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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
3D 가상현실에서 새 사업 성패 확인한다

[CEO]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
3D 가상현실에서 새 사업 성패 확인한다

“가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좁아지고 있습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일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가상현실은 인류에게 새로운 세계와 가능성을 선사할 겁니다.”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는 가상현실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컴퓨터로 가상공간을 만들고 그 곳에 공장과 빌딩을 짓는다.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경우 작은 나사 하나까지 모든 부품을 준비한 다음 조립한다. 제품 생산을 결정하기 전에 공기저항과 연비, 충돌 테스트까지 한다. 그런 다음 견적을 뽑아 진짜 현실에서 활용한다.

물론 실제로 완제품을 만든 다음에도 테스트는 한다. 하지만 3D 프로그램을 통해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오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시간과 자원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가상현실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며 “어떤 일이든 순식간에 상황을 예측해볼 수 있어 비용을 최소화하고, 부작용도 없고,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사람이 직접 체크하기엔 위험한 일도 가상 현실에서는 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 발전소 설립이 좋은 예다. “가상공간에 발전소를 미리 지어 운영해보면 어떨까요.

건설현장으로 벽돌, 시멘트 같은 원자재를 날라온 다음 가상의 건설 장비를 사용해 공사를 시작합니다. 완공된 다음에는 발전기를 돌려 운영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설계에 오류가 있어 방사능 사고가 나도 문제 없습니다. 컴퓨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다쏘시스템은 1981년 프랑스에서 설립됐다. 모기업은 미라쥐와 라팔을 제작하는 다쏘항공이다. 컴퓨터를 사용해 항공기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3D 기술이 발전했다. 자연스레 3D 소프트웨어 노하우를 갖게 된 다쏘항공은 아예 가상현실 전문업체 다쏘시스템을 만들었다. 3D 소프트웨어의 바이블로 꼽히는 카티아가 바로 다쏘시스템 제품이다.

요즘 가상현실을 구축하는 3D 프로그램은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다쏘시스템의 주요 고객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 항공사, 조선·중공업 기업 등 다양하다. 지난해 북미 오토쇼 올해의 차에 꼽힌 모델 6종 모두 다쏘의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현실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제작된 자동차다.

다쏘시스템은 1997년 한국에 진출했다. 최초의 고객은 현대자동차인데 다쏘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3D 프로그램을 사용해왔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다섯번째로 3D 프로그램을 사용한 얼리어댑터라 할 수 있다. STX와 대우조선도 다쏘시스템의 오랜 고객이다.

이들과의 비즈니스는 지난해 다쏘시스템이 대구에 2500만 달러 규모의 본사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하는데 도움이 됐다. 일본,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선정됐다.조 대표는 우수한 고객이 있는 곳에 R&D센터가 들어서야 한다는 논리로 본사 경영진을 설득했다. 제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란 그의 주장이 먹힌 것이다.



가상 임상실험도 할 수 있어최근에는 고객군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예컨대 CJ제일제당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상품개발 과정에서 생성되는 정보와 노하우를 데이터로 저장하고 있다. 다쏘시스템의 기술을 활용해 이를 분석한 다음 신상품을 개발·생산하고 가상매장에서 구현해보는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품이나 제약, 바이오 등 소비재 산업의 특성상 상품 개발 주기가 짧고, 시장변화 폭이 크기 때문에 상품 개발 프로세스와 제품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를 느껴 다쏘의 솔루션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IT) 기술의 발전도 다쏘시스템에게 반가운 일이다. 3D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증가하며 일반 기업들도 다쏘의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베네통의 경우 가상현실에 매장을 만들어 놓고 고객들이 제품 진열방식에 따라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인터넷 의류 업체도 다쏘시스템의 새로운 고객군이다. 온라인 구매 시 가장 큰 문제는 옷이 몸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체형이 똑같은 아바타에 옷을 입히면 그게 맞는지, 어울리는지 금새 알아볼 수 있다.

의료 분야도 3D 비즈니스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기와 화학적 자극에 대한 신체 반응을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한 다음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다쏘시스템은 제약사와 손잡고 가상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과 가상 동물실험도 하고 있다.

“의약품 개발을 위한 동물 실험을 법으로 금지하는 국가가 늘고 있습니다. 대안으로 가상 임상실험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험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조 대표는 가상현실은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믿고 있다. “3D 활용은 무궁무진합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신제품을 기획하고 공정을 효율화 할 수 있습니다.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시장 흐름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변화를 다쏘시스템은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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