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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구조조정 폭풍 휘말린 태양광산업 - 비바람 이겨내면 ‘해 품을 날’ 온다

[Business] 구조조정 폭풍 휘말린 태양광산업 - 비바람 이겨내면 ‘해 품을 날’ 온다

웅진그룹은 2월에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 매각을 발표해 많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매출 1조7000억원, 영업이익 2400억원의 실적을 거둔 ‘알짜’ 회사다.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이 대규모 손실을 내는 등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되긴 했지만 웅진그룹이 주력인 웅진코웨이를 내놓은 것은 의외였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비주력 사업부터 털어내고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게 그동안 우리나라 그룹사의 일반적 행보였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 매각보다 더 주목 받는 것은 웅진그룹의 향후 비전이다. 웅진그룹은 태양광 위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앞으로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태양광 사업에 쏟아 붓는다는 구상이다.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을 통해 태양광 소재 사업을 하고 있다.



글로벌 1위 기업도 감원웅진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태양광산업은 그러나 현재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암울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이 업종에 구조조정의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태양광 관련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고 인력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이다. 중소 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글로벌 기업마저도 구조조정에 휩싸였다. 독일의 Q-CELL은 얼마 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글로벌 2위 태양광 잉곳·웨이퍼 업체인 중국의 LDK는 대규모 인력 감원에 나섰다. 미국의 선파워는 125MW급 필리핀 공장을 폐쇄키로 했다. 급기야 글로벌 1위 태양광 업체인 미국 퍼스트솔라는 최근 직원 2000명 감원을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전체 직원의 30%를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다. 퍼스트솔라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6800만 달러로, 전년의 7억4800만 달러 흑자와 비교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태양광 산업의 위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는 ‘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리는 폴리실리콘 가격의 폭락이다.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셀)→모듈→발전시스템’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중에서 첫 단계인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업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2008년 한때 1kg당 400달러 수준까지 올랐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9년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부각되자 가격 하락폭은 더 커져 최근에는 20달러 중반 대까지 내려앉았다.

상당수 태양광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까지 처했다. 판매가격이 생산원가를 밑돌고 있어서다.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은 연쇄적으로 잉곳·웨이퍼, 태양전지, 모듈 등의 가격을 끌어내려 태양광 산업 전반의 불황을 가져왔다. 곽노경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상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의 평균 제조단가는 kg당 2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군소업체의 평균 단가는 40달러 내외여서 장기간 불황이 지속되면 구조조정의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산업의 극심한 불황은 수급의 균형이 깨진 탓이 크다. 2009년 이전까지만 해도 태양광 산업은 공급자 위주 시장이었다.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소재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공급이 달렸다. 태양광 업체들은 원재료를 어떻게 해서든 확보하는 게 우선 과제였다. 2000년대 중반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태양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분이다. 이들 유럽 국가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등의 형태로 보조금을 지원하며 태양광 발전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이 무렵부터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태양광 발전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러브콜’은 더욱 강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태양광 발전 시장의 70% 이상이 유럽일 정도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됐다.



공급 과잉에 불황 겹쳐2010년 이후 유럽 국가들의 재정건정성 문제가 대두되면서부터 상황이 급반전 됐다. 그리스가 파산하고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의 유럽 국가로 재정위기가 들불처럼 번져가자 태양광 발전에 붙는 보조금이 우선적으로 삭감됐다. 독일 의회는 최근 태양광 발전업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최대 29%까지 줄이기로 했다. 스페인은 올 1월 보조금 지급을 아예 중단했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했던 태양광 산업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반면 공급은 넘쳐나고 있다. 폴리실리콘의 경우 2010년부터 과잉 공급 상황에 빠졌다.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증설에 나선 탓이다. 독일의 바커, 미국의 헴록 등이 증설을 주도했다. 여기에 중국의 GCL, 우리나라의 OCI 등 신규 업체들도 증설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이 예정대로 증설을 진행한다면 내년 말 폴리실리콘 공급 능력은 52만t에 이르러 예상 수요의 두 배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 과잉 우려에도 태양광 업체들의 증설 경쟁은 이어지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반도체와 비슷하게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생산 원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다. 국내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연 4만5000t 규모)을 보유한 OCI는 올해 말까지 2만t 규모의 4공장 건설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 추가로 연 2만5000t 규모 5공장 건설도 계획 중이다. 한국실리콘, 웅진폴리실리콘 등도 증설을 계획 중이다.

