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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세 시대 은퇴자산 관리 - 나만의 은퇴 전용 계좌부터 만들어라

110세 시대 은퇴자산 관리 - 나만의 은퇴 전용 계좌부터 만들어라

110세 시대가 되면 은퇴 이후 남는 기간이 40∼50년이 넘는다. 그러나 실제는 은퇴 후 5년이 가장 위험한 시기다. 이 시기가 나머지 은퇴생활 전체를 좌우한다. 의료업계 자료에 따르면 은퇴 후 5년 내에 사망할 확률이 1.5배 정도 높아지고 황혼이혼도 30대의 이혼율보다 높아진다. 특히 은퇴 후 5년이 퇴직금을 노린 은퇴사기가 가장 많은 시기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은퇴체질로 전환되지 않은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퇴 직후는 실제 생활비도 별로 줄지 않는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후 예상하는 생활비는 평균 211만원으로 나타났다. 또 은퇴 후에 현재보다 생활비가 늘어날 거라고 내다본 응답자는 18%에 그쳤다. 하지만 실제 은퇴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은퇴 후 생활비가 더 증가했다는 응답이 약 40%나 됐다. 이유는 자녀·건강·여가활동 등과 관련해 은퇴 전 생각한 것과 딴판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 지뢰밭인 5년간의 ‘소득 공백 크레바스(은퇴 후 소득 공백시기)’를 무사히 건너려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라는 3층의 은퇴소득 외에 투자상품으로 또 하나를 더해 4층을 준비해야 한다. 외환위기 전과 달리 저금리 시대라는 점도 꼭 기억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은행 금리가 10%를 넘었기 때문에 대부분 은퇴준비는 퇴직금 등 저축한 돈을 은행에 넣고 이자로 살다가 목돈이 필요하면 예금이나 집을 줄이는 방법을 썼다. 그러나 이제는 금리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시대다. 은퇴생활에 필요한 돈이 더 많이 필요해졌다.

변화된 환경에서 은퇴설계를 시작해 보자. 우선 자산 상태부터 점검해야 한다. 금융상품은 수익률이 제대로 나고 있는지, 애초 목적을 상실한 자산은 없는지, 원금 보전이 안됐다고 방치하고 있는 자산은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노는 자산을 재정비하여 움직이게 하는 것만으로도 은퇴자금 부족분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 부동산 수익률이 연간 6% 정도는 넘는지, 이자도 별로 불지 않는데 넣어 둔 예금은 없는지, 들어놨던 보험이 지금 우리 집 상황에 맞는지, 손해 난 펀드는 언제까지 가지고 있을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은퇴 후 5년이 가장 위험한국 사람들은 지난 30년간 물가안정기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물가의 위험을 잘 모른다. 지난 30년간 주식(종합주가지수 기준), 아파트(서울지역 평균), 가계소득은 모두 20배 정도 올랐다. 예금도 복리로 계산하면 30년간 약 13배가 올랐다. 그런데 이 기간 중 소비자물가는 4배 밖에 오르지 않았고 체감물가도 10배 상승 정도에 불과하다. 물가를 걱정해 본 적이 없던 시대다. 그러나 국제유가로 보나 고삐 풀린 세계통화, 중국의 인건비 상승세 등을 보면 앞으로 은퇴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예전보다 크게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이런 물가 상승세는 몇 년 안에 끝날 일도 아니다. 소득은 없는데 물가가 오르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재산가치는 떨어지고 생활비는 더 빨리 바닥날 공산이 크다.

그럼 복리 예금에 넣어 두면 될까. 금리의 ‘복리효과’는 이자에 이자가 붙어 돈이 불어나는 효과인데 만약 1000만원을 금리 5%로 넣어 두면 14년 뒤 2000만원이 된다. 그런데 금융회사가 잘 말하지 않는 게 있다. 물가는 원래부터 복리로 오른다는 것이다.

만일 금리와 물가상승률이 같다면 복리 예금에 넣어도 돈의 실질가치는 그대로다. 액수는 많아졌지만 실제로는 무이자인 것이다. 이런 인플레 시대에 살아 남으려면 ‘물가 +α’ 개념으로 운용되는 은퇴자산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다만 ‘물가 +α’를 추구하는 상품은 대부분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은퇴 관련 설문조사를 해 보면 재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 은퇴준비를 못하고 있다. 이유는 대부분 은퇴를 준비할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본인의 자산 중 은퇴자산, 즉 노후에 쓸 돈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자녀의 결혼과 유학, 사업, 노후생활비, 비상금 등 목적은 다 다른데 돈은 꼬리표 없이 여기저기 뒤섞어 넣어 둔다. 결국 은퇴생활을 위한 은퇴자산은 쓰다가 남은 돈이 되고, 결국 자식들에게 노후를 의존하는 형국이 된다.

