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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대안투자의 꽃 ELS 끝없는 진화

[Stock] 대안투자의 꽃 ELS 끝없는 진화

‘하나의 유령이 여의도에 떠돌고 있다. ELS라는 유령이.’ 유령이라기보다는 실체다. ELS는 올해 최고의 히트 금융상품이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ELS는 마약과 같다”고 말했다. 한 번 조기상환에 성공해 수익을 맛보고 나면, 그 돈에 다른 곳에 투자했던 돈까지 빼 와 ELS에 투자한다고 한다.

ELS는 주가연계증권(Equisity Linked Securities)을 말한다.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 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자산을 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보존하고 일부를 주가지수 옵션 등 금융 파상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린다. 2003년 증권거래법 시행에 따라 상품화됐다.

2003년에는 3조5000억원이던 발행 규모가 지난해엔 30조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서 4월까지 발행된 돈은 18조원에 이른다. 3월 발행액은 월별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5조5000억 원에 달했다. 이 속도라면 연간 발행액 50조원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ELS시장이 커지면서 투자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ELS도 진화하고 있다.



‘녹아웃형’ 지고 ‘조기상환형’ 뜨고ELS가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였던 2003년은 지금과 구조가 완전히 달랐다. 국내 증권사들도 운용 경험이 없어 대부분 해외 투자은행(IB)이 설계해 놓은 상품을 그대로 베껴다 가져다 파는 수준이었다. 평균 3%를 수수료로 떼 줬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가는’ 모양새였다.

초기 나왔던 ELS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았던 구조는 녹아웃(Knock-out)형이다. 주가가 만기 전에 한 번이라도 목표치에 도달(녹아웃)하면 확정이자를 지급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당시 한 증권사가 팔았던 ELS는 코스피200지수가 72포인트(설정일 기준지수)에서 한 번이라도 95포인트를 넘으면(30% 상승) 수익률을 연 7.4%로 확정해 만기에 원금과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었다. 증권사는 ‘만기 전에 수익률 조기 확정’이라고 선전하며 주가가 떨어져 원금을 손실 볼까 두려워하는 투자자를 유혹했다. 투자자는 한 자릿수 수익률에 만족해야 했다.

‘볼스프레드’형도 있었다. 만기 때 지수 상승률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수익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당장 주가가 급등하지는 않더라도 장기(보통 3년)로 보면 주가가 오를 거라고 생각한 투자자를 공략한 상품이다. 그 외 ‘디지털형’은 만기 때 주가가 목표치에 달성하면 미리 약속한 수익률을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원금만 보장하는 상품이다. 목표치를 달성하느냐 안 하느냐가 정보를 ‘0’과 ‘1’로 처리하는 디지털 방식과 닮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세 가지 유형의 ELS 모두 목표 수익률은 두 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2003~2005년 주식시장이 상승 흐름을 타면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대한 위험을 더 경계하게 됐다. 그러자 나온 게 ‘양방향’ ELS다. 주가가 오를 때뿐 아니라 내릴 때도 일정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당시 한 증권사가 판매한 ELS는 코스피200지수가 30% 미만까지 상승하면 최대 연 15.9%의 수익을 주고, 반대로 지수가 5~20%까지 하락하면 최대 연 3.9%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주가가 20% 하락해도 연 10%를 웃도는 수익을 주는 것과 비교하면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됐다.

2004년부터는 조기상환형이 등장했다. 만기까지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보통 6개월이나 3개월마다 평가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고 원금을 돌려주는 형태다. 요즘 발행하는 ELS의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스텝다운(Step Down)’은 2006년 첫 선을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기상환 조건을 쉽게 해주는 상품이다. ELS가 투자자들이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진화한 셈이다.

ELS의 수익을 결정하는 기초자산도 변화를 거듭했다. 초기에는 코스피200지수 일색이었다. 코스피200 선물·옵션 시장 규모가 워낙 커 증권사들이 상품을 설계하기 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지수는 개별 종목에 비해 가격 변동폭이 적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얘기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작다는 의미다. ELS의 수익률은 기초자산의 변동폭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목형 ELS가 차츰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엔 삼성전자·SK텔레콤·POSCO 등 대표 종목에 국한됐다. 이런 대표 종목 하나를 기초자산으로 해 ELS를 만들면 지수형보다는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2007년까지 국내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 흐름을 타면서 투자자는 점점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을 따지게 됐다. 하나의 개별 종목(1 Stock)으로 된 ELS로도 투자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열풍을 몰고 온 주식형 펀드와도 수익률 게임이 되지 않았다. 목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초자산은 현대중공업·LG화학·현대건설·OCI(옛 동양제철화학) 등 주가 출렁임이 큰 종목으로 다양해 졌다. 또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종목(2 Stocks)을 묶어 기대 수익률을 20% 안팎으로 높였다. 해외 펀드의 열풍과 함께 지수형 ELS도 기초자산으로 코스피200지수와 홍콩항셍기업지수(HSCEI)·S&P500지수 등 해외지수를 결합했다.

원금보장형과 비보장형은 단선적인 진화의 흐름을 타지 않았다.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선호도가 바뀌었다. 약세장에서는 원금보장형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졌다. 반대로 강세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더 높은 원금비보장형이 인기를 끌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16%에 그치던 원금보장형 ELS 비중은 시장이 주춤했던 4월엔 33%로 늘었다.



3분의 1토막만 안 나면 수익 챙겨2003년 여섯 개 증권사만이 판매할 수 있었던 ELS를 지금은 스무 곳이 넘는 증권사가 취급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커졌지만 그만큼 경쟁자도 많아진 것이다. 증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안전성은 강화하고 수익성은 높인, 특화된 ELS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현대증권이 5월 초 발행한 상품은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주가 수준(녹인베리어·Knock-in barrier)을 확 낮췄다. 발행 당시 주가의 35%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 2004년 보통 70%이던 녹인베리어가 60%, 50%로 낮아지더니 35%까지 나왔다. 이 ELS의 기초자산은 현대차와 한진해운. 발행 당시 주가는 현대차가 26만원 선, 한진해운은 1만6000원 선이다. 만기인 3년 내 현대차는 10만원 밑으로, 한진해운은 6000원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을 까먹는 일 없이 연 19%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화증권은 최근 판매한 ELS에 ‘라이프 자켓(구명조끼)’라는 이름을 붙였다.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이 늦어질 때마다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주가 수준도 2%포인트씩 낮아진다. 기존 ELS에 구명조끼를 입혀 다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삼성증권이 선보인 ELS는 ‘리자드(도마뱀)’다. 만기(3년)의 절반이 지나도록 조기상환을 못하면 최고 수익(연 17.2%)의 절반을 지급하고 조기상환 되도록 설계했다. 만기까지 들고 가다가 원금손실 가능 구간까지 주가가 떨어질 수 있는 위험 상황을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중간에 막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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