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경기신용보증재단 박해진 이사장 - 사채 없는 경기도 만듭니다
[Interview] 경기신용보증재단 박해진 이사장 - 사채 없는 경기도 만듭니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이하 경기신보)의 박해진(68) 이사장은 5월 17일 ‘2012 전국 중소기업인대회’가 열리는 청와대 녹지원을 방문했다. 기업지원우수단체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기 위해서다. 이 상은 박 이사장에게 매우 뜻 깊다. 경기신보가 금융회사·공공기관으로는 처음 수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상은 중소기업이나 단체가 수상을 해왔다. 박 이사장이 수상하자 자리에 참석한 중소기업인 400여명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표창장을 전달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과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격려했다.
5월 23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신보 이사장 사무실을 찾았다. 방에 들어서자 표창장과 함께 수여 받은 표창기가 한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번 상은 경기신보의 16년간의 노력의 결실이자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증 규모 전국 최고경기신보는 신용도와 담보력이 취약한 도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 지원을 위해 1996년 3월 설립됐다. 중앙정부와 경기도에서 출연금을 받아 현재 도내 19개 지점에서 운영되고 있다. 경기신보는 지난해 3만721개 업체에 1조2367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전국 지원금액(6조801억원) 중 20.3%로 가장 많았다. 박 이사장은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269만개로 이 중 경기도 내 소기업·소상공인은 전체 20%를 차지한다”며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력이 부족한 기업이 많은 만큼 자금 지원만 해준다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도내 운영되고 있는 19개 지점에는 지난해 한달 평균 2100여개의 업체가 찾았다. 그러나 2005년 박 이사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평균 70여개 업체가 방문하는데 그쳤다. 적은 인력과 지점수로 고객의 접근성 저하로 불편했고 보증을 받으려면 보름 넘게 걸려 원성도 잦았다. 취임 당시 박 이사장에게 “왜 지원을 해주지 않느냐”는 기업의 민원전화가 빗발쳤다.
그는 문제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출연금이 적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재단의 출연금은 경기도에서 주로 담당하고 중앙 정부가 일부를 출연해 연 30억~4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박 이사장은 경기도에만 의존하면 제대로 된 지원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가장 먼저 금융회사가 출연을 의무화하는 지역신용보증재단법 개정(2006년 3월)을 이끌었다. 박 이사장은 “이 법안은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금융회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반대를 했지만 영세 기업을 돕기 위해서는 경영자립이 필요하다며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말했다.
법안 개정으로 매년 60억원의 지원을 받아 경기도 예산을 경감해 도민의 세금을 절약하는 효과도 거뒀다. 지난해 1월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에 동참을 이끌어 농협과 국민·신한·기업·우리·하나은행과 특별출연 협약을 맺고 400억원을 확보했다. 30억~40억원에 불과했던 출연금을 최근 3년간 200억~30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취임 전 2000억원에서 현재 5300억원으로 늘었다.
박 이사장은 출연금을 바탕으로 영세 기업을 찾아가 상담하는 것은 물론 휴일 비상근무와 평일 근무시간 연장을 통해 중소상공인을 지원했다. 여기에 14종에 이르는 서류는 2종으로 간소화했고 보증처리 기간도 2주에서 5일로 단축시켰다. 이런 노력은 숫자로 나타났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보증지원은 7조6329억원으로 설립 후 13년간(1조8462억원) 실적에 비해 413% 급증했다. 이뿐만 아니다. 금융위기 때에도 금융회사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빌려준 돈도 갚으라고 할 정도로 보수적으로 경영했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오히려 기존 정부 지원에서도 소외됐던 노점상과 포장마차, 보험설계사 등과 같은 무등록·무점포 금융 소외계층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제도권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돈을 빌리지 못하면 대부업체나 사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경영평가 5년 연속 1위그러나 ‘무점포·무등록 영세자영업자 특례보증’ 지원은 쉽지 않았다. 당시 국회와 금융당국에게 건의를 했지만 손실률이 높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쳤다. 계속되는 설득에도 동의를 구하기 어려웠고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회가 찾아왔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금융위기 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하면서다. 박 이사장은 안 되겠다 싶어 그 자리에서 직접 건의했다. 박 이사장은 “그 얘기를 하니 본인(이 대통령)도 어릴 적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노점상 했던 얘기를 하더라”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이들을 믿고 도와 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니겠냐”며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2009년 1월부터 시행됐고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까지 5245억원을 보증 지원했다. 손실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털어냈다. 박 이사장은 “3년 평균 손실률은 3% 미만”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이런 노력으로 2004년 7.8%였던 경기신보의 경기도내 보증잔액 점유율은 지난해 17.1%로 10년 만에 10%포인트가 증가했다. 2007년부터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실시한 도 산하 공공기관과 기관장 경영평가에서 5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박 이사장은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 정책이 이어지면서 고금리 사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상인을 위한 지원책도 내놨다. 그는 2010년 2월 ‘사채청정 시장 선포식’을 갖고 19개 전 지점에 ‘사채애로 상담창구’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3만9560명의 영세상인에게 7050억원의 사채전환자금을 6~10%의 저금리로 지원했다. 연간 6345억원의 이자를 절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채전환자금의 상환율도 기대 이상으로 높다. 현재까지 전체 96%에 해당하는 6760억원의 자금이 상환됐다. 박 이사장은 “불법 사채업자를 무작정 단속하기 보다는 장기 저리의 자금대출로 저소득층이 불법 사금융을 쓰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제대로 된 불법 사금융 퇴치방법”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보증지원뿐 아니라 경기 지역의 유망 산업도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경기 북부지역의 섬유산업과 자동차, 전자 등을 대기업 하청업체로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보증재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전경련에 대기업 출연의 당위성을 알리는 ‘대기업의 지역재단 출연 협조 요청문’을 보냈다. 그는 “대·중소기업간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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