은퇴자산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별도로 ‘나만의 은퇴전용 계좌’를 만드는 게 좋다. 과거에는 은퇴자산이 집과 적금·연금 등으로 간단해서 따로 모아놓을 필요가 없었고, 그럴 만한 금융회사 계좌나 관리서비스도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은퇴상품만 하더라도 퇴직연금, 개인연금, 연금보험, 적립식펀드, 장기저축상품, 비상장 주식, 투자형 상품, 신탁상품 등으로 다양하다.



‘물가+α’ 수익 내는 금융상품 필수사람은 보통 직업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고 재산의 형성 방법이나 은퇴문제도 크게 다르다. 그래서 직업에 따라 독특하게 안고 있는 은퇴고민이 있고 남들과 달리 따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의사부부가 있다. 그러나 내막을 보면 10년 넘게 한 공부는 부모님 신세로, 종합병원 실력 쌓은 후 개업은 장모님 덕에, 그래도 같이 버는 치과의사 부인 덕에 남들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실상 병원건물 대출이자 부담이 적지 않다. 개인병원 간 무한경쟁에 치이다 보면 5년 뒤 기계 업그레이드에 들어갈 목돈 마련하기도 어렵다. 혹자는 손익분기점 달성이 인생의 목표라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은퇴생활비를 원한다. 따라서 은퇴 전 수입이 좋을 때 규모가 큰 기존 대출금 조기상환을 1차 목표로 적극적인 투자형 적립상품을 활용하고 병원 건물에 대한 이양, 상속이나 증여 계획도 수립해두는 게 좋다.

다른 예로 자영업을 보자. 숯불꼬치구이 L사장.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 대신 사업을 택해 첫 사업인 PC방에서 돈을 조금 벌었으나 이자카야에 투자하다 수업료를 톡톡히 냈다. 이번 숯불꼬치구이 사업에서는 기필코 승전고를 울려야 한다. . ‘한방에!’를 꿈꾸지만 이젠 딸린 식구도 여럿 있어 안정적인 생활도 바란다. 이런 자영업자는 사업에 따라 소득이 불규칙하고 미래도 불확실해 현금흐름에 대해 가장 불안해 한다. 또 창업이나 개업을 위한 대출금과 이자 부담도 크다. 대출과 보증을 위해서 시작한 은행 거래로 목돈을 넣고도 낮은 수익률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장기채권으로 지금의 들쑥날쑥 한 사업수익 일부분을 미래 고정적 현금흐름이 나올 수 있도록 전환시켜야 한다. 또 지역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개인연금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근속 20년의 한 대기업 K차장을 보자. 근속 축하금을 받았지만 자리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남은 것은 마이너스 통장과 대출 낀 아파트 한 채, 죽어야 나오는 종신보험, 반 토막 난 펀드 몇 개가 전부다. 퇴직금은 이미 중간정산으로 빚 청산에 써버렸다. 보통 직장인들은 퇴직 후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까지 ‘마(魔)의 기간’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퇴직 연금의 부족분을 개인연금으로 준비하고 이직할 때도 퇴직금 전용 계좌인 IRA로 퇴직금을 보호하는 게 좋다. 자기계발과 제2의 직업, 창업을 위한 준비는 필수다.

연금을 받는 K교수. 큰 딸과 작은 아들은 부인과 함께 유학 보낸 지 3년째 ‘두 집 살림’ 중이다. 자녀 유학비를 보내고 나면 오히려 부모에게 도움을 받는 실정이다. 현재 자산을 모으기보다는 연금 하나만 믿고 산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의 낮은 현금흐름 수준이 연금생활자의 가장 큰 불만이다. 연금생활자의 경우 평생 연금이 나온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처럼 보인다.

하지만 교수와 교사와 같은 연금생활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보너스가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 나오는 소득보다 현재의 월급상승률이 낮고 공무원 사학연금 제도가 ‘더 내고 덜 받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연금생활자는 퇴직 후 수령하는 연금의 자산가치가 물가 때문에 감소하는 걸 가장 우려한다. 따라서 은퇴자산 운영을 위한 금융상품을 고를 때 ‘물가+α’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예컨대 물가연동국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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