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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입맛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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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미각스캔들’에서는 5월 27일 두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다뤘다. 이 방송이 나가고 난 후 한 포털 사이트인터넷 카페는 방송 후기로 들끓었다. 이 카페 가입자수는 무려 182만 여명. 살림과 육아를 주제로 하는 카페인만큼 여성 회원이 다수를 차지한다. 생후 6개월부터 아이에게 두유를 먹였다는 한 회원은 “방송을 보니 두유에 든 성분이 성조숙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는데 당장 끊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방송을 시청한 다른 회원들도 “그동안 저지방·고단백 건강식품으로만 알려진 두유의 이면을 알게 돼 충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신이 먹는 음식과 TV 맛집 프로그램의 민낯을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로 출발한 ‘미각스캔들’이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김재환 감독을 비롯해 영화 ‘트루맛쇼’의 제작진들이 연출하는 ‘미각스캔들’은 TV판 ‘트루맛쇼’다. 평범한 식당을 맛집으로 둔갑시키는 지상파 맛집 프로그램의 불편한 실체를 파헤친 ‘트루맛쇼’ 제작팀은 JTBC를 통해 무한리필 한우 고깃집, 양념통닭의 진실 등 설연휴 파일럿으로 선보인 ‘미각스캔들’이 반향을 일으키며 정규편성 됐다.

지상파 PD출신인 김재환 감독은 ‘트루맛쇼’를 통해 일부 맛집 프로그램의 허구성을 고발했다. 외주제작사와 전문 브로커 음식점 사이에 어떤 거래가 오가고 그것이 방송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줬다. 방송 촬영만을 위해 만들어진 메뉴와 무조건 “맛있어요”를 외치는 출연자의 실체를 낱낱이 밝혔다.김 감독은 직접 음식점을 차려 그 과정을 쫓았고,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의 화제작인 이 다큐멘터리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손쉬운 한끼’의 불편한 진실음식점들이 많은 만큼 이들 간의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미각 스캔들’은 “살벌한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한 식당들의 처절한 투쟁과 방송 제작자의 탐욕에 맛의 순수함을 사라져버렸다”면서 “미디어와 식당의 꼼수는 우리의 미각을 조롱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디어에서 다룬 엉터리 맛집들의 꼼수를 고발했던 영화처럼 방송 역시 마케팅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음식들의 이면을 파헤치는 데 주로 집중한다.

‘1인분에 1500원’이라는 저렴한 대패 삼겹살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손쉽게 한끼를 해결하기 좋은 삼각김밥과 도시락 등 편의점의 즉석식품들이 우리 몸에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취재하고 실험한다. 그 결과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미각스캔들’ 제작진은 ‘국내산 암퇘지를 사용했다는 초저가 삼겹살은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라는 의구심에서 출발해 새끼를 많이 낳은 모돈을 사용해서 값이 싸다는 점을 밝혀냈다. 모돈은 질기기 때문에 구이용이 아닌 육가공 제품용으로 이용된다. 원가가 100g에 650원 수준으로 저렴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편의점 음식 또한 제조 공정에서 각종 첨가물이 들어갔음을 증명하는 한편, 세 명의 실험자들이 한 달 동안 주식으로 삼은 결과 콜레스테롤과 스트레스 점수가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미각스캔들’이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까닭은 맛집과 싼 음식에 대해 무비판적인 태도로 일관한 타 프로그램과 달리 진실을 밝히려는 미디어 본연의 책무를 다하기 때문이다. ‘미각스캔들’ 제작진은 TV 음식 프로그램 장르를 두고 리얼리티를 조롱하는 블랙코미디로 규정한다. TV에 나오는 손님은 물론 스타의 단골집이라고 소개하는 곳도 모두 가짜인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다름 없다는 뜻이다.

1~2회에서는 TV 속 매운 맛집 열풍 속에서 우리가 놓치는 부분을 꼬집었다. 제작진 확인 결과 매운 음식으로 알려진 맛집들이 하나같이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사실은 ‘캡사이신 소스’였다. 또한 TV 속 ‘스타의 단골집’이라고 소개된 37곳의 단골로 알려진 47명의 스타에게 확인한 결과 대개 “한두번 간 곳일 뿐 단골집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었다. 시청자들은 맛집 프로그램을 믿고 음식점을 찾아가서 먹지만 대부분 조작된 것이었다.



‘미스터리 쇼핑’으로 정보 비대칭 해소‘미각스캔들’은 취재 과정에서 찬반 의견을 동등하게 다루면서 시청자의 판단을 자연스레 유도한다. 5월 27일 방송된 두유편의 경우 식품영양학 교수, 소아과 의사등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슈퍼마켓이 우리를 죽인다』는 책을 쓴 미국의 낸시 드빌은 “아기에게 콩으로 만든 분유를 먹이면 에스트로겐을 섭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콩으로 만든 분유를 먹은) 아이들은 자라면서 성조숙증을 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미정 소아과 전문의는 “(콩의 주요 성분인)이소플 라본을 쥐에게 과량 투여했을 때 사춘기가 일찍 시작됐다. 만 2세 이전의 유아에게 과량의 콩 성분을 투여했을때 나중에 사춘기 조숙이나 신체기관에 어떤 영향 미칠 지는 유의해서 관찰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상영양학자 카얄라 대니얼 박사는 ‘미각스캔들’ 제작진과 의 전화 인터뷰에서 “성인 역시 매일 두유 한 컵씩만 마신다 해도 건강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두유업체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A두유업체 이균희 연구소장은 “미국에선 애당초 콩을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용으로 기름을 짜내기 위해 유래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콩을 식용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B두유업체 관계자는 “분리대두단백은 나쁜 성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두유업체 관계자 역시 “(분리대두단백은) 아미노산 구성이 굉장히 훌륭해 고급 단백질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특정 매장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핑’ 방식으로 진실에 접근하는 제작방식도 흥미롭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을 비롯해 식당칼럼니스트 건다운, 박태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미스터리 쇼퍼’로 나서 맛집과 TV 프로그램의 반칙을 잡아낸다. ‘미각스캔들’ 제작진은 “정확한 정보가 없는 손님들은 TV에 나온 가짜 맛집을 찾게 되는 ‘역선택’이 생길 수 있다”면서 “미각스캔들이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음식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매주 일요일 밤 10시55분에 방송되는 JTBC ‘미각스캔들’이 시청자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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