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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Ⅲ] 넥센 히어로즈의 변신
모기업 도움 없이 흑자경영 목표

[Special ReportⅢ] 넥센 히어로즈의 변신
모기업 도움 없이 흑자경영 목표

프로야구는 해마다 관중동원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구단들의 경영 성적표는 시원찮다. 넥센 히어로즈를 운영하는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이장석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이 대표는 자생력을 갖춘 명문 구단을 만들어 보겠다며 2008년 자금난에 빠진 현대 야구단을 인수해 히어로즈를 창단했다. 히어로즈 앞에 붙는 넥센은 메인스폰서 이름이다. 대기업 계열사인 국내 다른 야구단과 다른 점이다. 다른 구단들은 모기업이 구단 운영비의 60% 정도를 지원한다. 보통 야구단은 방송중계권료, 입장 수익, 광고비로 수익을 얻는데 모기업의 지원이 없는 넥센은 각종 스폰서를 활용해 수익을 올려야 한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해마다 150억원 넘게 들어가는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한 넥센은 선수를 팔아 손실을 메웠다. 정성훈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2009년에는 구단의 핵심 전력으로 꼽히던 이택근·장원삼·이현승을 차례로 트레이드 해 현금을 확보했다. 2010년에도 유망주였던 고원준·황재균을 롯데로 보냈다. 지난해에도 시즌 중 송신영과 김성현을 LG로 보내고 심수창과 박병호를 받는 2: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10년에는 선수 팔기에 분노한 팬들이 이 대표의 퇴출을 주장하며 서명운동을 벌기도 했다. 이 대표는 팬을 외면하고 돈벌이에 눈이 먼 구단주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넥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11월 20일 넥센은 LG 트윈스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 실패한 이택근과 4년간 총 5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2008년 창단 이후 첫 번째 FA 영입이고, FA 사상 둘째로 많은 금액이다.

새해에는 더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두 번 경험한 ‘핵잠수함’ 김병현을 영입한 것. 이 대표는 계약금 10억원 등 모두 16억원을 투자해 김병현을 잡았다.

스프링캠프 역시 예년과 달랐다. 최고의 시설을 갖춘 애리조나주 텍사스레인저스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넥센 선수들은 오랜만에 프로구단다운 시즌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당시 이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프로 야구판에 들어왔을 때는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는 시선이 있었지만 이제는 구단 살림도 걱정 없고, 다른 팀에 뒤지지 않을 만큼 선수단을 지원할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 새 달라진 넥센의 모습에 구단의 가치를 키워 매각하려는 이 대표의 꼼수라는 비난도 나온다. 하지만 이 대표는 최근 “매각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조만간 흑자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대다수의 야구인 역시 넥센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는 “넥센의 실험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이디어만 좋으면 야구가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무궁무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프로야구의 인기, 관중 수,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하면 흑자구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다른 구단이 오히려 넥센의 가치를 평가절하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야구 관계자는 “모기업의 지원까지 받는 구단들조차 적자를 내는 마당에 넥센이 성공을 거두면 자신들이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넥센의 성과 자체를 깎아 내리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두고 볼 일이지만 이 대표의 도전이 프로야구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프로야구 관중 수의 증감에는 넥센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른 구단의 경우 동원할 수 있는 관중을 거의 채운 상태기 때문이다. 넥센은 8개 구단 중 팬이 가장 적다. 하지만 최근 4년 동안 꾸준히 팬이 증가하는 구단이기도 하다. 김병현이라는 히트상품까지 구비한 넥센이 올해 어떤 성적을 올릴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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