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대선 테마주엔 눈길도 주지 말라
[Stock] 대선 테마주엔 눈길도 주지 말라
4·11 총선이 끝나자 정치권의 관심은 대선에 쏠려 있다. 유력 대선 후보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만 바쁜 게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대선 후보 관련 테마주 역시 총선 이후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선 예상 판세에 따라 연말까지 이런 정치 테마주가 급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을 향해 뛰는 후보들은 저마다 이들 종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작은 소문 하나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로 여기는 주식시장에서는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있다. 대선 승리 가능성, 지지율 설문조사 등에 따라 테마주 주가가 계속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안철수·문재인 테마주에 몰려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런 정치 테마주를 멀리 하라고 경고한다. 어떤 기업의 주가가 꼭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대개 이들 테마주는 실적이 썩 좋지 않은데도 주가는 높기 때문이다. 실적이 좋은 기업의 주가는 시장상황에 따라 떨어졌다가도 다시 오를 여력이 있지만 테마주는 경험상 ‘광풍’이 한번 지나가고 나면 그걸로 끝일 때가 많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자칫 ‘상투’를 잡으면 본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자 박근혜 테마주가 일제히 올랐다. 반면 ‘낙동강벨트’ 형성에 실패한 문재인 테마주는 급락했다. 대권후보로 재부상한 안철수의 안철수연구소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총선 직후인 4월12일 코스닥시장에서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되는 보령메디앙스는 장 초반부터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종가 1만7850원을 기록했다. 아가방컴퍼니 역시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고, EG도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해 6만8000원에 마감했다. 보령메디앙스와 아가방컴퍼니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저출산 대책 관련 발언을 한 이후 ‘박근혜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다. EG는 박근혜 위원장의 친동생인 박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곳이다.
아가방컴퍼니의 2011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9배에 이른다. 이전 3년간 PER 평균치는 8배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 중순 박근혜 보육정책의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보름 만에 주가가 94% 상승했다. 지난해 매출은 211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조금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114억원으로 2010년(123억원)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보령메디앙스는 2011년 매출이 2010년에 비해 떨어지고 영업이익은 22억원 적자, 당기순이익은 1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가는 2011년 1월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까지 2500원대에서 변동이 없던 주가는 지난해 말 최고 2만8900원까지 뛰어올랐다. EG는 지난해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2010년 263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846억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2010년 4%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이 2011년 45.9%까지 오르고, 당기순익이 30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었다. 박가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출산장려정책 효과 등을 반영하더라도 현재 박근혜 테마주의 주가 급등은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들을 향한 총선 패배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야권 대선주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총선 직후 안철수연구소(안랩) 주가가 급등했다. 총선직후인 4월 12일에는 장 초반 11만1500원까지 가격이 뛰다 10만7900원에 마쳤다. 4월 25일 종가는 12만4000원이었다. 최대 주주가 안철수 교수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성사료와 솔고바이오도 상승세를 보였다. 솔고바이오는 사외이사인 이민화씨가 안 원장과 함께 카이스트에서 함께 교수생활을 했다는 인연으로 안철수 테마주로 부상했다. 이씨는 메디슨의 창업주이며, 솔고바이오는 메디슨의 자회사인 메디너스의 2대 주주다. 안철수연구소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오늘과내일, 잘만테크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실적 나쁘지 않아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부각될 때마다 주가가 큰 폭 뛰었다. 2011년과 2012년의 안철수연구소의 PER는 각각 130배, 36배 수준으로 고평가 돼 있다. 그러나 매출액과 영업이익 상승 추세를 보면 실적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2009년과 2010년 700억원이 좀 못 되는 매출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1003억원으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시장에서는 올해와 내년에도 안철수연구소의 매출이 큰 폭 신장돼 대선 여부와 관계 없이도 2013년 매출이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보안시장이 확대돼 최대 수혜를 받을 전망이고, 네트워크 보안 제품경쟁력과 영업능력으로 신규 수주금액이 급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4월 26일 발표된 안철수연구소의 올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증가한 260억원, 영업이익은 35% 감소한 21억원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3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나마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실적과 대선 이벤트가 고루 반영된 편”이라고 말했다.
솔고바이오는 2011년 영업이익 31억원, 당기순이익 61억원 적자를 봤다. 매출은 2010년 한차례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360억원으로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2010년까지 60%대를 유지하다 2011년 80.61%로 늘어났다. 동일업종의 다른 회사들인 오스템임플란트, 디오, 바이오스페이스 등의 주식거래가 뜸한 것에 비해 솔고바이오의 주식거래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활발하다. 2010년까지 700원 미만에서 거래되던 솔고바이오는 2011년 1월 1000원을 훌쩍 넘긴 이후 최근까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대선 레이스에서 상승세가 한 풀 꺾인 ‘잠룡’ 관련 테마주는 대부분 하락세로 돌아섰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번 총선에서 부산경남지역 여러 의원을 당선시킬 거라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문 이사장 관련 테마주 역시 기가 꺾였다. 문 이사장 관련 테마주로는 바른손, 조광페인트, 우리들생명과학 등이 거론된다.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이상호씨가 2대주주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재인 테마주로 떠올랐다. 바른손은 문재인 후보가 속한 법무법인이 법률자문을 맡았다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다. 이들 주식은 총선 직후인 4월 12일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들 종목은 13일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총선 결과로 주가가 떨어졌지만 야권의 총선 패배가 되레 대선에서 야권 규합 가능성으로 인식되면서 문 이사장이 재부각 된 것이다.
또 김문수 경기도지사 테마주도 뜨고 있다. 김 지사가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그가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들과 관계있는 종목들이 대선 테마주에 편입되고 있다. 2016년 화성에 개장할 예정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관련주인 대영포장과 엠피씨 등이다.
전문가들은 테마주 투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정치 테마주들의 움직임은 다분히 심리적이고 뉴스에 따라 즉각 반응하고 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주가 흐름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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