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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힘이 실낱 같은 희망

돈의 힘이 실낱 같은 희망



작년 8월 2170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 주가가 거래일수 7일만에 1680포인트로 떨어졌다. 짧은 기간에 23%가 하락했는데 단기 낙폭으로는 드문 사례였다. 작년의 하락을 경험한 투자자에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상당히 부담이 된다.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고, 주변 여건도 좋지 않은데다 이마저도 계속 나빠지고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스페인이 심상치 않다.스페인 문제는 방키아 은행의 부실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2000년 이후 ‘카하(caja)’라는 저축은행이 스페인 부동산 경기 활황을 이끌었고, 그 여파로 부실화된 8개 저축은행을 모아 방키아 은행을 만든 만큼 일정 부분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가 지원 자금 190억 유로 중 100억 유로를 채권으로 대고, 유럽은행이 이 채권을 떠안아 줄 것을 요청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상황이 악화된 건 뱅크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도 뱅크런이 발생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빠져 나갈 수 있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빠져 나가고 1인당 인출한도를 1000유로로 제한하고 있어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았다. 반면 스페인은 이제 초기 단계여서 시간이 지연되면 지연될수록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 재정위기에 미국 경기 둔화 겹쳐두 번째는 경기 둔화다. 작년 10월부터 미국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해 한때 매월 고용증가가 20만 건에 달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부동산 가격까지 하락을 멈춰 경제가 전체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1.8%에 그치고 2분기 들어서는 고용과 제조업 경기 마저 둔화되어 향후 과정이 순탄치않을 것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 경기 둔화는 주식시장에 유럽보다 더 큰 압력이 된다.

경기가 한번 둔화되면 최소 반년 이상 흐름이 변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이 경우 시장은 유럽 재정위기라는 악재와 함께 연말까지 약화되는 펀더멘털 속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마지막은 수급이다. 5월에 외국인이 4조원 넘는 주식을 내다 팔았고 6월에도 매도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 기관이 매수에 나선다면 외국인의 영향력을 줄겠지만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세 가지 요인 중 유럽 재정위기가 시장에 가장 강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

지금은 그리스가 논란이 되던 때보다 상황이 안 좋은데 몇 가지 점에서 스페인이 좀 더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리스는 국가부채가 2360억 유로에 지나지 않지만 스페인은 1조1000억 유로로 위험에 노출된 규모가 다르다. 노출 기간 면에서도 그리스는 2년 넘게 시장에 오르내린 반면 스페인은 최근에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최근의 재료일수록 영향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해결 방법과 관련해서도 그리스는 정치적인 타협만 이루면 문제의 확산을 막을 수 있지만 스페인은 은행 자본 확충을 놓고 유럽 은행과 정책 조율을 계속해야 하는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경제적 이해는 정치적 이해보다 풀기 어려운 게 일반적이므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시장이 유럽 문제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는 정책적 합의에 얼마나 신속하게 도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한 지원책은 두 가지 범주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는 유로본드 발행, 범유럽 차원의 예금보장과 금융동맹 등 정부 부채와 은행에 대한 공동 지원 방안이다. 또 하나는 경제통합의 진전을 위해 공동의 예산 정책을 사용하고 재정주권의 일부를 이양하는 재정통합이다. 전자는 독일을 제외한 상당수 국가가 요구하고 있으며,특히 남부 유럽 국가들에게는 시급한 사안이다. 후자는 독일이 주로 요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독일이 참여하지 않는 지원 대책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 지원 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재정동맹에 관한 논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돌이켜 보면 재정 정책에 대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0월 그랜드 플랜(Grand Plan) 합의 때에도 독일이 그리스의 재정을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내놓았었다.

당시에는 그리스의 반대와 유로 국가의 무관심으로 제대로 추진하지못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지원 방안과 재정 통합을 일정 부분 혼합해 정책적 합의에 도달할 경우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다. 유로 채권이든 금융통합이든 합의안이 실제 효력을 발휘할 때

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지금은 심리적 안정만으로 주가가 통제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스페인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구제금융 밖에 없다. 그리고 이 부분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보다 쉽게 회원국간에 용인될 것이다. 이미 포르투갈, 아일랜드 같이 구제 금융을 통해 경제 안정을 찾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주식시장에는 일시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기간은 길지 않고 빠르게 정상을 찾아갈 확률이 높다. 투자자들이 스페인을 그리스와 같은 부류보다 구제금융을 통해 안정을 찾은 그룹으로 보고 있어서다.


불확실한 상황에 휘둘리지 말아야‘CNN효과(CNN Effect)’라는 말이 있다. 전문 뉴스 채널인 CNN이 세계의 주요 사건, 사고를 생생하게 현장 중계해 해당 국가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CNN효과는 정책보다 주식시장에서 더 큰 영향을 발휘한다.

주식시장이 미래를 반영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지금처럼 시장이 하나의 사안에 좌우될 때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스페인이 풀기 어려운 과제이지만 확정된 부분은 없다. 은행의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스페인과 유럽 정부들이 어떤 카드를 가지고 문제에 대응할지 같은 중요한 부분이 미정인 상태다. 불확실한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6월 중순쯤에 시장이 급격한 변동을 끝내고 회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스페인이라는 재료 하나 때문에 하락했다면 회복이 빠를 수 있지만 경기 둔화까지 같이 겹쳐 속도가 빠르기 힘들다.어려운 상황에서도 종합주가지수 1800선을 유지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고유동성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점이 추가 하락을 막는 힘이 되고 있는데, 더 나빠질 상황은 아니므로 긍정적인 자세로 시장에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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