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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 가득한 스‘ 페인 속의 국가’

정열 가득한 스‘ 페인 속의 국가’



2000년이 넘는 카탈란의 문화는 고스란히 바르셀로나에 남았다. 스페인 제2의 도시지만 별개의 나라처럼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가 가득한 도시. 이곳에는 지중해 햇살 가득한 열정과 건축과 시대의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가기 전 가장 많이 들은 건 아직도 짓고 있는 가우디 성당의 이야기도, 스페인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피카소도, 그렇다고 FC바르셀로나 축구팀 이야기도 아니었다. 바르셀로나를 다녀온 주변 사람 100%가 자신이 당한 소매치기 이야기를 했고, 어딜 가든 가방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다.

이 정도의 악명을 자랑하는 곳이라면 아마이탈리아의 로마와 바르셀로나뿐일 듯싶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건지, 아무리 람블라 거리를 활보하고 다녀도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보다 그렇게 최악은 아니라는 안도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악명마저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도시의 아름다움이 바르셀로나 도처에 넘쳐나고 있었다.

스페인 속의 작은 국가라 불릴 정도로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를 자랑하는 바르셀로나. 이는 스페인 동북부의 카탈루냐 지방의 주도로서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때문으로, 실제로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자신을 스페인 사람이라 부르지 않고 ‘카탈란(카탈루냐 사람)’이라부를 만큼 독립적인 성격이 강하다. 역사적으로도 오랫동안 독립을 요구해왔고 스페인에서 가장 먼저 자치권을 인정받았을 만큼 바르셀로나는 행정이나 문화적인 면에서 스페인 국가와는 다른 점이 많다.

또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쓰는 카탈란어도 스페인어와는 많이 달라서 마드리드 사람들도 바르셀로나에서 오면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고 한다.


카탈루냐 문화의 중심지바르셀로나 구시가지의 중심을 이루는 카탈루냐 광장,그리고 일요일마다 대성당 앞에서 카탈루냐 지방의 민속춤인 사르다나를 추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우디의 건축으로 유명한 싸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만큼 꼭 가봐야하는 곳으로 카탈루냐 박물관을 꼽는다.

시내 중심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카탈루냐 박물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가지의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예술 조각품처럼 느껴진다. 박물관 안에는 카탈루냐 지방의 로마네스크 교회로부터 수집한 벽화와 조각품이 대거 전시되어 있는데 방대한 로마네스크 미술 컬렉션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카탈루냐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포블 에스파뇰(Poble espanyol)은 뜻밖의 횡재 같은 만족감을 주는 곳이다.

‘스페인 마을’이란 뜻의 이곳은 우리로 치면 민속촌 같은 곳이지만, 스페인 각 지방을 대표하는 유명 건축물과 명소가 고풍스럽게 곳에 모여있다. 이곳의 좁은골목골목을 다니다 보면 진짜 각 지방의 골목들을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마을 규모도 상당히 넓어서 안에는 레스토랑과 카페를 비롯 각 지방의 장인들이 직접 제품을 만드는 작은 상점들도 수십 군데 자리해 있다.

상점은 대부분 작업실을 겸하고 있어 수공업자들이 직접 만드는 작품을 만드는 모습도 구경하며 쇼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카탈루냐 지방에서 특히 발달한 유리공예와 도자기 공예 제품을 구경하고 기념품으로 사기좋은 곳이다.

바르셀로나의 서쪽에 위치한 카탈루냐 박물관과 포블 에스파뇰, 그리고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 등이 있는 몬주익 언덕 일대는 도시에서 이미 외곽으로 분류된다. 일부러 작정을 하고 이곳을 찾지 않는 이상 여행객들은 바르셀로나의 관광지가 몰려 있는 구시가지와 가우디 건축을 찾아 다니는 것만으로도 며칠을 보낼 수있다. 그만큼 시내 중심지에는 볼거리가 넘쳐난다.

