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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GM·르노-닛산 시동 걸다

BMW·GM·르노-닛산 시동 걸다



자동차가 단순한 운송수단이었다면 오늘날 세계 최대의 단일 산업이라는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조사업체인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자동차는 석유와 함께 연간 3000조원이 넘는 산업이다. 1886년 칼 벤츠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개발한 이래 126년 동안 자동차 산업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다. 즉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동의 즐거움보다 엑셀을 밟을 때마다 몸에 전해지는 가속력,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주는 핸들링 같은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요소가 자동차 산업을 성장 시켜온 키 팩터(Key Factor)다.그런 관점에서 전기차의 미래 역시 친환경 운송수단 이외에 생활속에 밀착된 즐거움을 줄지 짚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단순히 좋은 연비와 친환경이라는 인간의 도덕과 선한 이면에 숨겨진 속도감을 즐기려는 욕구도 자동차 구매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요즘 세계 각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개발에 열심이다. 어떤 모터쇼든 기존 차체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내연기관 대신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달아 ‘전기차 컨셉트카’라고 내놓고 열심히 선전을 한다. ‘전기차= 친환경차’라는 도식이 성립해서다. 요즘 국내에서도 L당 가솔린 가격이 2000원을 넘기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워럿 버핏도 전기차 바람 일으켜비슷한 시기, 전기차 붐은 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워런 버핏이 주도했다. 그가 중국의 2차전지 업체인 BYD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전기차 바람이 거세졌다. BYD는 원래 노트북·휴대폰용 2차전지를 만들었지만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전기차 업체로 변신했다.BYD는 2015년 100만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 시판중인 ‘e6’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200㎞ 이상 달릴 수 있다.전기차는 1920년대 GE의 설립자이자 발명왕으로 유명한 토마스에디슨이 제작했다. 당시 가솔린 자동차 한 대 가격과 비슷했던 배터리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 비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실용화되지 못했다.

이후 전기차는 세 단계로 발전해왔다. 첫 단계는 1997년 도요타가 세계 첫 상용화한 하이브리드차다.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의 중간 형태로 3∼4㎞ 정도 일정 거리를 전기모터로 주행한다는 점에서 가장 초보적인 전기차로 꼽힌다. 다음은 전기차에 더 가까운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다. 지난해 첫 상용 모델이 나왔다, 2010년부터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는 거리가 30∼50㎞에 달한다. 배터리가 모두 소모

되면 내연기관차량과 마찬가지로 엔진 동력으로 주행하거나 배터리를 충전해 전기모터로 구동한다. 이들 차량은 일반 내연기관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차의 초보 단계로 볼 수 있다.

가격도 동급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30∼40% 정도 비싸 점점 판매가 늘고 있다. 궁극의 전기차는 연료전지차다. 수소를 화학반응 시켜 여기서전기를 얻어 모터로 구동하는 차다. 2000년대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모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연료가 수소인 만큼 배출가스가 물뿐이라 친환경적이고 연료비도 저렴하다.

문제는 연료전지 소형차의 대당 제조원가 1억원이 넘는다는 데 있다. 비싼 가격뿐 아니라 수소충전소도 갖춰져 있지 않다. 연료전지차는 가격이 5000만원 이하로 떨어져야 상용 판매가 가능하다. 일러도 2020년 이후에나 실용화 가능성이 엿보인다. 수소 충전기는 기존 주유소에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 업체들도 전기차 개발에 열심이다. 현대기아를 비롯해 르노삼성과 한국GM이 저마다 전기차 기술을 뽐내고 있다. 현대기아와 르노삼성이 기존 차량의 차체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전기차 기술을 개발하는 데 비해 한국GM은 미국 본사에서 개발한 전기차를 한국시장에 맞게 튜닝하는 점이 차이가 있다. 쌍용차도 전기차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까지 투자 재원 부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GM이 지난해 초 출시한 ‘볼트’는 이런 전기차의 최대 약점 가운데 하나인 ‘짧은 주행거리’를 보완한 차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미국디트로이트에서 만난 GM 관계자는 “미국인들은 통상 자동차로 하나의 주를 횡단(통상 500㎞ 이상)해 여행을 가는 데 익숙하다”며 “이런 생활방식에 한 번 충전으로 200㎞도 달리지 못하는 전기차는 시티카 이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볼트는 배터리 충전으로 60㎞까지 달린 뒤 배터리가 방전되면 엔진을 이용한다.

단, 엔진 동력을 직접 바퀴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기를 돌려 여기서 나오는 전기로 모터를 구동시킨다. 엔진은 화력발전소 역할을 하는 셈이다.기름을 가득 채운 이 차의 최대 주행거리는 600㎞ 정도다.현대기아의 전기차 시작은 1990년대 들어서다. 경쟁업체에 비해서는 늦었지만 그동안 현대기아차 압축성장의 역사만큼 전기차 분야도 이른 시간 내에 선진 업체를 따라 잡았다.

첫 전기차는 1991년 12월에 쏘나타를 기본으로 납축전지를 내장한 차다. 에디슨이 발명한 전기차와 크게 다를 게 없는 기본형 전기차다. 단순히 내연기관을 모터와 납축전지로 대신한 것이다. 1회 충전거리가 5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초보 수준이었다 1993년 나온 ‘쏘나타 전기차 3호’ 모델이 현대식 전기차에 근접한 모델이다. 배터리제어시스템을 내장해 최고속도 시속 130km, 1회 충전 주행거리 120km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후 외환위기로 전기차 개발은 중단됐다. 양산형 전기차의 첫 단추는 2009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선보인 i10 전기차 블루온(BlueOn)’이다. 16.4kWh의 전기차 전용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달고 최고 시속 130km까지 달릴 수 있다. 경차 출력을 능가하는 구동력을 갖춘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블루온 30여대를 제작,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제공해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소모되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하는 전자식 회생 브레이크도 적용했다. 1회 충전으로 최대 14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일반 가정용 전기인 220V을 이용한 완속 충전시에는 6시간 이내에 90% 충전이 가능하고, 380V의 급속 충전 시에

는 25분 이내에 약 80% 충전할 수 있다.




