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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 vs JAL 국제선 확장 맞불 놓다

ANA vs JAL 국제선 확장 맞불 놓다

오후 세 시의 나리타 공항. 전일본공수(이하 ANA)의 지상 스탭들이 긴장하는 시간이다. 앞으로 3시간 동안 ANA 항공편의 이착륙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아시아 각 지역이나 지방공항을 출발해 나리타에 도착한 고객이 17시10분에 출발하는 LA행 비행기 등으로 환승하기 위해 몰린다. ANA의 나리타 발착편은 하루 102편. 그 중 42편이 이 3시간 사이에 밀집되어 있는데 오후 5시쯤 최고조를 이룬다. 나리타 공항 ANA 국제선 고객의 약 20%는 환승객이다. 장거리 버스처럼 단순히 2개 지점을 이동하는 저가 항공(LCC)의 운행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LCC가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원투입 비중을 어떻게 할 것인지 기민한 경영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토 신이치로 ANA 사장의 말이다. 2월에 ANA와 일본항공(이하 JAL)은 신(新)중기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JAL은 자사 저가항공인 제트스타 재팬을 단순한 ‘투자처’(비연결 지분법회사)로 인식해 단독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ANA는 내년 4월 지주회사를 설립해 에어아시아 재팬, 피치 아비에이션(지분법회사) 등을 밑에 두는 멀티브랜드 체제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선 공급량 두 자리수 증가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JAL과 LCC사업에 적극성을 보이는 ANA가 다른 전략을 내세운 셈이지만 주요 성장전략에서는 양사가 정확히 일치한다. 바로 국제선의 확대다. 중기계획 최종 연도인 2013년까지 ANA는 국제선 공급량을 2011년 대비 29%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에어아시아 재팬을 포함해도 국내선 공급량이 8% 증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JAL 역시 국내선 공급량은 4% 늘릴 계획이지만 국제선 공급량은 두 자릿수(13%) 증가를 노리고 있다.

국제선 확장의 열쇠는 비행기 운행 방식에 있다. 중·단거리 2개 도시를 왕복하는 LCC와 중·단거리부터 미국 등 장거리편을 아우르는 대형 항공사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구성이 다르다. LCC는 기재 가동률을 중시하기 때문에 한 좌석이 1km를 비행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둔다. 때문에 공항에서 되돌아오는 시간이 단축될수록 좋다. 이용객이 느끼는 운행 시간의 편의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반면 대형 항공사들은 운행시간이나 환승 편리성을 1순위로 두기 때문에 자사 항공편의 집중 이발착 시스템을 구축한다. 특정 지역에서 출발한 비행기들이 일정 시간에 나리타 공항에 일제히 착륙한다. 그런 다음 환승 하기 적당한 1~3시간 가량의 간격을 두고 다른 방면(북미나 유럽)으로 일제히 출발시킨다. 고객은 환승 때 다시 체크인을 할 필요가 없고 수화물도 찾지 않는다. 만일 LCC편으로 환승을 하게 되면 체크인을 다시 하거나 수화물을 찾아 맡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형 항공사와 저가 항공사의 운항구조 차이를 보면 왜 풀 서비스 에어라인(FSA)을 가진 대형 항공사가 구조적으로 고비용인지 이해하기 쉽다. LCC는 기재 가동률 효과뿐 아니라 공항업무에 있어서도 이착륙 집중시간대가 없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집중적인 이착륙 시간대가 필요한 대형 항공사는 피크 시간에 맞춰 인원이나 시설, 기기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러한 고정비용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장거리 비행시 환승의 문제점이나 스트레스가 없는 쾌적한 여행을 원하는 고객도 많다. 이들은 기꺼이 LCC보다 높은 요금을 지불한다. 국제선 확대가 LCC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다. 이들이 대형 항공사 본래의 수요층이다. 서비스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쾌적한 장거리 이동이고 이를 장식하기 위해 호화로운 공항 라운지나 기내식 등 서비스가 추가된다.