우선 바르셀로나 여행의 중심이 되는 카탈루냐 광장을 기준으로 남쪽의 항구까지 이어지는 구시가지와 북쪽 내륙에 위치한 신시가지로 크게 도시를 나눌 수 있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남쪽 항구에 있는 평화의 광장까지 1.2km에 이르는 람블라 거리는 바르셀로나 최대의 번화가이자 쇼핑과 관광의 중심지. 데시구엘, 구스토같은 스페인 브랜드 매장을 비롯 많은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 카페 등이 플라타너스 가로수 양쪽 길가로 늘어서 있다.

또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보케리아시장과 가우디가 자신의 최고 후원자인 구엘을 위해 만든 집 팔라우 구엘(Palau Guell),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미로가 디자인한 모자이크 광장 등이 모두 이 거리에 모여 있다.



람블라 거리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고딕 지구로 들어가면 18세기의 고풍스런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이곳에서 고딕양식과 카탈루냐 양식이 결합된 대성당과 왕의 광장 등을 만날 수 있다. 고딕 지구에서 더 동쪽으로 들어가면 보른(Born)지역으로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자주 즐겨가는 동네가 이어진다.

이곳에 위치한 작은 가게들-수제 초컬릿숍, 유기농 커피집, 작은 부티크 숍 등-이 골목마다 숨어 있고, 바르셀로나에서손꼽히는 미식 레스토랑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명소로는 피카소의 초기 작품들을 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는 피카소 미술관이 있다. 특별한 쇼핑과 미식 여행 그리고 현지인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가는 세련된 바와 술집을 원하는 여행객이라면 보른 지역을 절대 지나칠 수 없다.


가우디 건축 순례

카탈루냐 광장에서 북쪽을 향해 걸어 올라가면 바르셀로나의 상징적인 대로인 그라시아(Passeig de Gracia)거리로 이어지며 이곳에 가우디가 건축한 까사 밀라, 까사 바트요 등의 대표 건축물이 줄줄이 나타난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카사 바트요. 1905년 바다를 주제로 가우디가 개조한 집으로 동화에 나옴직한 울퉁불퉁한 벽과 촘촘히 박힌 모자이크 유리가 매우 아름답다. 카사 바트요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까사

밀라’로 더 유명한 라 페드레라(La Pedrera) 건물이 나온다.

가우디의 가장 큰 주거 프로젝트였으며 지금까지 세워진 건축물 중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건축 중 하나로 평가받는 라 페드레라는 물결치듯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벽과 철제 장식의 창, 동굴처럼 생긴 출입구 등이 매우 인상적인 건물. 직선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곡선 위주로 만들어진 이 건축의 또 다른 진가는 옥상에 있는데,투구를 쓴 것 같은 얼굴 모양의 환기탑과 굴뚝들은 마치 외계인의 모습처럼 상상력이 넘친다.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건물 안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어 더 놀라움을 준다.

그라시아 지역의 동쪽으로 향하면 가우디 건축의 절정을 보여주는 싸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1882년에 설계를 시작해 가우디가 죽을 때까지 심혈을 기울였던 이 대표적인 건축물은 이미 지난 130년 동안 공사를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완공까지는 100~200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알려져 신비로움을 더한다.

현재 완성된 부분은 옥수수 모양으로 솟은 4개의 탑과 지하 예배당뿐. 교회 앞뒤 부분에는 그리스도의 생애를 묘사하는 부조가 빼곡하게 장식되어 있고,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조각상들이 천재 건축가의 세계를 실감케 한다.

그라시아의 북쪽 끝 조용한 주택가 언덕 위에 있는 구엘 공원은 가우디 건축의 종착역 같은 곳. 시내의 가우디 건축을 다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이 구엘 공원에 오르는 여행자가 많기 때문이다. 구엘 공원은 온갖 색의 타일을 붙여 만든 도마뱀 분수대와 구엘 공원의 상징인용 모양, 물결치듯 구불거리는 벤치, 과자로 만든 집처럼 보이는 건물 등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또 탁 트인 지중해와 바르셀로나 시내가 펼쳐지는 언덕 위의 전망도 일품이다.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라 굳게 믿었던 가우디의 건축철학과 상상을 초월하는 기법들을 직접 옆에서 이해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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