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전날도 근무 미쳐야 꿈에 닿는다
아이 낳기 전날도 근무 미쳐야 꿈에 닿는다
송승선(41) 롯데마트 이사는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자 처음으로 내부에서 승진한 여성 임원이다. 그녀는 주력사업인 온라인 부문을 맡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임원 승진 소식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나.“행사 때문에 외부에 있는데 휴대전화가 마구 울렸다.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
남보다 일찍 임원이 됐다. 스스로 생각하는 경쟁력은.“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 제일합섬에서 마케팅과 영업을 배웠다. 당시 거의 유일한 여성 영업사원이었다. 페덱스코리아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클라란스코리아에서 감성 트렌드를 익혔다. 영업·물류·마케팅을 두루 경험한 게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롯데마트몰은 지난 4월 가전·완구·애완용품 등을 전문으로 파는 디지털파크몰’ ‘토이파크몰’ ‘펫가든’ ‘해외브랜드관’을 열어 고객몰이에 나섰다. 전문 몰 개장은 송 이사가 직접 낸 아이디어다. 그녀는 상품부터 마케팅, 사이트 운영, 고객서비스, 손익까지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임원이 되고 가장 힘들었던 점은.“초기에는 부담감 때문에 못 자는 날이 많았다. 특별한 해결책이 없더라.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갔다.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아무리 바빠도 하루 10분은 나에게 투자했다.”
가르침을 준 멘토가 있나.“항상 직속상사였다. 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 그녀는 롤 모델로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대표와 박남희 와나코코리아 대표를 꼽았다. “두 분 모두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거기에 인간미까지 갖춰 배울 점이 많아요.” 채 대표에게 송 이사의‘과거’를 묻자 “당시 송 차장이 아시아 국가들과 같이 진행하는 마케팅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직원들에게 취지를 잘설명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며 “인간관계도 좋아 회사를 떠난 뒤에도 동료들을 만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 이사 역시 그때를 기억했다. “퇴사를 결정한 후였는데도 새벽 2시까지 외국에 전화를 하곤 했죠. 뻔한 대답이지만 임원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물으면 ‘열심히 일했다’고 말할 겁니다.”
열심히 했다는 게 어느 정도인가.“별로 좋지 않은 예지만 아이 둘 모두 조산했다. 출산 전날까지 일했다. 일할 때는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다. 힘들어도 밤을 새고 나면 성과가 나더라.”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의 ‘불광불급(不狂不及)’은 송 이사가 지켜 온 신념이다.
그렇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뭔가.“흠, 일하는 게 즐겁다. 마무리할 때 성취감, 무언가에 기여했다는 기쁨 때문에 또 일에 빠지는 것 같다.”
앞으로 목표는.“평생 일하는 게 목표라면 믿겠나. 우선 유통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고, 은퇴 후에는 코칭으로 경험을 나눠주고 싶다. 사실 어렸을 때 꿈은 선생님이었다(웃음).” 아침 7시 반 출근에 밤 9시 퇴근, 일주일에 쉬는 날은 일요일 하루다. 그녀는 “이 날만큼 은 아이들과 요리를 해먹거나 남편과 못다한 이야기를 나눈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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