기아차 전기차 레이EV 최고 속도 130km/h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아차는 지난해 경차 레이에 같은 전기차 시스템을 탑재한 ‘레이 EV’를 선보였다. 50kw의 모터와 16.4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고속 전기차다. 1회 충전으로 139km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급속 충전 때 25분, 완속 충전 때 6시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최고 13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10년 이상의 내구성을 갖춰 차량 운행기간 동안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다고 현대차는 주장한다. 차량 앞 라디에이터 그릴 모양의 커버에는 220V 전원으로 가정에서 충전하는 충전구가 달렸다. 급속 충전 포트는 운전석 뒤쪽 주유구 자리와 마찬가지다.

르노삼성은 르노-닛산의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국 상황에 맞춰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부산모터쇼에서 내년 부산공장에서 양산해 일반에 판매 예정인 100% 순수 전기차 SM3 ZE를 선보였다. 이 차는 도심주행 모드에서 1회 충전으로 182㎞ 이상, 최고속도 135㎞를 주행할 수 있다. 최대 모터파워70㎾, 최대 토크 226Nm(약 24㎏·m)의 성능을 낸다. 가정이나 회사에서 220V 전원을 이용하면 6~8시간 만에 완속 충전이 가능하다. 400V의 AC급속 충전 시스템을 이용하면 3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이 회사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은 “르노그룹을 통해 이미 유럽에서 충분히 검증된 순수 전기차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SM3 Z.E.를 개발하고 있다”며 “제주도에서 진행되는 스마트 그리드 같은 정부 사업에 참여해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소개했다. 르노삼성은 또 LG화학,LS산전, SK플래닛 등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기업과의 파트너십뿐만 아니라, 포스코 ICT와의 전기차 렌탈 비즈니스 개발, SK엔카와 전기차 중고차 사업모델 개발 등 전기차 상용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지난해 도쿄 모터쇼에서 기자와 만나 “2020년에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10%인 600만대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역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닛산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이미 전기차를 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휘발유차·디젤차·하이브리드카·전기차 가운데 다음 차종으로 무엇을 구매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일본 소비자의 9%가 전기차를 택했다”며 “이 가운데 절반만 실제 구입해도 닛산은 일본에서만 20만~30만대의 전기차를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를 감안할 때 닛산이 2020년 세계 자동차 판매의 10%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고 밝힌 전망이 비현실적이지 않다고 했다.

배터리 기술·가격 경쟁력 부족으로 전기차 보급이 늦춰질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곤 사장은“전기차 보급은 전략의 문제이고, 의심의 여지 없이 지금이 최적의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석유 수입국인 중국·인도의 25억 인구가 앞으로 유럽·미국의 생활 수준을 따라간다고 생각할 때 해결책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중국·인도의 자동차 보급률은 1000명당 50대, 유럽은 1000명당 600대인데, 두나라의 자동차 증가분을 전부 석유 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겠느냐는것. 결론은 전기차라는 것이다. 닛산은 지난해 전기차 리프(LEAF)를 출시해 전 세계에서 1만대 넘게 팔았다. 올해부터 연간 3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곤 회장의 전망에 대해 토요타나 현대차 등은 견해가 다르다. 2020년 전기차 시장이 200만대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독일등은 2015년까지 각각 100만대,중국은 2011년까지 50만대의 전기차가 도로를 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친환경차의 과도기 모델인 하이브리드카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미국·유럽·중국 등 전 세계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잇따라 전기자동차 개발을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닛산과 미쓰비시가 전기차를 일반인에게 판매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2010년 6월부터 일본 지자체와 관공서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아이미브 1000대를 공급했다. 지난해 일반 판매를 시작해 3000대 정도 팔렸다.

토요타는 당분간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고 전기차는 2015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혼다도 2015년 소형 전기차를 양산한다.독일에서는 폭스바겐과 포르쉐, 벤츠, BMW가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정부가 2020년까지 100만대의 전기차가 아우토반(독일 고속도로)을 달리게 하겠다고 발표 함에 따라 불꽃을 튀기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BMW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BMW i’를 발표했다. 한국 지사인 BMW코리아는 5월 15일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BMW i’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대도시 통근자 겨냥해 개발BMW i3 컨셉트카는 도심용으로 설계된 100% 순수 전기 자동차다.한번 충전으로 최고 16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탄소섬유 소재를사용해 가볍게 했고 차체는 더 단단해졌다. BMW i8 컨셉트 스파이더는 전기모터와 3기통 트윈터보 엔진이 장착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전기모터로만 35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소형차 수준의 연비로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한다. BMW는 i3과 i8을 독일 라이프치히공장에서 내년부터 생산, 한국에는 2014년쯤 출시할 예정이다.

우베 드레허 BMW i 브랜드 매니저는 “예전에는 미국에서 500만달러 수준의 집에 사는 사람들의 주차장에는 벤츠, 포르쉐, BMW 브랜드의 자동차가 있었지만 요즘은 하이브리드카인 토요타 프리우스를 더 많이 볼 수 있다”며 “i3는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춰 하루 40~60km를 통근하는 대도시 거주자들에게 적합한 차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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