO나 매캔 에릭슨 같은 글로벌 광고제작사들에게 인기가 높다. 반면 학생들은 위든, 드로가5, 마더, BFG9000 등 새로이 뜨는 더 소규모의 광고제작사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브랜드센터의 벽돌 건물은 19세기의 마차보관소(carriage house)다. 건물 내부를 감각적인 예술작업 공간으로 개조했다. 칸막이를 없애고(with open floor plans) 독창적인 학습 과제물을 벽에 걸어놓았으며, 애플 제품과 학생의 비율이 3대1에 가깝다. 지난 1월의 어느 날 아침 학생 40명이 이번 학기의 첫 디지털 포트폴리오 학습에 참석했다. 평균 나이 25세에 대부분 격자 무늬 셔츠 차림이었다. 학생들의 아마추어 작품들을 전시할 개인 웹사이트 구축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이들은 수업을 제쳐두고 앞으로의 희망사항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애플과 나이키 광고 같은 명예의 전당 광고에 버금가는(rates with the hall-of-fame stuff)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고 “남다르고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능력”을 원한다고 한다. ‘판에 박힌 작업(hack work)’은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at all costs) 피하고 싶어한다. “전에 봤거나 모방하거나 반복되거나 진부한 것, 실망스러운 작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무슨 뜻인지 감이 오지 않아(is not clear to me what that means) 구체적인 사례를 요구했다. 제프 비트컨(25)이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을 한다. “TV를 켜보세요.”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좋은 작품은 어디서 찾나? “유튜브에 가서 광고를 본 적이 있나요?” 존 랜섬(27)이 물었다. “말하자면 일부러 어떤 광고를 보려고 간 적이 있냔 말이죠.” 물론 ‘올드 스파이스’ 광고. 나이키의 프로농구 직장폐쇄(the NBA lockout) 광고다.

“그것을 보려고 일부러 찾을 만한 광고라면 필시 좋은 작품인 거죠.” 그가 말했다.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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