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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력 사용량 늘면 투자할 만

中 전력 사용량 늘면 투자할 만



올 상반기 원자재 시장은 비슷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시장보다 훨씬 부진했다. 2011년 말부터 조금씩 고꾸라지더니 상반기 내내 변변한 반등 없이 추락하기만 했다. 특히 산업금속 섹터의 니켈,농산물 섹터의 밀과 커피, 설탕 등은 40% 넘게 떨어져 ‘반 토막 신세’가 됐다. 하반기에 좋아질 것이라고 볼 만한 징후도 아직은 없다.

다만 4분기쯤엔 다소 다른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장화탁 동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상반기엔 채권이 좋았는데, 채권에 이어 주식, 그 다음 원자재가 살아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유로존 위기가 잦아들고 글로벌 공조 효과에 믿음이 생기는 4분기엔 회복될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전력 사용량 증가 등 경기 회복 조짐이 감지되면 곧바로 원자재를 매수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불황기엔 금’이라는 투자 원칙을 고수하는 투자자라면 상반기엔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6월 25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 COMEX 부문 8월 인도분 금 가격은 온스당 1585.70달러를 기록했다. 연초(1566.8달러)보다는 올랐지만 지난해 2000달러를 위협하던 모습은온데간데 없다.

각 거래소별 가격을 취합한결과에 따르면 귀금속 섹터만이 1% 남짓 상승했고, 나머지는 전부다 하락했다. 에너지는 20%, 비철금속은 7% 넘게 하락했다. 개별로 봐도 하락이 대세임은 뚜렷했다. 콩, 금, 은 정도만이 연초대비올랐을 뿐 대부분이 두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같은 위험 자산인 주가지수를 보면 미국 S&P 500지수가 5% 올랐고, MSCI이머징지수도 보합을 기록했다. 유럽마저 원자재보다는 나았다. 유럽증시는 7~8% 하락했다.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던 국제유가도 올 상반기엔 초라했다.WTI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연초보다 19% 하락했고, 5월 그리스 유로존 탈퇴 이슈가 불거진 뒤 26% 떨어졌다. 브렌트유는 더 심했다. 브렌트유는 3월 기록한 고점대비 무려 30%나 떨어졌다. 배럴당 90달러까지 밀린 브렌트유는 1년 넘게 세자릿수를 유지하던 중이었다.

100달러라는 강력한 지지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의 약세 전환은 심상치 않은 면이 있다”며 “자산이 단기간에 급락하는 경우 큰 폭의 반등이 나오게 마련인데, WTI 국제유가는 106달러에서 79달러까지 떨어진 후 전혀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원자재는 주식시장보다도 부진했을까. 일단 ‘비빌 언덕’이 없었다. 주식이든 원자재든 금융위기 이후 진행되는 경기 둔화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각국이 재빠르게 금융 대책을 내놔 시장 참여자들에게 위기 극복의 기대감을 높여줬다. 또 미국증시가 건재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패닉을 불식시키는 역할을 했다.

반면 원자재 시장은 믿을 만한 곳이 없었다. 시장의 수요를 주도하는 ‘맏형’ 중국의 역할이 미미했다. 이석진 연구원은 “최근 중국 정부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성장 드라이브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도 중국 경제가 소프트 랜딩(연착륙)이건 하드 랜딩(경착륙)이건, 여전히 ‘랜딩’ 국면에 위치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 부진도 문제였다. 이석진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원자재 지수의 대장”이라며 “미국 증시의 애플이 건재하니 지수가 버텼던 것처럼 대장주의 역할이 중요하다. 원유가격 급락이 전체적인 원자재지수 하락을 불렀다”고 판단했다. 국제유가 급락 원인은 뚜렷하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정기회의에서 수출량 쿼터를 줄일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OPEC은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시장의 실망은 반등 없는 국제유가의 추락을 불렀다.당장 원자재시장이 급반등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공조가 시작되긴 했지만 정부가 직접 움직이기보다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부양책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상으로 회복이 감지되는 시기는 4분기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국제유가는 WTI 기준으로 80달러 내외에서 바닥을 다질 것”이라며 “상승 추세에 진입하려면 생산뿐 아니라 수요, 투기적 자금흐름,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원자재 랠리’는 끝났다는 시선을 경계했다.

그는 “원자재 랠리는 지난 10년간 지속돼 왔다. 단기 수익률만 가지고 쉽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며 “2008년 경험한 것처럼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국면에서는 원자재가 가장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이 당연하다. 당시에도 원자재 수퍼 사이클 종식 논란이 뜨거웠다”고 소개했다.

유 연구원은 원자재시장 바닥의 신호로 글로벌 원자재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들었다. 그는 “좋지 않은 지표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펀드로 4주 연속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자금 흐름은 아직까지 곡물 등 소비 관련 원자재에 집중되는 모습이지만 향후 경기 개선 신호들이 가시화되면서 산업 관련 원자재로 매수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가 회복될 때까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중에서도 곡물은 수급 우

려로 상대적 강세를 보이지만 원유, 비철금속 등 자본재는 부진하다”며 “원자재가 반등하려면 정책 기대감이 아닌 경기의 뒷받침이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 부실화 우려감이나 그리스의 구제금융 재협상 등 논란거리가 많다”며 “중국 경기가 반등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8월 제조업 경기지수를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자재 중에서 가장 단기 전망이 좋은 것은 역시나 곡물이다. 이승준 연구원은 “곡물은 현재 계절적인 수급 우려가 나오는 상태”라며 “현재 이머징 경제는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이로 인해 곡물 가격이 더 오르고 이머징국가들의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경하 연구원도 “투기적 자금이 금, 원유, 구리 등 메이저 원자재보다는 천연가스와 소맥, 대두 등에 집중되고 있다”며 “특히 곡물은 주요 경작지역의 가뭄으로 수확량이 감소되는 상황이라 투자처로 꼽을 만하다”고 분석했다.



곡물가격 회복 움직임그중에서도 소맥은 재고량 감소가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 농무부(USDA)의 6월 곡물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소맥의 공급량 전

망치는 기존 재고량 150만톤 감소와 러시아, 유럽, 터키, 미국 등의 생산량 감소로 5월 전망치 대비 697만톤이나 줄었다. 대두 또한 공급량이 5월보다 27만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연구원은“현재 곡물, 천연가스가 강세를 보이다가 중국 금리인하 조치, 유로존 리스크가 완화되는 9월쯤부터 금에 투기 매수세가 나올 수 있다.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구리, 원유의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석진 연구원은 원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는“국제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며 “민주화 열풍 이후 아랍권 국가들의 재정 지출은 확대일로에 있는데, 이들의 재정 수입을 충당하는 80%가 원유 수출이다. 국제유가가 70달러대로 하락할 경우 생산국들이 단합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중국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전력 사용량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4분기 이후부터는 원자재가 증시보다 나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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