대기업들은 전후방 밸류체인을 통합하는 수직 계열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대기업 중 태양광에 가장 적극적인 한화그룹은 2010년 중국 태양광 업체인 솔라펀파워(현 한화솔라원)를 인수했고, 현재 여수에 연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설 중이다. 태양전지, 모듈, 시스템 사업에 이미 진출한 삼성그룹은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코닝정밀소재를 통해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1~2년은 더 어려울 수도태양광 산업 구조조정의 골은 예상보다 깊어 보인다. 최소 앞으로 1~2년은 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태양은 다시 떠오르게 마련이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시간의 문제일 뿐 큰 흐름에서 보자면 태양광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게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유럽 이외 신흥 시장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주로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중국에서 수요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중국의 태양광 발전 설치 규모는 지난해 2GW를 기록했다. 올해는 그 두 배인 4G~5GW로 커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태양광 발전설비를 신규로 15GW 이상 설치할 예정이어서 올해 본격적인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미국도 떠오르는 시장 중 하나다. 미국은 태양광 시스템 총투자비의 30%를 2016년까지 세액 공제하는 형태로 태양광 시장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남서부 지역의 경우 일조량이 많아 다수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일례로 워런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는 지난해 자회사를 통해 퍼스트솔라가 진행하는 토파즈 태양광 프로젝트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태양광 설치 수요는 지난해 1.6GW에서 올해 3.5G~4.5GW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겪은 일본도 태양광 발전의 주요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7월부터 태양광 발전소의 전기를 전량 사들이는 제도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일본 내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위한 펀드가 조성되는 등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오릭스 금융그룹은 최근 3개 펀드를 통해 총 10만KW급 발전설비를 갖춘다는 구상을 밝혔다. 도쿄해상투신도 미쓰이물산과 함께 태양광 펀드 투자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최지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과 일본, 미국의 태양광 발전 시장은 각각 전년 대비 150%, 100%, 153%씩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유럽의 태양광 시장 감소분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OCI·웅진에너지·에스에프씨 ‘유망’산업 내 구조조정은 역설적으로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제품 가격이 떨어져 태양광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의 발전 단가 수준으로 낮아지는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 시점을 앞당길 수 있어서다. 더구나 국제유가가 올 들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발전단가 격차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스페인과 하와이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그리드 패러티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중 전반적인 그리드 패러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태양광 수요는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20년 태양광 발전 수요는 신규 102GW, 누적 509GW를 기록해 전체 전력생산의 약 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잠시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태양광은 여전히 성장산업이다. 지구 온난화와 고유가로 신재생에너지의 관심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태양광은 풍력과 함께 기술적 측면에서 가장 우위에 선 신재생에너지다.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자라면 놓치지 말아야 하는 시장이다.

태양광 업체 중 국내 증시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기업은 OCI다. 외형이나 기술 경쟁력 등 여러 면에서 월등한 입지를 점하고 있어서다. 태양광 시장이 ‘치킨게임’ 양상을 지속하더라도 최후의 승자 중 하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당장 나오는 실적들은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 OCI는 올 1분기 7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8% 감소한 수치다. 올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낮은 상태다. 하지만 주가는 이런 부정적인 면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작년 4월 고점(65만7000원)과 비교하면 OCI 주가는 현재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웨이퍼 업체들의 폴리실리콘 재고가 최근 2~3주치까지 떨어져 적정 재고인 3~4주보다 낮은 상태”라며 “7월부터 일본에서 태양광 발전에 대한 보조금이 나오면 폴리실리콘 가격은 점차 오를 것으로 본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OCI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목표주가를 32만원으로 제시했다.

웅진에너지도 유망 태양광 업체로 거론된다. 미국의 태양광 모듈 기업 선파워와 웅진그룹이 조인트벤처 형태로 2006년 설립한 이 회사는 태양전지용 잉곳·웨이퍼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매출 대부분이 선파워에서 발생한다. 웅진에너지는 특히 전력변환 효율이 높은 고순도 단결정 제품 생산에 특화돼 있고, 선파워의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안정적 매출처를 확보한 상태라 구조조정의 역풍을 빗겨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웅진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예고된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소형주 중에서는 태양광 백시트 업체 에스에프씨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진다. 김희성 한화증권 연구원은 “에스에프씨의 매출처가 주로 중국이어서 중국의 태양광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에스에프씨는 최근 태양광 모듈업체 이징, BYD 등과 중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급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규모의 경제 확보로 고정비를 낮추고 낮은 원가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으며, 생산 수직계열화를 통해 부침이 심한 수급상황 내에서 안정적 원료조달과 판매물량 확보가 가능해야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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