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되기전에 후계자 키워라
65세 되기전에 후계자 키워라
손두희(68·가명)씨는 안산에서 총 자산 200억원대 폐기물 처리업체를 경영한다. 이 업체는 안정적인 매출처가 있고 부지는 손씨 개인 소유다. 손씨는 인천과 평택에도 공장이 있다. 평택 공장은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 공장의 주식은 100% 아들 소유다. 손씨는 최근 아들에게 회사를 모두 넘기고 70대가 되면 은퇴하기로 마음 먹었다.
막상 결심은 했지만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 무엇보다 소유권 이전에 따른 세금이 걱정이다.최고세율이 50%인 상속·증여세는 기업인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 1위의 손톱깎이 회사 쓰리세븐이 김형주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150억원의 상속세를 내지 못하고 중외제약에 인수합병 된 사례는 유명하다.
기업의 지속성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제도로 가업승계를 지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피상속인이 사망했을 때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다. 올해 1월1일부터 바뀐 법에 따르면 가업상속재산 중 사업용 자산 비율가액의 70%를 공제해준다. 공제한도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해당 기업을 경영했을 때 100억원이다.
비사업용 자산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제를 최대한 많이 받으려면 비사업용 자산을 사업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피상속인이 주식의 50%(상장법인은 30%)를 보유해야 하고, 상속인이 상속 개시 후일정 기간 안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 상속받은 후에도 10년 동안 같은 업종에 종사하면서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10년 동안 사후 관리를 잘할 자신이 없다면 증여하는 것이 낫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 제도가 없으면 40% 세율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일반 증여와 다르게 혜택을 받은 증여는 10년이 지나도 훗날 상속 개시 후 상속재산과 사전 증여재산이 합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전 증여와 상속 중 무엇이 유리한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가업승계 상속(증여) 특례를 적용 받으려면 자녀 1인에게 가업 전부를 승계해야 한다. 미리 가업승계를 받을 자녀와 가업 외 자산을 물려줄 자녀를 구분해 증여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상속(증여)세 납부액이 2000만원을 넘었을 때 거액의 세금을 분할 납부하게 해주는 가업상속에 대한 연부연납 제도도 고려해 볼 만하다.또 다른 절세대책으로 법인의 비상장 주식가액 가치를 낮추거나 사업부 분할, 사업 양·수도에 따라 증여를 하는 방법이 있다.
장부상에 남아 있는 장기 미회수 채권을 처리하거나 퇴직연금에 가입해 퇴직 충당금을 100% 공제받으면 비상장 주식가액이 줄어든다. 배당정책을 시행해 매년 지분만큼 현금을 확보하면 기업의 주식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가업승계 준비를 시작했다면 번거롭더라도 매년 상속세와 증여세가 얼마인지 계산해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좋다.
위 내용을 참고해 손씨의 실질적 절세방안을 살펴보자. 우선 개인 소유의 사업용 고정자산을 법인에 출자해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비상장 주식평가에 따라 자산가치가 줄어든다. 또 인천 공장의 사업부를 분할해 평택 공장에 이전하면 훗날 상속(증여) 시 재산가액을 낮출수 있다.
안산 회사에 안정적 매출을 보장해주는 거래처를 평택 공장으로 이전해 고정자산 등 설비만 남은 안산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다.손씨가 소유한 안산 기업 부지는 가업상속 공제를 받으려면 회사의 사업용 자산으로 편입해야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가치 상승이나 처분 여력 등을 생각해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위 과정에서 이론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한 세무 검토가 필요하다.2010년 중소기업중앙회가 CEO 26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업승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복수응답)’는 질문에 세금 부담이 73%, 사업 수익성 악화가 29%로 1, 2위를 차지했다. 답변에서 알 수 있듯 가업승계에서 기업의 지속적 성장은 절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승계계획을 세워야 한다. ‘승계는 10년을 준비하면 성공할 확률이 100%고, 5년을 준비하면 50%, 1년을 준비하면 10%’라는 말이 있다. 5~1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CEO가 손씨처럼 1~2년 전에 계획을 세우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승계를 준비하는 이상적인 나이는 55~65세다.
하지만 실제 상담을 하는 기업인은 60대 후반이 가장 많다고 한다.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면 반드시 승계한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매각하거나 폐업한다 해도 원하는 값을 받기 어렵고 역시나 세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승계 후 지속적 성장이 중요가업승계는 가족과 반드시 상의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녹십자 일가의 상속싸움 등 상속 관련 분쟁은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방해하는 큰 장애물이다. 상속 분쟁을 피하려면 유언장을 명확하게 작성하고 유류분을 고려해야한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족과의 합의다.
후계자에게 혹독한 현장교육과 회사의 경영철학을 남겨주는 것 역시 피상속인이 할 일이다.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이 현장을 경험하게 하려고 대학생이었던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을 원양어선에 태운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후계자를 정할 때 아들 혹은 장남으로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인으로서 자질이 있는 후계자에게 다수 지분을 몰아줘 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실히 물려주는 게 좋다. 2003년 소버린에 의한 SK의 적대적 공격의 사례는 후계자에 대한 지배 지분의 확보가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후계자를 위한 ‘뒤처리’도 필요하다. 가업승계 후 기업에 선대의 친족, 창업 공신, 창업자의 지인 등이 남아 있으면 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들과 사전에 조율하는 것 역시 성공적 가업승계를 위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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