최근 국제선의 사업 확대에 있어 중요한 임무를 띤 국제편이 생겼다. JAL의 ‘JL8편’이다. JAL의 구조조정 이후 나리타 공항에 처음 개설되는 신규 노선인데 4월 22일 운항을 개시해 나리타와 보스턴을 왕복한다. JL8편의 최대 강점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보스턴 직항편이라는 점이다. 다케무라 에이지 JAL 노선총괄본부 매니저는 “일본인뿐 아니라 아시아 고객들도 나리타 공항을 경유해 보스턴으로 모시고 싶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JAL은 나리타 공항에서 하루 총 세 차례의 뱅크(이착륙 집중시기)가 있다. ANA 역시 동일하다. 아침 피크 시간대인 오전 6시55분 하노이편을 시작으로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 서울, 부산 등 아시아 9개 도시에서 JAL이 연달아 도착한다. 여기에 삿포로, 간사이, 후쿠오카 등 5개의 국내선 도착편도 집중되어 아침7시에서 9시 사이에 집중돼 있다. JL8편은 11시 30분에 나리타를 떠난다. 총 14개편이 JL8편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JAL이 피크타임에 투입하는 히든카드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최신 B787의 위력아시아 고객의 입장에서 JL8편이 얼마나 편리한지 인도의 수도 델리 공항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KLM 네덜란드항공이나 이탈리아항공 등이 델리를 출발해 유럽 도시에서 경유한 뒤 보스턴을 향하고 있다. 이동시간은 짧게는 20시간부터 길게는 30시간으로 일정하지 않다. 하지만 나리타에서 JL8편을 이용해 환승할 경우 20시간 정도로 시간이 고정된다. 경쟁력이 충분하다. 일본에 업무가 있는 비즈니스 고객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노선이다.

JAL은 JL8편에 이어 올 12월 ‘아시아 유일 직행편 제2탄’를 개시한다. 나리타발 샌디에이고행 JL66편이다. JL66편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유럽계 항공회사에 의한 델리-샌디에이고 이동시간은 30시간 전후인데 반해 JAL은 20시간 정도다. ANA 역시 이와 같은 취지에서 올해 중 나리타-산호세 노선을 개시한다. 미국 도착 시간 역시 오전으로 고정돼 이용객으로서는 더욱 만족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수요층을 확보하기 위한 일본 항공사들의 전향적인 움직임이다.

JL8편으로 대표되는 대형 항공사의 신규노선에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최신예 중형 항공기 보잉787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우에키 JAL 사장이 “B787이 아니었다면 이번 보스턴, 샌디에이고 노선 개항을 주저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만큼 B787의 위력은 상당하다. B787은 기내 쾌적성으로도 주목 받지만 종래 대비 20%나 뛰어난 연비성능을 바탕으로 대형기에 버금가는 항속거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중형기로는 여객기 사상 최초로 장거리노선을 비행하게 된다.

기존 노선인 뉴욕, 로스앤젤로스, 시카고, 런던, 파리 등은 대형기인 보잉777을 운항하는데 약 250석을 수용할 수 있다. 반면 B787은 ANA 158석, JAL 186석으로 적은 이용객수에도 채산에 맞게 운행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뉴욕이나 런던 등 거대한 비즈니스 수요를 안고 있는 대도시는 이미 취항이 끝난 상태다. 그 다음 클래스 도시에 취항하려고 하면 B777로는 좌석을 채우는데 애를 먹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B787이다. 이로써 구미 장거리선의 취항 확장이 보다 손쉬워졌다.

지난해 4월부터 ANA는 미 유나이티드 항공(UA)과 JAL은 아메리칸 항공과 공조체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당사자간의 시각표 조정, 공동운임 설정, 외부비밀 데이터 교환, 공동영업 등을 합법화하는 내용이다. 덕분에 지난 1년간 미국-나리타-아시아의 유동성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ANA는 이후 루프트한자(독일)와도 공동사업을 시작했고, JAL은 브리티시 에어웨이와의 사업을 준비 중이다. 신규 노선이든 공동 사업이든 이제 대형 항공사의 진정한 타깃은 일본인이 아니다. 태평양을 건너오는 외국인이나 아시아인이 어떻게 일본 비행기를 타도록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저가 항공의 공세에 싫든 좋든 내수 탈피가 불가피해진 ANA와 JAL입장에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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